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관·공보의 응급실 땜질..."위급 상황에서 환자 받기 무서울 것"
[박수림 소중한 기자]
▲ 4일 오후 서울의 한 병원에서 환자가 구급차를 바라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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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보건의사(공보의) A씨는 정부의 '군의관·공보의 250명 응급실 파견' 방침을 듣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지방공공의료원 응급실에서 복무 중인 그는 지난 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응급실에 필요한 건 응급의학과 전문의"라면서 "정부의 군의관·공보의 파견 결정은 실효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최근 정부는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대형 병원에 군의관·공보의 8차 파견을 결정했다. 4일 강원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아주대병원, 이대목동병원, 충북대병원 등 5곳에 군의관 15명을 우선 배치하고, 오는 9일부터는 군의관·공보의 235명을 위험기관 중심으로 추가 배치한다.
▲ 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응급실 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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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뇌경색, 급성폐렴 등으로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던 구아무개(76)씨 부부는 "오늘 아침 뉴스를 보면 응급실이 잘 안 돌아간다고 하더라"라며 "당장 이 병원도 일주일에 한 번(수요일)은 응급실 야간 진료를 안 한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언제든지 다치거나 아파서 병원에 올 수 있는데..."라고 걱정했다.
외래 진료를 보고 나가던 이아무개(80)씨 모녀는 "요즘 '이번 추석에 우리 가족이 아파서 응급실에 가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떡하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미숙한 의사가 진료를 봐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솔직히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이아무개(31)씨도 "최근 대통령이나 보건복지부 설명과는 달리 응급상황이 오면 제때 치료를 못 받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와 의사들의 의견이 대립하는 사이, 제일 피해를 보는 건 시민들 아니겠나"라고 되물었다.
▲ 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응급실 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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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공보의 대부분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자주 하는 '기관 삽관(호흡이 힘든 응급환자의 기관 내로 튜브를 넣어 기도를 확보하는 것)' 등 생명과 직결된 술기(의사의 손기술)에 익숙하지 않다. 위험한 순간에 즉시 처치해야 하는데 (이런 술기는) 공보의가 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이전 파견 때는 응급실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로 갔다면, 이번 파견은 폐쇄될 위기의 응급실에서 책임자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술기가 부족한 상태로 응급실에 파견돼 환자를 받으면, (공보의 입장에선) 환자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의 전원 요청 때 그 환자를 받기가 무서울 것"이라고 전했다.
A씨는 "파견을 가지 않고 남는 공보의들도 업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원래대로라면 공보의 1명이 1개 보건지소에 상주하면서 한 마을 주민을 담당해야 하는데, (공보의가 모자라) 이미 현재도 많은 공보들이 2~3개의 보건지소를 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 마을 주민들을 1명의 공보의가 담당하면 환자가 제때 진료를 보기가 어렵고, 상태가 악화한 후 진료를 보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며 "이는 결국 악순환의 반복"이라고 덧붙였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은 현 상황을 두고 "정부가 단순히 응급실 인원수를 채우는 용으로 공보의와 군의관을 들러리 세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어 "앞서 파견 초창기부터 저희가 가진 생각, 입장, 우려 등을 여러 언론사를 통해 표현했으나 (정부 측은 이를) 반영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열악한데... 군의관 파견에 우려"
군의관 상황 역시 공보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군에서 복무 중인 군의관 인력도 넉넉한 게 아니다"라며 "군의관들은 각 사단에서 응급 진료를 위해 당직 근무 등을 하는데, 근무 순번이 빠르게 돌아가는 등 남은 군의관들의 업무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군도 의료 역량이 부족한데 군의관 파견까지 이어지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 4일 오후 서울의 한 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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