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침체 우려, 다시 아시아 증시 덮쳤다…코스피 2600선 붕괴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 아시아 증시를 덮쳤다. 4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3.15% 빠진 2580.8로 마감하며 2600 아래로 주저앉았다. 코스닥 지수도 3.76% 내린 731.75를 기록했다. 두 시장 모두 지난달 5일 ‘블랙 먼데이’ 이후 한 달 만의 최대 낙폭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65조원, 코스닥 시장에서 14조원 등 하루에만 총 79조원이 증시에서 증발했다.
이날 코스피 종목은 937개 중 862개가 하락세로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5% 내리며 가까스로 7만원에 멈춰섰고, SK하이닉스는 8% 급락하는 등 반도체주의 타격이 컸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미 법무부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 착수 등으로 엔비디아 주가가 9.5% 빠지며 반도체 투심이 얼어붙은 영향이 컸다. 네이버(-4.7%), 카카오(-5.7%) 등 주요 종목 대부분도 코스피보다 더 크게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관투자자는 1조1110억원, 외국인 투자자는 955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가장 많이 거래된 건 일명 ‘곱버스’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200선물인버스2X’였다. 이는 코스피200 선물 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두 배 추종하는 상품으로, 차익 실현을 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이 45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4일 달러당 원화 가치는 전날 대비 0.80원 하락한(환율상승) 1,342.2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4.24%), 대만 가권(자취안) 지수(-4.52%), 중국 상해종합주가지수(-0.67%), 홍콩 항셍지수(-1.1%)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에 더해 지난달 초와 같이 인공지능(AI) 거품론, 엔캐리 트레이드(저렴한 엔화로 산 해외자산을 되파는 현상) 청산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지난달 말 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함께 AI 고점론이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매출 증가율이 올 3분기에 고점(21%)을 기록하고 4분기부터 18%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모건스탠리는 “AI 산업 투자 랠리는 영원하지 않다. 결국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3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5개월 연속 하락했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가 금리 인상 기조를 재차 확인하면서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3일 다우 지수(-1.51%)는 물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2.12%), 나스닥 지수(-3.26%)가 동반 하락했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장은 “계절적으로 (휴가철인) 8월엔 고용 데이터가 안 좋게 나온다”며 “미국 대선이 다가올수록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지표가 더 둔화할 가능성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불거지는 금융투자소득세 이슈가 투자 심리를 억누르면서 낙폭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결국 고용 지표가 중요”
다만 이날 증시 급락은 실제로 경기 침체 우려 가능성이 커졌기보다는, 투자 심리가 악화한 탓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팀장은 “오는 6일 발표되는 미국 8월 비농업 고용자수가 시장 예상처럼 16만명 정도로 나오고, 실업률도 4.2% 수준으로 떨어지면 침체 우려가 줄어들 수 있다. 결국 고용 지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엔캐리 트레이드의 경우 1차 청산이 됐기에 2차 청산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경기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면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과 큰 폭의 달러 약세 가능성도 낮아져 투자 심리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4일엔 미국 구인·이직 보고서가, 5일엔 미국 8월 ISM 비제조업 PMI가, 6일엔 미국 8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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