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의 은퇴와 투자] 소득 공백기와 ‘퇴활’

2024. 9. 5.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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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50대는 불안, 60대는 후회’라는 말을 한다. 50대는 퇴직 후의 60대 삶에 대해 불안해하고 60대는 닥치고 보니 미리 준비 못 한 것에 대해 후회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퇴직 전후는 불안과 후회가 이어지는 변곡점이다. 대표적인 불안은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들어 오는 돈이 뚝 끊기는 소득 공백 기간일 것이다. 국민연금은 69년생부터는 65세에 수령하고 퇴직은 55~60세에 하니 공백도 짧지 않다.

보험연구원이 4월 21일 발간한 '소득 크레바스(은퇴 후 소득 공백기간)에 대한 인식과 주관적 대비' 보고서에 따르면, 60세 미만 비은퇴자 1천508명 중 81.3%가 은퇴 후 소득공백기간이 걱정되지만 아직 그에 대한 준비는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뉴스1

생애자산관리 퍼즐 중에 퇴직 후에 소비가 갑자기 줄어드는 소비 퍼즐(consumption puzzle)이 있다. 사람들은 퇴직 시점을 알고 있기에 합리적으로 준비하고 있을 터인데 마치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퇴직 직후에 소비 지출을 줄여 버리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한 필자의 답은 ‘직접 당해 보면 안다’이다. 수십 년 동안 찍히던 월급이 사라지면 공포감을 느낀다. 마음의 준비 정도로는 되지 않고 계획을 잘 짜 놓았다가 하나씩 실행에 옮겨야 한다.

「 50대는 불안, 60대는 후회
체계적인 퇴직준비활동 필요
일과 연금 겸업, 저축 스텝업
절세 위한 연금계좌 준비해야

무엇보다 체계적인 퇴직 준비 활동이 필요하다. 일본에는 혼활(婚活), 종활(終活) 등이 유행이다. 혼활은 결혼을 하려는 적극적인 활동을, 종활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걸 말한다. 우리는 정년이 빠르고 연금수령 시기는 그에 비해 늦다 보니 퇴직 이후의 소득 공백기를 준비하는 ‘퇴활(退活)’이 시급하다. 몇 가지 필요한 퇴직준비 활동을 적어본다.

첫째, 서구사회보다 정년이 빠른 우리는 근로소득을 이어 가는 준비가 중요하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60대 고용률은 높아지고 있다. 2023년 기준 60대 초반(60~64세)의 고용률은 64%에 이르며 60대 후반(65~69세) 고용률도 51%로 전체 취업자 증가를 이끌었을 정도다. 이제는 재취업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처럼 되었다. 60세 정년이라는 틀에 얽매이면 안 된다.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한 시니어 카페인 서울 마포구민체육센터 내 카페리 망원점에서 시니어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뉴스1


둘째, 나에 대한 투자를 통해 전문성을 만들어 놓는다. 기술을 가진 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재취업을 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한 직종도 많다. 이 경우 자격증이 필요하다. 강의를 갔더니 한 분이 자기 같은 관리직은 퇴직 후 일자리가 마땅치 않아 안전관리 자격증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안전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는 진단과 함께.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하면 5년간 300만~500만원 한도에서 교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셋째, 저축 ‘스텝 업(step up)’이 필요하다. 젊을 때에 비해 50대 전후에는 소득이 많아지는데 이를 소비로 연결하기보다는 저축으로 연결해야 한다. 저축액을 한 단계 높일 필요가 있다. 필자의 자산 형성을 보면 상당 부분이 50대에 이루어진 강제 저축에 기인했다. 그리고 여력이 있을 때 추가 납입 등을 통해 국민연금을 충실하게 준비해두면 좋다.

넷째, 절세를 위한 연금 계좌를 준비한다. 소득 공백기에는 금융자산에서 이자나 배당 등을 통해 금융소득을 얻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15.4% 과세를 하고 2000만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에 합산하여 과세한다. 100만원을 받으면 15만 4000원이 세금으로 나가는 셈이다. 종합소득 합산 여부에 따라 더 많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연금 계좌를 활용하면 돈을 찾을 때까지 과세가 이연될 뿐만 아니라 세율도 5.5~3.3%로 낮다. 50대라도 늦지 않으니 준비해 두어야 한다.

서울의 한 은행 창구에 방문한 고객들의 모습.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금융자산에서 금융소득을 만드는 전략을 짜고 하나씩 실천해야 한다. 예를 들어, 5000만원 자산에서 5년 동안 금융소득을 만드는 것이다. 정기형 연금, 채권, 배당주, 리츠, 월배당 금융상품 등을 준비한다. 5~10년의 정기형 연금에 가입하거나 1년 만기, 2년 만기, 5년 만기 등으로 잔존 만기가 다른 채권을 보유하는 방법이 있다. 기회가 될 때 배당주 펀드, 배당주, 리츠를 사서 준비한다.

개인이 채권 만기를 세분화하여 보유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이자 뿐만 아니라 원금도 균등 분할 지급하여 만기에 원금이 ‘0’이 되는 연금채권이 필요하다. 과거에 원금분할상환채권이 있었으나 요즘은 발행되지 않는다. 국채나 지방채에서 연금채권으로 기능할 수 있는 채권을 발행하면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퇴직 후 소득 공백기에서 금기 사항은 ‘다른 사람은 문제가 있어도 나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다. 아니다. 대부분 평균적인 흐름을 따라간다. 다들 일찍 죽어도 나는 오래 살 것이라는 생각이 틀리듯이. 체계적인 퇴직 준비 활동을 위해 근로소득의 연장,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저축 스텝 업과 국민연금 준비, 연금계좌의 충실한 준비, 은퇴 소득 전략 수립 등이 필요하다. 소득 공백기라는 보릿고개를 넘기고 나면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이 있다. 주택연금은 소득 공백기보다는 가능하면 조금 늦게 활용하는 게 좋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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