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분노 유발 '그만'…주장이 벤치에 고함, 토트넘 교통정리 필요하다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벌어진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경기장 안에 있는 주장 손흥민이 아닌 감독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몫이다.
지난 1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에 위치한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PL) 3라운드에서 나온 장면이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젯거리다.
문제는 화제가 되는 방향이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토트넘이 1-2로 패배한 이 경기에서는 도중 토트넘 선수들이 프리킥 처리를 두고 의견을 통일하지 못하면서 팀 구성원들끼리 소통이 원활하게 되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
안 그래도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졸전을 펼친 경기력이 토트넘의 문제로 꼽히면서 시즌 초반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이 장면으로 인해 이번 시즌 우승에 도전하는 토트넘을 향한 의심과 포스테코글루 감독에 대한 불신이 더욱 쌓이고 말았다.
이날 토트넘은 핵심 수비수 미키 판더펜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데스티니 우도기, 라두 드라구신, 크리스티안 로메로, 페드로 포로로 수비라인을 구성했다. 그러나 판더펜이 제외된 토트넘의 수비진은 뉴캐슬의 측면 공격에 무참히 박살났다.
결국 전반 37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측면 공격 상황에서 토트넘 수비진의 시선이 모두 측면으로 쏠렸고, 공을 받기 위해 수비수들 사이로 빠지는 하비 반스의 움직임을 아무도 캐치하지 못했다. 반스는 측면에서 온 공을 쉽게 해결했다.
공격에서도 아쉬움이 컸다. 토트넘은 손흥민과 제임스 매디슨, 데얀 쿨루세브스키 등을 중심으로 빠른 공격을 전개하려고 했으나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신입생 윌송 오도베르가 아직 팀에 녹아들지 못하는 등 전체적으로 합이 맞지 않았다.
그나마 후반 9분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장신 수비수 댄 번의 자책골이 나오면서 한숨 돌리는 듯했는데, 후반 23분 다시 한번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일격을 맞았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만 21골을 터트린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주포 알렉산더 이삭에게 실점한 것이다.
경기 내내 무뎠던 토트넘의 공격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수비를 한 번도 뚫어내지 못했다. 결국 1승 1무를 거두고 있던 토트넘은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패배하면서 이번 시즌 쓰라린 첫 패배를 안게 됐다. 또한 지난 시즌부터 시작된 뉴캐슬 원정 악몽을 이어갔다.
경기력을 비판하기도 바쁜데, 토트넘 선수들이 프리킥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이 포착돼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현장을 취재하고 있던 영국 '풋볼 런던'의 알레스데어 골드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을 돌아보면서 "후반전 토트넘이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페널티 박스 바깥쪽에서 프리킥 찬스를 잡았을 때 이상한 순간이 있었다. 매디슨과 포로 중 누가 프리킥을 처리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골드에 따르면 토트넘은 이전 세트피스 상황에서 손흥민에게 짧은 패스를 내주고, 손흥민이 공을 몰고 페널티지역으로 질주한 뒤 컷백 패스를 시도하거나 반대편을 바라보고 낮은 크로스를 올리는 등의 방식을 활용했다. 그러나 직접 프리킥으로 상대 골문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오자 공을 찰 선수를 정하지 못해 혼란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
프리킥을 차겠다고 나선 선수는 총 세 명이었다. 골드가 언급한 매디슨과 포로, 그리고 중앙 미드필더인 이브 비수마가 공을 두고 의견이 충돌했다.
매디슨과 포로는 기존에도 토트넘에서 종종 세트피스를 담당했던 선수들이다. 날카롭고 강력한 오른발 킥 능력으로 유명한 두 선수는 프리킥이나 코너킥 상황에서 위협적인 패스와 크로스를 통해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준다.
매디슨과 포로 역시 이 생각으로 자신이 프리킥을 차야 한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상대에게 파울을 당해 이 프리킥을 얻어낸 매디슨이 먼저 공을 잡았는데 포로가 다가와 매디슨에게 프리킥 기회를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기존 세트피스 전담 키커가 아닌 비수마까지 가세했다. 지난 시즌부터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중용되며 '안지볼'의 핵심 선수로 자리잡은 비수마는 높은 활동량과 안정적인 전진 능력을 바탕으로 토트넘 중원의 키 플레이어 역할을 하는 선수지만, 매디슨과 포로에 비해 킥 자체가 뛰어나다고 보기는 힘들다.
비수마는 프리킥에 자신이 있었던 듯하다. 훈련에서 감각을 끌어올린 선수들이 이따금씩 좋은 기회가 나왔을 때 프리킥을 맡겨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비수마도 비슷한 이유로 매디슨과 포로에게 다가와 입을 연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매디슨과 포로는 비수마에게 공을 주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비수마가 포로에게 항의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도 그대로 포착됐다.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이 나서서 중재한 끝에 비수마는 프리킥을 차는 걸 포기했다.
포로와 매디슨, 비수마가 프리킥을 두고 끝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손흥민은 토트넘 벤치를 향해 고함을 쳤다. 프리킥 키커를 확실하게 정해달라는, 감독인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풋볼 런던'의 골드에 따르면 손흥민의 고함은 토트넘 벤치에 닿지 않아서 수비수인 드라구신이 손흥민의 메시지를 벤치에 전달했다. 소식을 접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으로 2와 3을 만들어 포로의 등번호인 23번을 나타내 포로에게 프리킥을 맡기라는 의사를 전했다.
투닥거린 끝에 포로가 키커로 나섰지만, 포로의 프리킥은 골문과는 먼 곳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세 명의 선수가 프리킥 키커 자리를 두고 다툰 것을 생각하면 허무한 결말이었다.
이번 일은 단순하게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토트넘 구성원 사이에 소통이 부족하고 교통정리가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나 다름없다. 최근 들어 축구에서 세트피스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이기에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걸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다. 물론 경기 도중 선수들끼리 협의 끝에 전담 키커를 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경기에 앞서 특정 상황과 위치에서 어떤 선수가 프리킥 혹은 코너킥을 처리할지를 감독이 정해준다면 다툼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당장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임하기 전이었던 2022-23시즌까지만 하더라도 토트넘의 전담 키커는 월드 클래스 공격수 해리 케인이었다. 토트넘 내 케인의 입지나 경기에서의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케인에게 다가가 프리킥이나 페널티킥을 대신 차겠다고 말할 선수는 많지 않았지만, 케인 역시 감독이 정해준 것이기에 자신 있게 공을 갖고 오는 게 가능했다.
다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렇게 세부적인 사항들까지 정리해줄 지도자인지는 의문이다. 특히 이것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경시하는 세트피스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부임 첫 해였던 지난 시즌에도 세트피스가 썩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세트피스보다 팀의 전체적인 경기 콘셉트, 그리고 경기 운영 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이는 현대 축구의 흐름에 역행하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이 세트피스에서만 20실점 이상을 내주고, 정작 세트피스 공격 찬스에서는 두드러진 장면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갔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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