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소비자 위한 티켓 재판매, 합리적인 룰 논의해야
최근 국회에서 암표 거래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형태의 티켓 부정 판매를 금지하고, 그에 따른 처벌 수위를 세분화하여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웃돈을 받고 판매하는 거래 자체를 근절하기 위해 강력한 법안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경범죄처벌법, 공연법, 국민체육진흥법 등을 통해 불법적인 티켓 거래 및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부정판매를 처벌해왔다. 그러나 경범죄처벌법상 ‘정류장, 나루터’ 등 거래 금지 장소를 현장 중심으로 규제하여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공연법도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티켓의 부정 판매는 처벌 대상이나, 부정 구매는 이에 포함돼 있지 않다. 근본적으로 암표와 부정 거래, 재판매 등이 법률적으로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티켓 재판매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티켓 부정 판매에 대한 처벌을 넘어, 티켓 양도 및 재판매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티켓의 2차 거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부정 판매의 전제가 되는 부정한 구매 행위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다량의 티켓을 구매해 프리미엄을 높게 붙여서 판매하는 행위인데, 공연법이나 국민체육진흥법상에서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구매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실구매자가 아닌 사람의 입장을 제한하고 재판매된 티켓 소지자의 입장을 제한한다면, 소비자뿐만 아니라 주최 측도 점점 늘어나는 빈 좌석으로 인한 피해를 보게 돼 전반적인 예술 생태계가 침체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사기 수법이 한층 치밀해지고 일반 소비자가 범죄자가 될 수 있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개인 간의 티켓 양도 및 재판매 등 티켓의 2차 거래를 자율에 맡기되, 티켓 재판매가 안전하고 정당하게 이뤄질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소비자를 보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예컨대, 티켓 재판매를 양성화할 수 있는 공인된 시스템을 구축하고, 플랫폼 사업자에게 거래 중개자로서 엄중한 주의 의무와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티켓 재판매의 양성화와 관련한 논의는 이제 시작이다. 사적 자치를 제한하는 과도한 입법적 개선 방안보다는 시장 이해관계자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투명한 정보 공개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건전한 티켓 재판매 시장의 룰이 조속히 마련되길 바란다.
남기연 단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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