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로 분양 잔금 내야하는데”…KB·우리·NH는 안되고 신한·하나는 되고

김남준 2024. 9. 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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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아파트 분양자들이 비상에 걸렸다. 일부 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중단하면서, 전세를 끼고 아파트 분양 잔금을 치르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연말에는 1만2000여 세대에 달하는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입주를 앞두고 있어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믿고 분양받았는데”…잔금 앞두고 대출 혼란


4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하나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이란 집을 구매하는 사람이 구매 대금을 모두 치르기 전에 전세 세입자를 먼저 구할 때 내어주는 대출이다. 집을 구매하는 사람이 집 살 돈 일부를 전세 보증금으로 충당할 때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대출을 주는 금융사는 집주인 즉 임대인이 바뀌는 것을 ‘조건’으로 전세자금을 빌려준다. 이런 전세자금대출이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받으면서 최근 대다수 은행이 취급을 중단했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모습. 연합뉴스

이런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은 신규 아파트 분양에도 쓰였다. 아파트 입주 시 잔금을 낼 때, 분양자들이 실거주하지 않고 해당 집을 먼저 전세로 준 뒤 임대보증금을 받아 이를 잔금에 보태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 때문에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이 막히자, 전세를 끼고 잔금을 낼 생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을 분양받은 이모씨(39)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분양 당시 고분양가 논란으로 인기가 떨어지자, 정부가 실거주 의무를 폐지해 주겠다고 했던 곳”이라며 “결국 야당 반대에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진 않고 3년 유예만 됐지만, 어찌 됐든 전세를 끼고 잔금을 낼 수 있을 거라고 믿고 분양받은 사람들이 많은데 갑자기 대출을 중단한다고 하니 황당할 뿐”이라고 했다.


신한은 되고, KB는 안되고 우리·NH는 ‘우회로’만


논란이 커지자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한 은행 중 일부는 신규 아파트에 한해서 적용 해석을 달리하며 전세자금대출을 우회해서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내놓았다.

우선 신한은행은 분양자가 분양 아파트 계약 시점에 이미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해석하고 해당 아파트를 임차하는 사람에게 전세자금대출을 정상적으로 빌려주기로 했다. 우리·NH농협은행은 신규 아파트 분양자가 자신의 돈으로 분양 잔금을 먼저 납부했다면, 임차인에게 전세자금대출을 빌려줄 수 있다는 방침을 정했다.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놓으면서다. KB국민은행은 잔금을 먼저 납부했는지와 상관없이 신규 분양 아파트에도 똑같이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을 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오는 11월 1일부터는 한시 중단했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다시 취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은행마다 제각각 대출에 소비자 피해 우려


은행들이 일부 실수요자 불편을 우려해 대출을 받을 우회로를 만들고 있지만, 오락가락 정책을 내놓으면서 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구모(44)씨는 “잔금을 일단 자기 돈으로 내고 전세를 구하라고 하면 돈 구하려고 사채라도 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리 사전 예고나 경과규정도 없이 이런 식으로 대출을 중단해도 되느냐”고 했다.

은행별로 대출 규제가 제각각이고, 규제 시점이 다른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가 대출을 일괄적으로 막으면 시장 충격이 크기 때문에 은행별로 상황에 맞게 규제를 하도록 유도하다 보니, 시장 혼란이 생긴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제각각 규제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조정할 필요성은 보인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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