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피의자 73%가 10대”…다시 불붙는 ‘촉법소년’ 논란

최은희 2024. 9. 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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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여가위 소집 딥페이크 성범죄 현안 질의
범정부 차원 대책 주문…촉법소년 나이 기준 하향 요구도
엄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관이 4일 오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기술적 대응 방안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해 허위 성착취물을 만드는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성범죄가 10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란이 불붙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도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의 73%가 10대인만큼, 가해자 촉법소년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4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책을 점검하기 위한 긴급 현안 질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는 여성가족부 장관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신영숙 차관을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딥페이크는 사람의 이미지나 음성 등을 합성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의미한다. 음란물에 얼굴을 합성해 가짜 영상물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사진이나 영상의 진위 여부 판단이 어렵다. 국내에서도 해당 기술을 악용한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서울대와 인하대 등 100개 이상 학교에서도 여학생 사진을 합성한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가 드러났다. 이중 중·고교생 등 미성년자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군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 텔레그램방도 운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이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1월~7월 사이 입건된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 178명 중 10대 청소년은 131명(73.6%)에 달한다. 김병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은 “통계를 보면 2021년 이후 올해까지 딥페이크 범죄는 해마다 증가 추세”라며 “특히 올해 7월까지는 전년 동기 월 대비 4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딥페이크 성범죄에 범정부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여가위 국민의힘 간사인 서범수 의원은 “각 부처의 역할도 있지만 각자 역할을 총괄하고 피드백을 해줘야 시너지 효과가 난다”며 딥페이크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디지털 성폭력 컨트롤타워가 돼야 하는 여가부가 중심을 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여가부에 실질적인 제한조치 권한도 부족하고 방통위 등 기관 간 업무 협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 보호와 2차 가해 방지에 힘써달라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해자들이 경찰에서 ‘(텔레그램) 서버가 해외에 있어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으면 목숨 끊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겠나”라며 경찰에 적극적인 피의자 추적·단속을 촉구했다. 교사 출신인 백승아 민주당 의원은 일부 학교가 피해예방 명목으로 여학생들에게만 소셜미디어(SNS)에서 사진을 내리도록 하거나 피해자 익명성을 보장하지 않은 채 현황을 조사하는 점을 지적하며 “피해자들이 겁내지 않고 피해 사실을 밝힐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딥페이크 범죄 피의자의 연령대를 세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예전에는 유명인이 딥페이크 범죄의 주요 피해자였으나, 현재는 어린이·청소년·학생”이라며 “피의자의 70% 이상이 10대고, 4년 만에 (허위 영상물 관련 피의자 통계가) 2.5배 늘었다는 부분도 굉장히 심각하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10대라고 했을 때 촉법소년이냐 아니냐에 따라서도 그 처벌의 수위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현재 통계는 한꺼번에 10대로 뭉뚱그려졌다. 앞으로 좀 더 세분화해서 내주실 수 있나”라고 주문했다. 이에 김 국장은 “향후 촉법소년인지 아닌지 여부를 구분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 의원은 또 “딥페이크 범죄는 엄연한 성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라며 “앞으로 법무부에서도 활발한 논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형사 책임을 지지 않는 촉법소년 범위를 좁혀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행법상 촉법소년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청소년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사회봉사나 소년원 송치 등 소년법상의 보호 처분을 받는다. 10세 미만은 형사처벌과 보호 처분의 대상이 되지 않아 입건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정치권·교육계에선 오래전부터 기준 연령을 낮추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관련 논의에 힘이 실리진 못했다. 지난 2022년 법무부가 촉법소년 나이 기준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소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학계·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은 정확한 통계와 실태분석에 따른 정책적 숙고 없이, 부정적 여론에 편승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촉법소년 기준 연령 하향 철회를 요구했다.

이번 딥페이크 사태를 계기로 촉법소년 연령 하향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부처 긴급 현안보고’에서 “촉법소년 연령인 사람도 많을 수밖에 없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입법을 위한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 입법에 앞장선 바 있다.

교육부도 딥페이크 범죄를 관련 논의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배동인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지난달 28일 ‘학교 딥페이크 대응 브리핑’에서 가해자 대부분이 촉법소년에 해당해 처벌이 미약하다는 질의에 “촉법소년 연령 하한이 이번 기회에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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