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한화갤러리아 공개매수 속내는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4. 9. 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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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삼남의 공격적인 행보 눈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의 경영 행보가 심상찮다. 수백억원의 개인 자금을 투입해 자사주를 공개매수 방식으로 사들이기로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부사장)이 자사주를 공개매수 방식으로 사들이기로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한화갤러리아 압구정 명품관. (한화갤러리아 제공)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공개매수

보유 지분 19.8%로…‘책임경영’ 의지

한화갤러리아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9월 11일까지 한화갤러리아 보통주 3400만주를 주당 1600원에 공개매수한다. 공개매수 가격인 1600원은 한화갤러리아의 최근 1개월 종가 평균(1190원) 대비 34% 할증된 가격이다. 공개매수 의사를 밝힌 8월 23일 전날인 22일 종가(1303원)와 비교해도 23% 할증된 시세다. 공개매수는 모든 주주에게 일정한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동일한 조건으로 보유 주식에 대한 매도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다.

김 부사장이 공개매수하는 3400만주는 한화갤러리아 전체 보통주의 17.5%에 해당할 정도로 상당한 규모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김 부사장은 기존 지분 2.32%를 포함해 총 19.8%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지분이 대폭 늘어나지만 2대주주 자리에는 변함이 없다. 한화갤러리아 최대주주는 ㈜한화로 36.31%를 보유했다. 2대주주는 김동선 부사장(2.32%), 3대주주는 한화솔루션(1.39%)이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3월 한화갤러리아가 한화솔루션에서 인적분할돼 신규 상장된 이후부터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꾸준히 매수해왔다. 지난해 4월 5만주를 취득한 것을 필두로 올 5월까지 무려 140여차례에 걸쳐 지분을 매입했다. 그러다 이번에는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보유 지분을 대폭 늘리게 됐다. 김 부사장은 이번 공개매수를 위해 자신이 보유 중인 ㈜한화 보통주 126만여주를 담보삼아 한국증권금융에서 544억원 규모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김 부사장이 거액의 대출까지 받아가며 한화갤러리아 공개매수에 나선 배경은 뭘까.

한화갤러리아 실적 부진에 따른 일종의 ‘책임경영’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갤러리아는 올 2분기 연결 기준 45억원 영업손실을 거뒀다. 상장 후 첫 적자다. 한화갤러리아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291억원으로 전년(563억원) 대비 48%가량 감소했다.

한화갤러리아가 적자를 낸 것은 본업인 백화점 사업 경쟁력이 떨어진 탓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한화갤러리아의 백화점 시장점유율은 6.5%에 그쳐 지난해 말 대비 0.3%포인트 줄었다. 한화갤러리아 점유율은 2021년까지만 해도 8.1%에 달했지만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2022년 7.8%, 지난해 6.8%로 매년 하락세다. 간판 점포인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은 전국 백화점 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수원 광교점도 매출이 급감하면서 20위권 밖으로 추락했다. 주력 사업인 백화점 사업이 부진을 겪으면서 한화갤러리아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호텔 사업도 분위기는 다르지 않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2분기 영업손실 3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0억원 이상 적자폭이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191억원으로 적자폭이 46% 증가했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에서는 여러 얘기가 나돈다. 애초 백화점, 호텔 부문이 한화그룹 주력 사업이 아닌 만큼 점유율이 미미한 것은 사실이지만, 김 부사장이 햄버거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로봇, 푸드테크 등 신사업에 주력하는 사이 유통업 경쟁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국내 시장에 미국 3대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선보였다. 파이브가이즈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23개 국가에서 18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글로벌 햄버거 브랜드다. 파이브가이즈 브랜드 유치부터 서울 강남대로 1호점 개점까지 김 부사장이 직접 진두지휘했다. 한화갤러리아는 향후 5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15개 넘는 매장을 연다는 구체적인 청사진까지 내놨다.

로봇 사업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한화 FA사업부 내 협동로봇, 자율주행로봇, 무인운반로봇 등의 사업을 분리해 로봇 전문기업 한화로보틱스를 출범시켰다. ㈜한화가 지분 68%,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32%를 보유했다. 한화로보틱스는 서비스 로봇 역량을 호텔, 백화점, 외식 등 그룹 내 유통 사업에 접목시켜 시너지를 낸다는 포부다.

이뿐 아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외식사업부문 자회사인 ‘더테이스터블’의 사명을 한화푸드테크로 바꾸고 푸드테크 사업 강화에 나섰다. 김동선 부사장은 “향후 식음 서비스 산업 성패는 푸드테크 활용에 달려 있다”며 기대에 부풀었다.

여세를 몰아 김 부사장은 한화그룹 내 유통부문 청사진을 그리기 위한 조직도 새로 꾸렸다. 지난 8월 1일자로 단행된 조직 개편을 통해 미래비전TFT(태스크포스팀)를 신설했다. 김 부사장 직함도 전략본부장에서 미래비전총괄로 바뀌었다. “미래비전총괄은 단순 신사업을 검토하는 수준이 아닌, 한화갤러리아의 청사진을 그리는 상위 개념”이라는 것이 한화갤러리아 측 설명이다. 미래비전TFT에는 김 부사장의 미국 다트머스대 동문인 우창표 전 코너스톤파트너스 대표까지 영입하면서 공을 들였다.

한화갤러리아는 전략본부 아래 F&B(식음료)신사업추진실도 신설했다. F&B신사업추진실장은 오민우 에프지코리아 대표가 맡았다. 오 대표는 김 부사장과 함께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도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F&B신사업추진실은 향후 ‘제2의 파이브가이즈’를 발굴하는 데 방점을 둘 예정이다.

‘본업 소홀’ 지적 적잖아

갤러리아 주가 상승 견인할지 관심

이처럼 조직 개편까지 단행하면서 유통업계에서는 김 부사장이 신사업 발굴에만 신경 쓴다는 지적이 팽배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본업 강화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게 이번 지분 매입을 바라보는 재계 시선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적자전환이라는 위기 속에서 책임감을 갖고 회사를 성장시켜나가겠다는 의지”라고 밝혔다. 한화갤러리아 측은 “이번 매수로 시장에서 유통되는 한화갤러리아 지분이 60%에서 42.5%로 줄어든다. 주식 공급이 줄어 장기적으로는 주가 상승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개매수 소식이 알려진 후 한화갤러리아 주가가 8월 23일 하루에만 16% 가까이 급등했다.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태양광·우주항공·석유화학),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금융), 삼남 김동선 부사장(유통·로봇 등)의 후계 구도도 더욱 명확해진다.

다만 아직 갈 길은 멀다. 500억원 넘는 대출까지 받아 공개매수에 나섰지만 한화갤러리아의 핵심 사업인 백화점 업황 반등이 쉽지 않다는 점이 변수다. 주식담보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내년 한화갤러리아 주가가 지금보다 낮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연스레 주식담보대출 상환 압박이 커지는 한편 김 부사장 리더십도 흔들릴 수 있다.

“한화갤러리아가 적자를 내고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한화그룹 유통부문을 진두지휘하는 김동선 부사장이 공개매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만 백화점 업황이 워낙 좋지 않은 만큼 백화점 등 본업과 신사업 경쟁력을 함께 높이는 쌍끌이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의 귀띔이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5호 (2024.09.03~2024.09.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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