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에서 성악가로' 獨바리톤 벤야민 아플 첫 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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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바리톤 벤야민 아플은 경영학을 전공하고 은행원으로 일하다 성악가가 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어렸을 때부터 합창단원으로 열심히 활동했지만 성악가가 돼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꿈은 엄두도 내지 않았다.
아플은 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삶을 바꾼 결정적인 순간을 이같이 설명했다.
아플은 뒤늦게 삶의 진로를 바꿨지만 독일의 전설적인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를 스승으로 모시는 큰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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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 바리톤 피셔-디스카우의 마지막 제자
독일의 바리톤 벤야민 아플은 경영학을 전공하고 은행원으로 일하다 성악가가 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어렸을 때부터 합창단원으로 열심히 활동했지만 성악가가 돼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꿈은 엄두도 내지 않았다. 은행원을 꿈꾸며 경영학을 공부했고 은행원의 꿈도 이뤘다. 하지만 문득 깨달았다.
"어느 순간 '내면의 깊은 감정을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없었구나'라고 깨달았다. 음악을 하겠다고 결정했고 그 뒤로 그 결정을 단 한 순간도 후회하지 않았다."
아플은 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삶을 바꾼 결정적인 순간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하는 첫 내한 독창회에서 슈베르트가 남긴 연가곡 걸작 '겨울 나그네'를 들려준다.
아플은 "한국은 문화 강국"이라며 "매우 매혹적인 나라로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며 한국 땅을 처음 밟은 소감을 전했다.
겨울 나그네는 31년 짧은 생애 동안 600곡이 넘는 가곡을 작곡해 '가곡의 왕'으로 불리는 슈베르트가 죽음을 1년 앞두고 작곡한 그의 대표작이다. 슈베르트는 빌헬름 뮐러의 시에 곡을 붙여 24개 곡으로 이뤄진 연가곡을 완성했다. 실연을 당한 남자가 슬픔과 절망 속에 방황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플은 "겨울 나그네는 200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며 "주인공은 자신의 영혼 깊은 곳까지 내려가 내면의 여행을 떠나는 아주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독일 가곡인 리트는 시와 음악이 완벽하게 결합된 독일의 가장 아름다운 예술이자 독일 최고의 문화 수출품"이라고 강조했다.
아플은 뒤늦게 삶의 진로를 바꿨지만 독일의 전설적인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를 스승으로 모시는 큰 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아플은 피셔-디스카우의 마지막 제자였다. 그는 "피셔-디스카우가 사망하기 3주 전까지 함께 했다"고 말했다.
아플은 스물여덟 살 때 처음 피셔-디스카우를 만났다.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피셔-디스카우의 마스터클래스에서였다. 마스터클래스에서 피셔-디스카우가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고 아플은 베를린의 피셔-디스카우의 집에 머물며 함께 작업을 계속 했다.
"피셔-디스카우를 만난 것은 제 삶의 최고의 행운이자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피셔-디스카우와 4년 동안 함께 하며 거의 모든 레퍼토리를 다뤘고 발성의 기교뿐만이 아니라 음악 해석 방법, 무대 공포증을 해소하는 방법 등 음악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들을 배웠다."
벤야민 아플의 독창회는 한세예스24문화재단의 첫 음악 프로젝트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은 그동안 출판·미술 등을 꾸준히 지원했고 창립 10주년을 맞은 올해 사업 분야를 음악으로까지 확대했다. 백수미 재단 이사장은 성악 전공자이기도 하다.
백 이사장은 "음악 공연을 통해 대중들에게 더욱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 예술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또 궁극적으로 사회에도 더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음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올해 재단의 첫 음악회인만큼 조심스럽긴 하지만 더 발전된 행사를 계속 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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