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소양호까지 녹조…“미처리 하수 등 오염원 잡아야”
위협받는 식수원
거대한 호수는 물감을 풀어놓은 듯 초록으로 변했다. 대청댐에는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김대일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지사 운영부장은 “인위적으로 기포를 발생시켜서 조류가 서로 붙지 못하게 하는 중”이라며 “취수탑에서도 아래 수문만 열어서 녹조가 적은 깊은 수심의 물을 취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녹조가 번성한 건 대청호뿐만이 아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8월 5주차 기준으로 국내 10개 댐에 조류경보 발령 수준의 녹조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최근 3년 평균(6.7개)보다 1.5배가량 급증한 수치다. 그만큼 올해 녹조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소양호 과거 50여년 녹조 거의 없어
한강 최상류에 있어서 과거 50년 동안 녹조가 거의 없었던 소양호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상류에서 녹조가 발생했다. 이에 현장에는 녹조제거선 등이 투입됐다.
녹조는 강이나 호수에 조류(algae)가 자라서 짙은 녹색을 띠는 현상을 말한다. 유해 남조류의 경우 녹조와 함께 독소를 생산하기 때문에 생태계뿐 아니라 인간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녹조가 올해 유독 심한 건 8월부터 이례적으로 긴 폭염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장마철 동안 각종 오염물질이 폭우에 씻겨 하천으로 유입된 이후, 폭염으로 수온이 오르면서 녹조가 발생하기 유리한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녹조의 증가가 대청호·소양호 등 전국의 식수원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잦아진 극한 호우가 오염물질의 유입을 증가시키고, 기온 상승은 녹조 발생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수자원공사가 주최한 녹조관리 전문가 심포지엄에서도 기후변화로 점점 심각해지는 여름철 녹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잇따라 제기됐다.
특히 전문가들은 최근 녹조 발생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소양호의 사례에 주목했다. 이 지역에선 최근 몇 년 사이 고강도 강우의 발생 횟수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여기에 여름철 폭염까지 강해지면서 수온도 상승하는 추세다. 소양호도 더는 녹조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뜻이다.
정세웅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로 볼 때 소양호의 수온은 앞으로 연간 0.03~0.05도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남조류가 의존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조성되고 있기 때문에 녹조는 앞으로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녹조 증가에 대응하려면 하천이나 호수로 유입되는 오염원을 막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녹조는 인·질소를 포함한 오염물질의 유입과 수온·일사량 같은 자연적 요인이 동시에 충족돼야 성장하기 때문에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요소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준홍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한국물환경학회장)는 “강우 시에 미처리된 하수와 폐수의 상당 부분이 수계로 유입되고 있지만 정확한 양에 대한 파악이 쉽지 않다”며 “미처리 하·폐수 관리와 하수처리의 질소 저감에 대한 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할 시점”이라고 했다.
하천의 경우 흐름이 정체되는 구간을 중심으로 녹조 발생 위험이 크다. 이에 녹조를 제어하기 위한 물 흐름 조절 기술을 연구하고, 수질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녹조의 원인이 되는 총인(TP)은 하천수가 호소수보다 환경 목표 기준이 두 배 이상 높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 공장 폐쇄 등 강력한 조치 효과
전 세계적으로도 심각해지는 녹조에 대응하기 위해 강력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녹조로 식수 중단 사태가 발생했던 중국 태호의 경우 호수 주변에 오염도가 높은 공장 2819곳을 폐쇄하고, 축산업을 전면 금지하는 등 강력한 규제 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녹조가 개선되는 효과를 거뒀다.
윤석대 수자원공사 사장은 “기후변화로 녹조 관리 여건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며 “녹조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주요 원인인 부영양화를 발생시키는 오염원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녹조로 인해 과도한 공포심을 갖는 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과학적인 검증과 모니터링을 통해 수돗물 안전 등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식수원을 중심으로 녹조가 확산하면서 먹는 물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는 “남조류 일부가 독소를 함유하고 있으나 정수처리과정을 통해 제거되므로 먹는 물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류독소가 에어로졸 형태로 대기 중에 퍼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녹조 대응을 위해 안동댐에서 설치·운영 중인 수면 폭기 장치가 물보라를 일으켜 독소를 공기 중으로 배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한국수자원공사가 안동댐 수상 데크 위에서 공기를 포집해 조사한 결과 조류독소는 검출되지 않았다.
최지용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교수는 “독소는 반감기가 있어 생성됐다가 없어지기 때문에 공기에 에어로졸화 돼서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극히 낮다”며 “정수 과정에서도 유해 성분은 다 걸러지므로 수돗물도 안전하다”고 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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