한동훈 실책 기다리나… 조언·비판 없이 지켜보는 친윤

이종선 2024. 9. 5. 00:2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3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후 첫 지역 행보로 경북 구미를 찾았을 때 한 대표와 동행한 현역 의원은 대표 비서실장인 박정하 의원과 수석대변인인 한지아 의원을 비롯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 108명 중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를 지원했거나 한 대표 체제에서 당직을 맡는 등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이는 많아야 30명 수준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3자 추천 특검법’ 등 반응 미지근
“한 대표 행보, 일단 관망하는 게 최선”
친윤 영향력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세 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법안심사소위로 회부하는 안건이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의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특검법을 소위에 회부하면 야5당이 어제 발의한 특검법을 20일간의 숙려기간 없이 바로 병합해 상정할 수 있다”며 “특검법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꼼수”라고 반발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후 첫 지역 행보로 경북 구미를 찾았을 때 한 대표와 동행한 현역 의원은 대표 비서실장인 박정하 의원과 수석대변인인 한지아 의원을 비롯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대구·경북(TK) 지역구나 관련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 중에도 국회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한 이들이 많았다. 이런 풍경에 한 여당 의원은 “아무리 국회 일정이 빠듯하다고 해도 당대표의 첫 지역 일정에 의원들의 동참이 저조한 건 그만큼 한 대표의 원내 지지 기반이 취약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 108명 중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를 지원했거나 한 대표 체제에서 당직을 맡는 등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이는 많아야 30명 수준이다. 이에 비해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40~50명, 중립 성향 의원은 30여명으로 정치권에서는 본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 때부터 제안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이나 의료개혁 관련 중재안으로 꺼낸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등에 대한 원내 호응이 뜨뜻미지근한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그런데 당내 주류라 할 수 있는 친윤계는 ‘한동훈 체제’에서 의료개혁 등으로 당정 갈등 조짐이 보일 때도 대체로 침묵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30일 의원 연찬회에서 “그냥 말 한마디로 툭툭 던진다고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한 대표를 겨냥한 ‘원조 친윤’ 권성동 의원 정도만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한 친윤 핵심 의원은 4일 “한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이나 의료개혁 등을 두고 계속 대통령과 딴소리를 하는 건 이해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 뭘 어떻게 할 게 없지 않느냐”고 했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도 “기본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마저 내분에 휩싸이면 여권 전체가 굉장히 어려워진다”며 “한 대표 행보에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지금은 관망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친윤계의 이런 기류는 과거 이준석 대표 축출이나 김기현 대표 선출 당시 조직적 움직임을 보였던 것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이 같은 친윤계의 기류 변화에 대해 당내 해석은 엇갈린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 친윤계는 한 대표에게 조언도, 비판도 안 하고 헛발질하기를 기다리는 듯하다”고 말했다. 현재의 침묵은 다분히 정략적이라는 얘기다.

친윤계의 영향력 자체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도 친윤계는 한 대표 저지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당선을 막지 못하면서 영향력 반감을 실감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의원들이 가장 신경 쓰는 건 ‘차기 공천’”이라며 “선거 전에야 의원들이 친윤계 눈치를 많이 봤지만 이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친윤계의 영향력 감소가 한 대표 리더십 공고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한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한 여당 의원은 “차기 대권 주자로서 한 대표가 어떻게든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려 할 텐데, 그러기에는 대통령 임기가 여전히 많이 남았다”며 “의원들도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다”고 전했다. 현행 당헌·당규상 한 대표가 다음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내년 9월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기 때문에 임기가 1년 남짓 남았다는 점도 한 대표에 대한 의원들의 협조가 소극적인 이유로 꼽힌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