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쳤구나"vs"가뭄에 단비"…다시 꺼낸 '임시공휴일' 카드 먹힐까

이우림 2024. 9. 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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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기대보다 내수 회복에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자 정부가 ‘임시공휴일’ 카드를 꺼내 들었다. 팍팍한 지갑 사정에 추가로 돈 풀 여력은 없고, 그렇다고 경제성장률 발목을 잡고 있는 내수 부진을 내버려 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예기치 않은 휴일이 생기자 직장인과 소상공인·자영업자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린다. 실효성을 둘러싸고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10월1일 국군의날(화요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9월 말~10월 초 징검다리 휴일이 생기게 됐다. 이틀 뒤인 10월3일(목요일) 개천절도 휴일이기 때문에 9월30일(월요일)과 10월2일(수요일), 10월4일(금요일) 연차를 쓸 경우 최장 9일간 연휴를 즐길 수 있다.


여름철 특수 놓친 펜션업계 “가뭄 속 단비”


이런 소식에 먼저 반색한 건 여행·유통업계다. 강원도 속초에서 6년째 스머프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박종천(49)씨는 “가뭄 속 단비 같다”고 말했다. 7~8월 여름철 특수를 기대했지만 궂은 날씨와 폭염, 해외 여행 증가 등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이 30%나 꺾여서다. 박씨는 “숙박·펜션업 입장에선 일단 연휴가 많을수록 좋다. 추석에 이어 임시공휴일까지 기회가 두 번 생긴 상황”이라며 “여름철 특수를 못 누린 부분을 상쇄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도 “다소 촉박하게 지정되긴 했지만 숙박세일페스타와 맞물려 국내 여행이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추석 연휴 기간에 사용할 수 있는 비수도권 지역 숙박 할인권 20만장을 배포하고 있다. 9월 9일~10월 13일 입실하는 국내 숙박시설에서 사용할 수 있어 이번 임시공휴일이 낀 연휴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유통업계도 화색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연휴가 길어지면 해외로 나갈 수 있어 걱정이 좀 되지만 이번엔 퐁당퐁당 연휴라 나눠서 짧게 휴가를 쓰지 않을까 싶다”라며 “평일보다 연휴에 매출이 오르기 때문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피스·대학가 “또 연휴…속 탄다”


다만 오피스·대학가 상권 내 영세 자영업자들은 울상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노모(47)씨는 “임시공휴일 지정 소식을 듣고 절망했다. 9월(추석)에 이어 10월도 공쳤구나 싶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손님 대부분이 학생과 젊은 직장인이라는 노씨는 “휴가철이나 휴일에는 썰물 빠지듯 사람들이 빠져나간다. 8월에도 매출이 작년 대비 20% 빠져 가게 월세를 못 냈는데 속이 탄다”라고 말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희비가 갈렸다. 법정 공휴일 아닌 임시공휴일일 경우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 등은 의무적으로 쉴 수 있지만, 중소기업 등 민간기업과 자영업자는 권고 대상이어서 혜택을 누리지 못할 수 있어서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결국 공무원과 대기업 직장인들만 쉬라는 거 아니냐”라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각계각층의 입장이 다르다 보니 내수 진작 효과를 두고서도 전문가들 입장이 분분하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인한 내수 진작 효과가 4조2000억원이라고 추산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13년 공휴일에 공장을 돌리지 못하면 28조원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올해처럼 내수 활성화를 목적으로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던 지난해의 경우엔 효과가 미미했다는 평가다. 당시 9월 28일~10월 3일까지 6일간의 연휴가 생겼다. 하지만 당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소비·투자 3대 지표가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매업태별로 보면 슈퍼마켓·잡화점에서 판매가 6.4%, 백화점에서 0.1% 줄었는데 정부는 “고금리 영향에 소매판매가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올해도 고금리에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아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년 전과 사정이 달라졌다는 의견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작년과 비교하면 시중금리가 소폭 내려갔고, 연준의 피벗(금리 인하) 기대감도 있어 상황이 좀 나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1년 전 물가상승률이 3%대 후반을 기록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2%대로 떨어지면서 지갑 사정이 상대적으로 좋아진 편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관광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워낙 내수가 안 좋으니 단기 대책으로 펼칠 수 있는 카드”라며 “소비 진작 쿠폰 등 정부 지원이 좀 더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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