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똑같이 올린다? 청년 역차별" "지금도 힘든데, 장년 역차별" [국민연금 개혁안]
4일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개편안의 핵심은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2%로 끌어올리고, 보험료율은 9%에서 13%까지 인상하되 세대별로 인상 속도를 다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개편안을 두고 시민들은 보험료 인상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고갈 위기인 연금 재정을 고려하면 불가피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하지만 ‘세대별 인상 속도 차등화’에 대해서는 같은 세대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연금개혁 추진계획’에서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기로 했다. 보험료율을 13%까지 인상하되, 2025년 기준 50대인 가입자는 1%p, 40대 0.5%p, 30대 0.33%p, 20대 0.25%p씩 매년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보험료율 13%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50대는 4년, 40대 8년, 30대 12년, 20대 16년 등으로 차이가 나게 된다. 보험료 납부 기간이 많이 남은 젊은 세대일수록 부담이 커지는 점을 고려해 천천히 인상토록 한 것이다.
청년층을 고려한 차등화 방안에 대해 20·30대 사이에서는 찬성하는 목소리와 “조삼모사 아니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동시에 나온다. 대학생 김주영(20)씨는 “이제까지 9%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료를 내던 중장년층과, 납부 기간이 한참 남은 청년층이 동시에 13%를 내야 한다면 형평성이 떨어진다”며 차등화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일각에선 세대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고 하지만, 모든 세대가 동일하게 오르는 게 오히려 (청년층에 대한) 역차별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반면, 연금개혁 관련 청년세대 목소리를 내온 김설 연금유니온 대표는 “세대별 인상 속도 차등화는 조삼모사이자, 울고 있는 아이를 일단 달래주는 정도라고 본다”며 “미래에 연금 재정이 고갈될 위험을 고려하면 청년들도 함께 보험료율을 올리고, 정부가 고갈 위험을 확실히 줄이겠다고 설득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5)씨도 “청년을 배려해준다니 고맙긴 하지만, 어차피 결국 오르는 건데 속도만 늦춰진 것 아니냐”며 “괜히 세대 간 갈등만 야기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40·50대에서는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직장가입자보다 보험료 부담이 큰 지역가입자는 부담을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세대별 인상 차등에는 “자녀 세대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방안”이라며 수긍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광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41)씨는 “경기가 안 좋아서 지금도 간신히 붓고 있는데, 더 내야 한다니 답답하다”라고 하소연했다. 국민연금에 임의가입(의무가입 대상 아니어도 가입할 수 있는 제도) 중인 전업주부 김모(45)씨는 “나는 (회사가 절반을 부담하는) 직장인이 아니라 전액을 내야 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오르면 적잖은 부담이긴 하다”면서도 “세대별 차등은 저출산으로 인해 10대 아이들 부담이 더 커질 것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에 사는 직장인 안모(47)씨도 “사실 40~50대가 돈이 정말 많이 들어가는 연령대인데, 보험료를 더 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20대 후배들을 보면 국민연금 탈퇴하고 싶다고 말하곤 하는데, 그런 젊은 사람들이 오래 낼 것을 고려해 차등 부담하는 건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요식업을 하는 국성식(56)씨 역시 “세금 등 이것저것 내야 할 게 많은 자영업자 입장에서 보험료 인상을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며 “그나마 나는 납부 기간이 얼마 안 남았지만, 다음 세대 자영업자들은 저항이 더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세대별 차등 인상에 대해선 “50대보다 오래 이 나라에 살아야 할 우리 딸들 세대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 같다”고 말했다.
남수현·문상혁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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