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렸지만 정상화는 미지수”...군의관 실제 투입은 며칠 뒤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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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의료원 파견 공보의는 ‘성형외과 전문의·일반의’
정부가 응급실 파행에 따른 대책으로 군의관 파견 등 인력보강 대책을 내놨다. 이에 의료현장에선 "인력 운용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반응이다. 반면 "군의관이 책임질 수 없어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4일 군의관 8차 파견 계획을 발표하며 강원대병원 5명, 세종충남대병원 2명, 이대목동병원 3명, 충북대병원 2명, 아주대병원 3명 등 15명을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들 병원은 전공의 이탈로 응급실 운영을 축소하거나, 응급의학과 전문의 피로도가 다른 병원보다 높은 곳이다. 오는 9일에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공보의) 등 230여 명을 추가 배치한다.
충북도 등에 따르면 충북대병원과 충주의료원 응급실에 각각 군의관 2명, 공보의 2명이 배치됐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전문의 2명이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건국대 충주병원은 이날 지원대책에서 빠졌다. 이 병원은 전문의 7명 중 5명이 그만두면서 평일 주간(오전 9시~오후 9시)만 운영한다. 야간과 주말엔 응급실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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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상황 모르는 군의관 당직 어려워”
충북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군의관 2명을 투입한다. 응급실 근무 인력은 기존 응급의학과 전문의(5명)와 파견 군의관을 합쳐 7명으로 늘었다. 병원 관계자는 “파견 군의관이 어느 정도 역량이 되는지 파악하기 위해 오늘 진료부원장 면담을 진행하고, 응급의학과 교수와 함께 투입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병원마다 전자의무기록 시스템과 응급실 인력 운용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여건에 맞춰 진료를 맡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전공의보다는 자신 있게 진료를 해주실 수 있는 분들이어서 근무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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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파행, 건대 충주병원 ‘2인 체제’ 지속
건국대 충주병원은 당분간 ‘2인 체제’로 응급실 운영을 지속할 방침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정부 대책 발표 전 군의관 파견을 권유했지만, 병원 측에서 무슨 이유에선지 거부 의사했다”고 했다. 건국대 충주병원 관계자는 “군의관이나 공보의 수용 계획이 없다. 현행 체제로 응급실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배후진료를 맡은 충주의료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충주의료원 응급실 환자는 하루 평균 37명에서 건대 충주병원 응급실 제한 운영 이후 하루 40~69명 정도로 증가했다. 충주의료원 관계자는 “응급실 방문 환자가 40% 늘었다”고 했다. 보건당국은 이날 충주의료원에 공보의 2명을 배치했다. 충북도에 따르면 공보의 1명은 성형외과 전문의, 1명은 의사면허를 가진 일반의다. 충주의료원 측은 파견 공보의가 단독 진료를 할 수 없는 만큼 기존 응급의학과 전문의 5명을 도와주는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또 전공의 2명을 추가 채용해 8~9일 사이 추가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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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충남대병원 “군의관 6명 필요”…배정은 2명
지난 1일부터 야간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 세종충남대병원에는 4일 오전 군의관 2명이 배치됐다. 이들은 모두 응급의학과 전문의다. 애초 병원 측은 군의관 6명을 파견해줄 것을 정부와 세종시에 요청했지만 실제 배치는 2명에 그쳤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응급실 진료에 합류한 군의관이 어느 수준까지의 진료를 담당할 수 있는지 논의한 뒤 투입 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다.
현재 응급실이 오후 6시까지만 운영되는 만큼 첫날인 4일에는 투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병원 측은 전망하고 있다. 의료진들은 9일 정부가 군의관 추가 파견을 검토 중인 만큼 애초 희망했던 6명 수준까지 배치가 이뤄지면 응급실 운영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세종의 유일한 지역응급의료센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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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병원 “응급실 정상화 미지수”
강원대병원은 4일 군의관 5명이 배정됐다. 하지만 이동 등의 문제로 실질적으론 5일부터 출근할 예정이다. 이번에 배정된 군의관이 출근하더라도 곧바로 응급실에 투입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강원대병원의 전산 시스템을 모르는 데다 업무 범위 등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군의관들은 빠르면 이번 주, 늦으면 다음 주 중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더 큰 문제는 군의관이 투입되더라도 응급실 야간 진료 정상화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해당 병원에 처음 온 군의관을 혼자 응급실 야간 근무에 투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원대병원 관계자는 “파견 온 군의관이 병원 시스템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응급의료센터에 혼자 근무하는 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군의관이 출근하면 의료진들이 모여 업무 범위와 근무 방식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은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를 응급실 현장에 투입했지만, 대응 방식이 일원화됐던 코로나19 사태 때와 달리 환자별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임시방편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군의관을 차출해 응급실 현장에 투입한다면 군대 내 의료 체계에 공백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세종·청주·춘천·대구=신진호·최종권·박진호·김정석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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