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젊어진 더현대…2030 홀린 ‘세 가지’
롯데, 신세계, 현대.
국내 백화점 시장을 삼분하는 ‘백화점 빅3’다. 순위는 보통 매출로 판가름 난다. 1·2위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국내 최대 매출 점포 강남점을 보유한 신세계를 1위로 봐야 한다는 의견, 점포 수가 가장 많고 전체 매출이 큰 롯데가 1위라는 주장도 있다. 사이에서 현대백화점은 늘 논외로 여겨졌다.
하지만 수익성으로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요즘 분위기가 제일 좋은 곳은 ‘현대백화점’이다. 백화점 빅3 중 올해 2분기 유일한 영업이익 증가에 성공하며 업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불황으로 백화점 수익성에 의문 부호가 붙는 요즘, 현대백화점 선전은 더 돋보인다.
상반기 최고 매출 증가 ‘더현대 서울’
현대백화점 올해 2분기 백화점 부문 매출은 6119억원, 영업이익은 71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영업이익은 15.8% 증가했다.
백화점 빅3 중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어난 건 현대백화점이 유일하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2분기 매출은 8361억원으로 0.7%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589억원으로 전년(647억원)보다 9% 감소했다. 신세계백화점도 비슷한 상황이다. 매출액이 6417억원으로 2.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818억원으로 전년(921억원) 대비 11% 넘게 빠졌다.
현대백화점 실적 개선을 ‘더현대’가 주도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은 올해 상반기 국내 70개 백화점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점포다.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한 6016억원으로 집계됐다. 백화점 전체 평균 성장률(2.1%)을 훌쩍 웃돈다.
‘젊어진 고객층’도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10대부터 30대까지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낮은 고객 중심으로 방문이 늘어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젊은 층 고객이 수익성 관점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가 있다. 스포츠와 영패션 등 마진율이 높은 카테고리의 주 고객이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스포츠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대비 9%, 영패션은 10% 가까이 늘어나며 호실적을 쌍끌이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 고객이 많은 리빙은 전년 대비 매출이 줄었다.
“넓고 부담 없고 트렌디하다”
젊은 세대는 왜 유독 현대백화점을 선호할까.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크게 3가지 이유를 내놓는다.
먼저, ‘깨끗하고 넓다’는 인식이다. 2021년 2월 문을 연 더현대 서울은 가장 최근에 영업을 시작한 ‘신축’ 백화점이다. 서울 내 단일 건물로는 가장 규모가 큰 백화점이다. 10년 이상 영업을 해온 여타 서울 내 백화점과 비교하면 내외부가 세련되고 쾌적할 수밖에 없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 다른 유통 채널을 보유한 신세계·롯데와 달리 현대는 백화점에만 집중하는 구조”라며 “기존에도 ‘프리미엄’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더현대 개점 이후 젊은 세대 사이에서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한층 더 확산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편안한 쇼핑’이다. 젊은 세대에게 백화점은 왠지 모를 거리감이 드는 단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를 시작으로 ‘백화점’이라는 명칭을 떼어내며 심리적 진입 장벽을 낮췄다. 젊은 층 사이에선 ‘쿨하다’는 이미지가,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서울을 대표하는 상업 공간’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더현대 성공 이후 여타 기업도 하나둘 백화점이라는 말을 빼기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은 경기점 리뉴얼 이후 새 점포명을 ‘신세계 사우스시티’로 정했다. 롯데쇼핑도 롯데백화점 수원점과 롯데몰 수원점을 통합한 후 ‘타임빌라스 수원’이라 이름 붙였다.
단순히 이름에서만 백화점을 없앤 것이 아니다. 갖가지 체험 공간을 마련해 ‘쇼핑’으로 굳어진 백화점 인식을 희석시킨다. 올해 7월 더현대 서울이 처음 선보인 초대형 휴양 공간 ‘포지타노의 태양’이 대표적이다. 매장 내부 대형 태양 조형물을 중심으로 레몬나무와 파라솔, 선베드를 설치했다. 가운데 공간은 포지타노 골목길 여름 마켓으로 꾸몄다. 수제 젤라또와 와인, 발사믹 식초 등 이탈리아 대표 기념품 50여종을 판매한다. 포지타노 거리 악사를 콘셉트로 한 버스킹 공연, 이탈리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문화센터 강좌 등 여러 체험형 콘텐츠도 전국 16개 점포에서 선보인다.
셋째, ‘트렌드 세터’라는 이미지다. 현대백화점은 젊은 층의 최신 유행 트렌드를 발 빠르게 포착한 ‘팝업스토어 성지’로 유명하다. 계속 바뀌는 점포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Z세대가 계속 백화점에 방문할 유인이 된다. 올해 팝업 중에서는 ‘버추얼 아이돌 팝업’을 꼽을 수 있다. 더현대 서울은 올해 3월 ‘플레이브’ ‘이세계아이돌’ ‘스텔라이브’ 등 인기 버추얼 아이돌 세 팀의 릴레이 팝업을 진행했다. 굿즈와 앨범을 판매하는가 하면 업계 최초 버추얼 아이돌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버추얼 아이돌 팝업 한 달 매출은 약 70억원이었다. 일반적인 패션 브랜드 팝업스토어 매출이 10억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5월에는 인기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팝업이 연거푸 열려 화제가 됐다. 일본 애니메이션 ‘하이큐!!’ 팝업은 사전 예약 개시 직후 5000명 넘는 인원이 대기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인기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관련 기획상품(MD)을 판매한 팝업은 매일 1000명으로 입장 인원을 제한하면서 아침마다 입구부터 200m 넘는 대기줄을 세웠다.
계속되는 젊은 층 공략
“인기 스포츠·맛집 넣어라”
현대백화점 하반기 실적을 놓고도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진다. 화재 사고가 발생했던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이 영업을 재개했고 외국인 매출 비중이 전년 대비 6%포인트 오르는 등 K-관광 호재도 유효하다.
젊은 고객 공략을 위한 노력도 계속된다. 영패션·스포츠 브랜드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입점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4월 중동점에는 프리미엄 짐웨어 브랜드 ‘에이치덱스(HDEX)’ 매장을 열었다. 지난 2022년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된 첫 오프라인 팝업 성공 후 정식 입점에 나섰다. 당시 국내 유명 헬스 유튜버 ‘김계란’ 등 인플루언서와 1만명 넘는 고객이 매장을 찾는 등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올해 8월 판교점은 팝아트 아티스트인 ‘크랙앤칼’의 골프웨어 브랜드 ‘크랙앤칼골프’ 매장을, 더현대 대구에서는 프랑스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을 잇따라 선보였다. 목동점 별관에도 글로벌 테니스 브랜드 ‘윌슨’ 매장을 새로 열 예정이다.
MZ세대 관심이 높은 최신 유행 디저트·베이커리 브랜드를 계속 들여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현대 서울은 올해 8월에만 유명 브랜드 두 곳의 매장을 잇따라 열었다. 최근 벨기에 프리미엄 초콜릿 ‘고디바’의 베이커리 브랜드 ‘고디바 베이커리’ 국내 1호 매장을 선보였다. 일본 도쿄에 이은 전 세계 두 번째 점포로 오픈 3일 동안 하루 평균 500명이 넘는 고객이 다녀갔다. ‘깨 먹는 티라미수’로 유명한 ‘하트티라미수’ 역시 올해 8월 1호점을 열었다. 기존 티라미수와 달리 겉면에 있는 초콜릿 코팅을 깨서 먹는 방식과 하트 모양 패키지로 SNS상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5호 (2024.09.03~2024.09.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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