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의 밤···은혜의 빛으로 플렉스하다

최기영,김수연 2024. 9. 4.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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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갓플렉스 in 천안’ 4일 백석대서 개최
예배당 벗어난 첫 번째 캠퍼스 집회 대성황
천안 백석대(총장 장종현 목사)에서 4일 진행된 갓플렉스(Godflex)에서 1700여명의 참석자들이 잔치 공동체의 인도에 따라 찬양하고 있다. 천안=신석현 포토그래퍼


“옷장 안에 뭐가 있는데요?”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변증론자 C.S 루이스가 역작 ‘나니아 연대기’를 집필하도록 영감을 준 한 소녀의 질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습을 피해 루이스의 집에 머물던 아이들에게 그는 어린 시절 옷장에 들어가 놀았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암흑 같았던 시대상은 그렇게 작품을 통해 희생 용기 우정 신뢰 사랑을 새기게 하는 반전의 마중물이 됐다.

일상의 빛을 발견해 어둠에 묻힌 소망을 캐내는 이들에게는 나니아의 옷장 같은 은혜의 창구가 늘 준비돼 있다. 이 시대의 크리스천 청년들을 위로하고 응원해왔던 국민일보 갓플렉스(Godflex)가 4일 오후 막을 연 집회에선 불신 우울 무력감 등 믿음과 단절된 삶을 걸어가는 이들을 잠식하는 단어들 대신 희열 에너지 희망이 뿜어져 나왔다. 올해의 주제 ‘은혜의 빛 속에’로 흠뻑 젖어들게 해 준 천안 백석대(총장 장종현 목사) 백석홀로 들어가 봤다.

은혜의 빛을 발견할 준비


“말씀 뽑고 가세요! 인생이 바뀝니다!” “뽑기하고 선물 받아가세요!”

4일 오후 5시. 갓플렉스가 열리기 두 시간여 전부터 백석대 백석홀 앞엔 열정 넘치는 청년들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ENM(세계로선교회) JDM(예수제자운동) SFC(학생신앙운동) IVF(한국기독학생회) 백석대 기독교학부 등 캠퍼스 선교단체와 학부 학생들이 참가자들에게 다채로운 방식으로 복음을 전하는 현장이었다.

기독교학부 학생들은 뽑기에서 나온 ‘성경 속 단어 찾기’ ‘비닐장갑 끼고 성경구절 찾기’ 등 재미있는 미션을 성공한 참가자에게 맛있는 간식 선물을 주며 현장 분위기를 달궜다. 그동안 교회 예배당에서 개최돼왔던 것에서 처음으로 대학 캠퍼스에서 열린 갓플렉스이기에 가능했던 모습이다.


백석홀 입구엔 기다란 인간 띠가 만들어졌다. 직관을 고대하던 찬양팀과 이날의 메신저들을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앞자리에서 만나고 싶어 하는 이들의 대기열이었다. 집회 현장에는 백석대 학생뿐 아니라 충청·천안권 대학에 다니는 청년들도 걸음을 냈다.

권기성(22·충청대)씨와 김경원(21·한국교통대)씨는 오후 4시 30분에 현장을 찾아 예배를 준비했다. 권씨는 “잔치공동체 찬양과 민소매티를 입은 미남재형의 모습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1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왔다”며 “이번 집회를 통해 백석대는 물론 주변 캠퍼스에도 부흥이 퍼져가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잔치공동체와 함께 하는 찬양 잔치
“하나님의 빛 속에서 그 따뜻한 빛 속에서 모두 고쳐질 나의 모든 죄와 상처 그의 빛 속에서. 은혜와 사랑 전하게 할 하나님 그 빛.”(하나님의 빛 중에서)

천안 백석대(총장 장종현 목사)에서 4일 진행된 갓플렉스(Godflex)에서 2000여명의 참석자들이 잔치 공동체의 인도에 따라 찬양하고 있다. 천안=신석현 포토그래퍼


가을 문턱의 저녁노을이 대지를 물들이듯 붉은 빛깔 조명이 무대와 객석을 비추는 동안, 두 손을 가슴에 얹은 청년들이 찬양을 토해내고 있었다. “주님의 임재 앞에서(앞에서!) 권능의 날개 아래서(아래서!) 다윗처럼 춤을 추면서 전심으로 주를 즐거워하라”라고 찬양할 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발을 구르고 두 팔을 흔들며 젊음의 열기를 뿜어냈다. 집회가 진행되는 백석홀의 공기가 순식간에 바뀌며 참석자들의 얼굴이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들의 손에는 이번 갓플렉스의 주제를 담아 ‘나니아의 옷장과 예수님’을 모티브로 한 열쇠고리가 들려있었다.

갓플렉스 참가자들에게 선물로 전달된 열쇠고리. ‘나니아의 옷장과 예수님’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천안=신석현 포토그래퍼


‘사랑, 어렵지만 넉넉하게 흘려보낼 수 있는 것’
찬양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 무대에 오른 이는 MZ세대 크리스천들의 고민 해결사로 불리는 김선교(다윗의 열쇠 대표) 선교사였다. 그는 ‘사랑 참 어렵다’(마 22:37~39)를 주제로 하나님이 말하시는 “사랑하라”는 명령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지를 역설했다.

김선교(다윗의 열쇠 대표) 선교사가 4일 천안 백석대(총장 장종현 목사)에서 열린 갓플렉스(Godflex)에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천안=신석현 포토그래퍼


“성경에 나오는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는 말 들으면 짜증부터 날 때가 있죠. 채워지지도 넉넉하지도 않은데 자꾸 사랑하라고 하시니까. 그런데 생각해볼까요. 세상에선 사랑 받을 만한 게 있어야 사랑받고 인정 받을만 한 게 있어야 인정을 받죠.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완전히 망가져서 객관적으로 가치가 하나도 없어 보이는 그때 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줄 수 있을 만큼 사랑한다고.”

그는 “우리를 향해 끊임없이 부어주시는 사랑을 기억하고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마음가짐을 늘 가지고 있을 때 그 사랑 안에 잠겨서 조금만 짜도 흘러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난닝구 입은 나는 주님의 아들’

개그맨 정재형이 4일 천안 백석대(총장 장종현 목사)에서 열린 갓플렉스(Godflex)에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천안=신석현 포토그래퍼


집회에선 구독자 60만명의 개그맨 유튜버 정재형, 하나님을 찬양하는 래퍼 아넌 딜라이트, 인생역전 한국사 일타강사 전한길 강사의 강연이 이어졌다. 유부남의 현실감 넘치는 일상을 그리며 ‘웃픈(웃기고도 슬픈)’ 공감을 얻고 있는 정재형은 특유의 위트와 재치로 좌중을 흔들었다.

끊임없이 폭소가 터지는 삶의 여정을 회고하는 가운데서도 오직 하나님 주권이 전부임을 고백하는 그의 이야기에 청중들의 고개가 연신 끄덕여졌다. 그는 부모의 이혼, 대입 실패, 폐결핵으로 인한 아픔 등 자존감이 나락으로 떨어질 상황이 이어졌지만 그럴 때마다 세상의 이치로는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이 예비해 둔 계획이 자신을 일으키고 또 일으켰다고 고백했다.

“재능이 부족했지만 슈퍼 모델로, SBS 공채 개그맨으로 세워주시는 과정이 곧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느끼게 하는 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래서 ‘웃찾사’ 프로그램이 폐지돼 건축 현장에서 노동을 해야 했을 때도, 극심한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릴 때도 버티고 또 버틸 수 있었습니다.”

개그맨 정재형이 4일 천안 백석대(총장 장종현 목사)에서 열린 갓플렉스(Godflex)에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천안=신석현 포토그래퍼


그는 난닝구를 입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난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하나님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그 자체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모인 청년들이 살아가면서 힘겨운 일을 겪을 때 난닝구 입었던 한 아저씨가 떠오르며 기도 한 번 하고 다시 힘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면서 무대를 내려왔다.

‘내 인생의 좁은 문, 좁은 길’

크리스천 래퍼 아넌 딜라이트가 4일 천안 백석대(총장 장종현 목사)에서 열린 갓플렉스(Godflex)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천안=신석현 포토그래퍼


난닝구를 입은 ‘미남 재형’이 내려온 무대 위엔 래퍼 아넌 딜라이트의 공연이 펼쳐졌다. “따라와. 어디를 가든 주를 따라와 좁은 문 좁은 길로 따라와”를 외치며 객석과 호흡을 나눈 그는 이날 좁은 문, 좁은 길을 가야하는 이유를 풀어냈다.

아넌 딜라이트는 “통장 잔고가 없었던 시절 대형 음반사에서 계약을 제안했지만 거절했을 때도, 이성적인 매력을 느꼈던 여성에게 고백을 하고 싶었지만 마음을 멈추었어야 했을 때도 하나님의 ‘나만 따라오라’는 명령을 떠올렸다”며 “그 당시엔 그 명령을 따르는 게 너무도 좁은 길처럼 느껴졌지만 결국 그 길이 예비해두신 옳은 길을 걷게 하셨음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크리스천 래퍼 아넌 딜라이트가 4일 천안 백석대(총장 장종현 목사)에서 열린 갓플렉스(Godflex)에서 자신의 삶과 신앙을 고백하고 있다. 천안=신석현 포토그래퍼


이어 “하나님께서 예비해둔 좁은 길을 걸어가는 동안 너무 힘들다고 투정부리기보다 늘 잡아주시는 손길, 그 길 끝에 마주하게 될 열매를 기대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갓플렉스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담대하게 걸음을 내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곡 ‘라라라(Lalala)’를 부르며 무대를 내려왔다.

백석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우희수(18)씨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과 동기 이다연(19)씨와 함께 현장을 찾았다. 우씨는 “친구가 유일하게 듣는 래퍼가 아넌딜라이트일 정도로 팬”이라며 “친구가 하나님을 믿고 교회를 나올 수 있도록 7개월 동안 기도했었는데 오늘을 통해 전도의 결실이 맺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년들이 지향해야 할 행복과 긍정’

한국사 일타강사 전한길 강사가 4일 천안 백석대(총장 장종현 목사)에서 열린 갓플렉스(Godflex)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천안=신석현 포토그래퍼


이날 집회의 마지막 메신저는 공무원 시험 최고의 한국사 일타강사로 알려진 전 강사였다. 그는 “위기와 역경 속에서도 신앙의 절개를 지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때 학원과 출판 사업으로의 확장을 꿈꿨지만 실패로 떠안은 25억 채무와 함께 신용불량자 전락했을 때도 신앙의 절개를 지킨 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했다. 빚지게 하신이도 여호와였기에 다시 일어설 것도 여호와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전 강사는 취업 연애 결혼 육아 등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며 우울해하는 청년들의 세태와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지표를 보이는 시대적 상황을 역설적으로 비교하며 청년들이 지향해야 할 ‘행복과 긍정’을 설명했다.

한국사 일타강사 전한길 강사가 4일 천안 백석대(총장 장종현 목사)에서 열린 갓플렉스(Godflex)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천안=신석현 포토그래퍼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등장하는 슈퍼카 명품백 호화로운 음식들에 매몰되면 자신의 자존감은 바닥을 칠 수밖에 없다. 있는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없는 것에 불평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며 범사에 감사함으로 인해 행복할 수 있는 것”이라며 “나아가 오늘 하루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권면했다.

올해 5회째를 맞은 갓플렉스는 국민일보와 국민일보 크리스천리더스포럼(CLF·회장 이병구 네패스 회장)이 시대적 어려움 앞에서 위축을 겪는 청년들을 격려하고 도전을 심어주기 위해 2020년부터 매년 진행해 온 행사다. 올해는 부산을 시작으로 청주, 천안에 이어 서울(12월 15일)까지 연속 집회를 개최한다. 이날 집회 현장 영상은 갓플렉스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천안=최기영 김수연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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