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침체 우려, 다시 아시아 증시 덮쳤다…코스피 2600선 붕괴

이병준 2024. 9. 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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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전장 대비 83.83포인트(3.15%) 내린 2,580.8으로 마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연합뉴스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 아시아 증시를 덮쳤다. 4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3.15% 빠진 2580.8로 마감하며 2600 아래로 주저앉았다. 코스닥 지수도 3.76% 내린 731.75를 기록했다. 두 시장 모두 지난달 5일 ‘블랙 먼데이’ 이후 한 달 만의 최대 낙폭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65조원, 코스닥 시장에서 14조원 등 하루에만 총 79조원이 증시에서 증발했다.

이날 코스피 종목은 937개 중 862개가 하락세로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5% 내리며 가까스로 7만원에 멈춰섰고, SK하이닉스는 8% 급락하는 등 반도체주의 타격이 컸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미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 착수 등으로 엔비디아 주가가 9.5% 빠지며 반도체 투심이 얼어붙은 영향이 컸다. 네이버(-4.7%), 카카오(-5.7%) 등 주요 종목 대부분도 코스피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

엔비디아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관투자자는 1조1110억원, 외국인 투자자는 955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가장 많이 거래된 건 일명 ‘곱버스’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200선물인버스2X’였다. 이는 코스피200 선물 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두 배 추종하는 상품으로, 차익 실현을 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이 45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4일 달러당 원화 가치는 전날 대비 0.80원 하락한(환율상승) 1,342.2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4.24%), 대만 가권(자취안) 지수(-4.52%), 중국 상해종합주가지수(-0.67%), 홍콩 항셍지수(-1.1%)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에 더해 지난달 초와 같이 인공지능(AI) 거품론, 엔캐리 트레이드(저렴한 엔화로 산 해외자산을 되파는 현상) 청산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지난달 말 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함께 AI 고점론이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매출 증가율이 올 3분기에 고점(21%)을 기록하고 4분기부터 18%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모건스탠리는 “AI 산업 투자 랠리는 영원하지 않다. 결국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3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5개월 연속 하락했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금리 인상 기조를 재차 확인하면서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3일 다우 지수(-1.51%)는 물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2.12%), 나스닥 지수(-3.26%)가 동반 하락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장은 “계절적으로 (휴가철인) 8월엔 고용 데이터가 안 좋게 나온다”며 “미국 대선이 다가올수록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지표가 더 둔화할 가능성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불거지는 금융투자소득세 이슈가 투자 심리를 억누르면서 낙폭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결국 고용 지표가 중요”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메니피(Menifee)에서 작업자들이 단독주택을 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이날 증시 급락은 실제로 경기 침체 우려 가능성이 커졌기보다는, 투자 심리가 악화한 탓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팀장은 “오는 6일 발표되는 미국 8월 비농업 고용자수가 시장 예상처럼 16만명 정도로 나오고, 실업률도 4.2% 수준으로 떨어지면 침체 우려가 줄어들 수 있다. 결국 고용 지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엔캐리 트레이드의 경우 1차 청산이 됐기에 2차 청산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경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면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과 큰 폭의 달러 약세 가능성도 낮아져 투자 심리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4일엔 미국 구인·이직 보고서가, 5일엔 미국 8월 ISM 비제조업 PMI가, 6일엔 미국 8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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