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한옥 같은 사옥
경복궁 서쪽 건너편은 영조가 왕자 시절 살았던 창의궁 터다. 일제기에 많은 필지로 나뉘어 주택가가 되었다가 지금은 작은 갤러리와 카페 등이 밀집해 있다. 그 가운데 한 아담한 건물이 아름지기 통의동 사옥이다. 아름지기 재단은 전통을 보존하고 새로운 현대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설립한 시민문화단체다. 2013년 사옥을 마련할 때 재단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한옥을 일부 포함하자는 조건을 걸었다. 건축가 김종규는 사옥 전체를 한옥 개념으로 풀기 위해 한옥 전문가인 김봉렬과 협업하여 설계를 진행했다.
핵심 공간은 건물로 에워싼 2층 ‘마당’이다. 한쪽은 一자형 한옥이, 맞은편은 목재 덧문의 회의실이 자리한다. 길 쪽 목재 통창은 닫으면 무대 벽이 되고 열면 건너편 경복궁의 풍경이 나타난다. 바깥 풍경을 안으로 끌어오는 전통적 경관법 ‘차경(借景)’이다. 반대편에는 전통 양식의 연지 정원을 만들었다. 2층 마당은 앞뒤에 옥외계단이 있어 1층을 거치지 않고 앞뒤 길에서 오르내릴 수 있는 순환형 공간이다.
사옥 1층은 콘크리트조로 2층 마당부의 기단과 같다. 2층부의 마감은 목재이고 높이와 모양까지 한옥에 맞추었다. 얼핏 하늘 같아 보이는 3층의 반투명 유리 벽은 한옥의 지붕과 어울린다. 콘크리트-목재-유리로 적층한 3개 층은 기단-벽체-지붕으로 3분 구성한 한옥의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한옥 건물 역시 최신 기술로 단점을 보완한 현대 한옥이다. 한식 시스템 창호를 개발해 보온과 보안 문제를 해결했고, 내부에 석재 온돌 바닥을 설치해 신발 신는 공간을 만들었다.
‘전통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해묵은 과제는 여전히 다양한 해법들을 요구하고 있다. 아름지기 사옥은 전통과 현대를 하나로 묶은 새로운 시도였고 이른바 ‘한국적 공간’의 적절한 답을 제시했다. 현재 이곳에서 열리는 전시회 ‘방, 스스로 그러한’은 한국적 인테리어 스타일과 실내공간을 찾기 위한 또 하나의 시도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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