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통과 의례된 질문 “일제시대 당신의 국적은?”

김판 2024. 9. 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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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서 야당이 정부 측 인사들에게 통과의례처럼 던지는 질문이다.

당시 김 후보자는 해당 질문에 "일제 치하 국적은 일본"이라는 답변을 내놔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고, 이후 야당은 정부 인사들을 상대로 역사관 검증을 하듯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일제시대의 국적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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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장관 인사청문회 계기 유행
정부측 인사들에 통과의례식 질문
대응 제각각… “당연히 한국” 응답도
일부에선 “국적 묻는 자체가 잘못”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호영 위원장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 선조들의 국적은 무엇입니까?”

최근 국회에서 야당이 정부 측 인사들에게 통과의례처럼 던지는 질문이다. 지난달 26일 열린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시발점이었다. 당시 김 후보자는 해당 질문에 “일제 치하 국적은 일본”이라는 답변을 내놔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였고, 이후 야당은 정부 인사들을 상대로 역사관 검증을 하듯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기점으로 계속되고 있는 ‘친일 공세’의 연장선 성격도 짙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무위원뿐 아니라 공영방송 사장, 국무총리를 상대로도 일제시대의 국적을 묻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한 박민 KBS 사장은 해당 질의에 “그때는 나라를 뺏겼으니까”라면서 “생각을 깊이 안 해봤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야당에 꼬투리를 잡히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경우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 질의가 나오자 “당연히 한국 국적”이라고 답했다. 김문수 장관은 이 자리에서도 “일본에 호적을 했다고 해서 우리 선조들이 다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고 다 역적인가. 창씨개명을 한 사람이 많았는데 다 매국노인가”라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관련 질의를 했던 민주당 의원은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일제시대 조선에서는 국적법이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일본 국적이 될 수 없다”며 “헌법학자들에 따르면 1919년 4월까지는 대한제국의 신민,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 4월 이후로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보는 게 정설”이라고 말했다. ‘모범답안’은 “대한민국”이라는 얘기다. 다만 ‘국적 상실 상태’까지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는 야당에서도 의견 차이를 보였다. 이 의원은 “국제법상 국적을 상실했다는 답변까지는 수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민주당 의원은 “일제시대에 대한민국 국적이 없었다는 것 자체가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1910년 한일합병조약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외교부는 지난달 23일 일제의 국권 침탈이 불법·무효인지 묻는 광복회의 질문에 “원천적 무효”라는 답변서를 보냈다. 대법원도 2018년 한일합병조약이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일제시대의 국적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일제 침략의 불법성을 인정하느냐’가 본질인데, 이를 ‘국적’을 통해 묻다 보니 불필요한 논쟁만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의 아들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신은 일본 제국주의 지배가 불법이고 무효라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게 정확한 질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제가 우리에게 강요한 불법적 국적과 진정한 의미의 국적이라는 서로 다른 차원의 얘기가 뒤섞여버렸다”며 “본질이 아닌 ‘파생된 문제’를 갖고 얘기하다 보니 혼란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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