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243) 노래 삼긴 사람
2024. 9. 5. 00:10
노래 삼긴 사람
신흠(1566∼1628)
노래 삼긴 사람 시름도 하도 할샤
일러 다 못 일러 불러나 풀었던가
진실로 풀릴 것이면 나도 불러보리라
-병와가곡집
치유의 가을
노래를 만든 사람은 근심 걱정이 많기도 하구나. 말로써 다 못해 노래로 불러 풀었던가? 그래서 시름이 풀릴 것이면 나도 불러보겠노라.
신흠이 살던 시대는 임진왜란과 정묘호란이 일어났고, 계축옥사와 인조반정, 정여립의 난과 이괄의 난 같은 큰 정치적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임진왜란 때는 삼도순변사 신립을 따라 조령 전투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면서 겪어야 했던 시련의 심경을 읊은 작품이다.
신흠은 선조로부터 어린 영창대군의 보필을 부탁받은 일곱 신하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런 연유로 광해군 즉위 후 계축옥사가 일어나자 파직되고 문초를 받았다.
상촌 신흠은 조선 중기 월사 이정구, 계곡 장유, 택당 이식과 함께 한문사대가(漢文四大家)로 불린다. 이를 월상계택(月象谿澤)이라 이른다. 그는 한문으로 6권 20책에 이르는 많은 저서를 집필했는데, “한시로 읊지 못하는 것을 시조로 노래한다”며 30여 편의 시조를 남겼다. 그에 있어 시조는 치유의 예술이었다.
가을이다. 우리의 민족시 시조를 읊으며 귀한 가을을 맞자.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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