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 차관 발언에…의협 "망언에 경악"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의 응급실 현황 등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4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향해 “이젠 의사 흉내까지 낸다”라며 날을 세웠다. 박 차관이 이날 라디오방송에 나와 ‘환자 본인이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이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는 것이다.

의협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박 차관의 망언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라며 “국가의 보건의료를 관장하는 자가 이렇게 무지한 발언을 일삼는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경·중증 판단은 의사들도 하기 쉽지 않은 것”이라며 “실제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경증으로 진단받았다가 추가 검사로 중증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 반대 또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화 사실만으로 경증을 판단할 수 있다면 의사들은 ‘레드 플래그 사인’(위험 신호)을 왜 공부하겠는가”라며 “전화로 쉽게 경·중증 판단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면 현재 국정운영의 상태가 중증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정부가 진정 우리나라 의료를 살리기를 원한다면 박 차관을 비롯해 우리나라 의료를 이렇게 만든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 경질하고, 더 늦기 전에 현 사태 해결을 위해 의료계와 함께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차관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환자 본인이 증상의 중증을 판단할 수 없지 않겠냐’는 진행자 질문에 “본인이 전화해서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경증이라고 이해를 하시면 된다”고 답했다.

박 차관은 이날 오후 열린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이 발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렇게) 너무 브로드하게(넓게) 말씀드리면 오해가 있을 수는 있다”라며 “일반화한 발언이었고, 의식이 있다고 해서 다 경증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는 등 지난 2월 의정갈등이 본격화한 뒤 박 차관과 같은 정부 고위 관료를 향한 의료계 비판은 반복되고 있다. 박 차관은 지난 2월 브리핑에서 의사를 ‘의새’로 잘못 발음해 의료계에서 조롱 대상이 됐다. 4월엔 일부 전공의가 기자회견을 열고 박 차관에 대한 경질을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