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은 줄었어도…젊어진 국내 최대 미술장터, 프리즈ㆍ키아프 개막

권근영 2024. 9. 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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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서울 7일까지, 키아프는 8일까지
프리즈 서울 입구에 자리잡은 글래드스톤 갤러리에서 아니카 이의 작품을 보는 관객들. 조각 '방산충'(2023)은 첫날 낮에 판매됐다. 연합뉴스


20만 달러(약 2억 7000만원)에 나온 아니카 이의 조각 여러 점은 개막 두 시간 만에 새 주인을 찾았다. 뉴욕ㆍ브뤼셀ㆍ서울 등에 지점을 둔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전날 리움미술관에서 아시아 첫 개인전을 시작한 한국계 미국 미술가의 대표작 ‘방산충’(2023)을 간판 작품으로 앞세웠다. PKM갤러리는 유영국의 전성기 회화를 20억원에 판매했다. 독일 화랑 스프루스 마거스는 조지 콘도의 신작 ‘자화상’을 200만 달러(27억원)에, 이탈리아 화랑 로빌란트 보에나는 앤디 워홀의 대작을 500만 달러(67억원)에 내걸어 눈길을 잡았다.

독일 화랑 스프루스 마거스는 조지 콘도의 신작 '자화상'을 내놓았다. 뉴스1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Frieze) 서울’이 한국국제아트페어 ‘키아프(Kiaf) 서울’과 나란히 개막했다. 4일은 VIP 프리뷰, 일반 공개는 5일 오후 3시부터다. 아트바젤과 함께 세계 양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는 2022년 아시아 처음으로 서울에 진출하면서 한국 미술시장 도약의 발판을 만들었다. 10년 넘게 4000억원대 규모로 제자리 걸음하던 국내 미술시장 규모가 그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프리즈 서울에는 4일간 7만명, 5일 동안 열린 키아프 서울에는 8만명이 방문했다. 그러나 600억원에 달하는 피카소 회화나 자코메티 조각까지 등장한 첫해의 흥분은 가셨다.

데이빗 즈워너 갤러리는 구사마 야요이의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 호박과 같은 시리즈의 회화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뉴스1


고가의 대작을 찾기는 어려워졌지만, 그 동안 국내에 덜 소개된 작가들의 작품이 많아 지루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올해로 세 번째인 프리즈 서울(7일까지)에는 지난해 120여 곳보다 소폭 감소한 국내외 110여개 화랑이 참여했다. 세계 최대 갤러리인 가고시안은 마우리치오카텔란의 평면 작업을 앞세웠다. 취리히ㆍ뉴욕ㆍ홍콩 등에 지점을 둔 하우저앤워스는 이달 말 도쿄 모리미술관 회고전을 앞둔 루이즈 부르주아의 조각과 호암미술관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여는 니콜라스 파티의 삼면화로 눈길을 잡았다. 이중 파티의 그림은 35만 달러(4억 7000만원)에 아시아의 개인 소장가에게 팔렸다.

런던ㆍ밀라노 등지의 로빌란트 보에나는 앤디 워홀의 대형 작품을 500만 달러 가량에 내걸어 눈길을 잡았다.뉴스1


지난해 구사마 야요이의 회화 '붉은 신의 호박'을 개막 첫날 77억원 넘는 가격에 판매했던 데이빗 즈워너는 올해도 구사마의 호박 조각과 회화 중심의 부스를 꾸렸지만 구매자를 찾지 못했다. 갤러리현대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조각 실험을 보여주는 전준호 개인전으로 부스를 꾸몄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올해 신규 참가 갤러리는 23곳이며 상당수가 이번이 서울에서 첫선을 보인다는 점에서 프리즈 서울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학고재갤러리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를 200만 달러에 내놓았다. 뉴스1


고미술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주요 걸작을 소개하는 '프리즈 마스터스'도 올해는 아시아 갤러리들에 초점을 맞추면서 한결 차분해졌다. 가나아트는 김환기의 청색 회화 '새벽별'(1964)을, 학고재는 백남준의 비디오 설치를 앞세웠다. '포커스 아시아' 섹션은 아시아에서 설립 12년 이하 갤러리들이 참여해 10명 작가의 개인전 형태로 꾸렸다. 프리즈 서울에 매회 참석한 미국의 아트 어드바이저 일레인 양은 "포커스 아시아를 중앙에 배치, 익숙한 이름값의 작가들보다는 참신한 작가와 작품을 보여준 것"을 올해 프리즈 서울의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뉴욕의 한 갤러리 관계자는 ”광주비엔날레로 이어지는 일정 덕분인지 올해는 미국 뉴뮤지엄이나 허쉬혼 등 미술관 관계자들이나 동남아에서 온 손님 등 참가자들의 범위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갤러리 페로탕의 무라카미 다카시 작품은 젊은 관객들의 포토존이 됐다. 연합뉴스


국내 최대 미술시장이 열렸지만, 경기 전망은 좋지 않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는 최근 ‘2024년 상반기 미술시장 분석 보고서’를 통해 올 상반기 국내 경매사의 낙찰총액이 695억 71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45% 하락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이어지는 침체 속에 프리즈 서울만의 특성화가 필요하다“며 특히 중국 미술 시장의 추락을 경계했다.

'프리즈 서울 마스터스'에 가나아트가 내놓은 김환기의 '새벽별'(1962). 연합뉴스


새로운 것에 대한 경탄과 흥정이 오가는 아트페어의 활기가 불황의 그림자를 떨칠 수 있을까. 가고시안의 아시아 총괄 디렉터 닉 시무노비치는 ”숫자만 보면 아트 바젤 홍콩의 매출이나 50년 가까운 브랜드를 따라가긴 어렵겠지만, 프리즈 서울은 서울시나 광주비엔날레 등 기관과의 협업 속에서 놀라운 성장을 보이고 있기에 우리는 계속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갤러리현대는 프리즈 서울 부스를 전준호 작가의 신작 위주 개인전으로 꾸몄다. 연합뉴스


한국화랑협회가 여는 키아프 서울(8일까지)에는 국내 22개국 206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이 중 국내 화랑은 132곳이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은 “지난해보다 행사장 공간은 넓혔지만 심사를 까다롭게 해 참가 갤러리 수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메인 섹션인 ‘갤러리 섹션’에는 165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국제갤러리는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 리안갤러리는 김택상을 선보였다. 개인전 형태로 한 작가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솔로 섹션'이나 최원정ㆍ양민하 등 미디어 아트와 퍼포먼스 작가들의 특별전인 ‘키아프 온 사이트’ 등 볼거리에도 신경 썼다. 프리즈ㆍ키아프 통합 입장료 8만원.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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