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룡의 신 영웅전] 알래스카 매입한 수어드 국무장관
학교를 28개월만 다닌 에이브러햄 링컨이 1861년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때 동부 귀족들의 냉대가 심했다. 그를 도울 막료조차 찾기 어려웠다. 링컨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윌리엄 수어드(William Seward·사진)를 국무장관으로 임명했다. 수어드는 뉴욕 주지사와 상원의원을 지낸 거물이었다.
그 무렵 러시아는 크림전쟁에서 이기고도 빚에 쪼들리는 입장이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부터 7000㎞ 떨어진 알래스카를 다스릴 의지도 여력도 없었다. 언제인가는 건설해야 할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공사비도 부족했고, 어차피 알래스카는 영국령 캐나다에 합병될 운명이라며 체념하고 있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영토가 탐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알래스카를 차지하면 적국인 영국(캐나다)을 포위하는 효과도 있어서 전략적 가치가 작지 않았다. 알래스카의 광물 매장량이나 어족 자원은 당시에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알래스카 매매 의중을 드러내자 수어드는 재빨리 링컨 대통령과 상의하고 매입을 서둘렀다. 면적 172만㎢에 가격은 720만 달러였으니 평당 0.014센트였던 셈이다.
그런데 의외로 상원의 반대라는 난관에 부딪혔다. 그들은 “수어드의 냉장고(Seward’s icebox)를 왜 사야 하느냐”면서 “수어드의 바보짓(Seward’s folly)”이라고 빈정거렸다. 수어드는 우선 자기 돈으로 알래스카를 매입하는 계획도 생각해 봤으나 링컨이 반대하고 자금 사정이 만만치 않자 상원의원을 매수하기로 했다.
마침 자본이 다급했던 주미 러시아 공사(E. von Stoeck)가 매수 자금을 빌려줬고, 상원을 설득해 매입에 성공했다. 링컨은 알래스카를 밟아보지도 못하고 암살되는 바람에 공로는 다음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지도자의 자질은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다. 그는 중국 상하이 총영사(조선 공사 겸임)를 지낸 조지 수어드의 형이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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