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의 한계 극복… ‘게임’으로 하나된 학생들
“많은 장애 학생이 참여할 수 있게 이런 ‘장애 학생 e스포츠 올림픽’ 대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지만 장애인들이 사용하는 게임 보조기구가 더 세밀화돼서 각자 장애 수준에 맞게 사용됐으면 해요.”
서울정민학교 교사 이현희씨는 중증 장애를 겪고 있는 김도현(19)군을 인솔·지도하고자 넷마블문화재단이 주최하는 ‘2024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에 참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스위치 볼링’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군은 몇 개월 전부터 이 대회에 참가하고자 하는 의사를 밝혔고 꾸준한 연습을 통해 값진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4일 국민일보와 만난 이씨는 앞으로 장애 학생을 위한 보조기구가 세분화돼 더 많은 이들이 웃으며 즐길 수 있는 e스포츠 축제의 장으로 뻗어가길 소망했다.
넷마블문화재단은 3, 4일 양일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장애학생 e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넷마블문화재단과 국립특수교육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행사다. 이날 넷마블문화재단 관계자들을 비롯해 특수학교(급) 학생 및 지도교사 등 1600여 명이 페스티벌에 참가해 축제를 즐겼다.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은 장애 학생들 사이에서 ‘e스포츠 올림픽’이라 불리는 대회다. 200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9회째를 맞았다. 넷마블문화재단은 2009년부터 이 행사를 공동 주최하고 있다. 올해 행사는 ‘열정의 e공간, 행복한 e순간’이라는 슬로건이 걸렸다. ‘할 수 있다’는 열정을 확인하고, 함께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다.
대회 이튿날인 4일엔 마구마구 리마스터, 모두의 마블 등 10개 종목 결승전과 6개 분야 정보경진대회가 열렸다. 각 종목에 참여하는 학생과 보호자는 이른 아침부터 대회장에 모여 분주히 시합을 준비했다. 결전을 앞둔 학생들의 얼굴엔 잔뜩 긴장한 표정이 깃들었으나 우승에 대한 기대와 설렘도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여러 종목 중 전맹 및 저시력 학생이 참여하는 ‘오델로’가 특히 눈에 띄었다. 오델로는 바둑돌과 비슷한 흑백의 돌을 네모난 격자판 위에 늘어놓아 상대보다 더 많은 돌을 차지하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시각 장애 학생들은 오로지 헤드셋으로 들리는 소리로 열과 행, 칸의 상황을 파악하고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려 게임을 풀어나갔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온 신경을 손과 귀에 집중해 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밖에도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종목이 여럿 배정돼 더불어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을 연출했다. 경기가 끝나면 곳곳에서 우승한 학생을 축하해주는 들뜬 분위기로 시끌벅적해졌다.
현장에서 만난 송광중 교사 유민정씨는 “평소 장애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 게임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함께 즐기면서 통합하는 경험을 했다”면서 “우리는 ‘팀파이트 택틱스’ 종목에 참여했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장애 학생은 학교에서 스타가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모두의 마블 우승자 이유림양·윤지섭군(11)을 인솔한 인천용일초 교사 라유민씨는 “지섭이가 장애가 있는 유림이와 함께 게임을 하고 싶다고 해서 다른 반인데도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면서 “장애 학생이 비장애 학생과 함께 즐길만한 콘텐츠가 딱히 없는데, 이 페스티벌에 참가해 같이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다만 라씨는 “장애 학생의 게임 접근성이 개선될 수 있도록 단순조작으로도 플레이가 가능한 원터치, 원패드를 활용할 수 있는 게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면서 “학생마다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게임도 나왔으면 한다”고 바람을 언급했다.
김도현군의 학부모인 김혜란(53·여)씨는 “장애인 e스포츠 대회에서 학생마다 장애 등급에 맞는 게임 종목이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도현이는 마구마구 리마스터, 클래시 로얄도 즐기는 게이머다. 여러 종목에서 참여할 수 있게 대회가 폭 넓어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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