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돈' 흐름…트럼프 '고위험 올인' vs 해리스 '분산 투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주에 집중적인 광고 공세를 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이 7개 경합주 가운데서도 이곳을 핵심 승부처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대선에서 광고비 등 선거자금의 흐름은 곧 선거 역량을 어디에 투입하는지를 판단할 중요한 근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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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광고 81% ‘올인’…“고위험 전략”
3일(현지시간) 공개된 정치 데이터 업체 애드임팩트(AdImpact)의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지금까지 예약한 향후 광고 비용의 81%를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주에 쏟아부을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부 오대호 인근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중심인 펜실베이니아에서 집행될 광고비가 7100만 달러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조지아에서도 3880만 달러의 선거 광고가 집행된다. 3위인 애리조나(1120만 달러)와는 차이가 크다.
이를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두 지역에만 자금을 집중적으로 붓는 트럼프에 대해 “고위험 전략”이라며 “만약 트럼프가 승리를 자신하는 노스캐롤라이나를 포함한 이들 3곳 중 1곳에서라도 패할 경우 남은 4개 경합주 가운데 2곳 이상을 이겨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트럼프 전략은 '남북 거점' 확보
미국의 선거분석 사이트 ‘270투윈(270towin)’에 따르면 트럼프는 현재 538명의 선거인단 중 219명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별 인구에 따라 배정된 먼저 선거인단을 뽑고, 이들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접투표로 진행되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를 위한 과반 투표인단 270명을 달성하기 위해선 51명의 선거인단이 더 필요하다.
트럼프가 돈을 집중하는 펜실베이니아(19명)와 조지아(16명)엔 35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돼 있다. 지난 두번의 대선에서 한번도 진적이 없었던 노스캐롤라이나(16명)와 합하면 51명이 된다. 트럼프에게 필요한 추가 선거인단 숫자와 같다. 트럼프가 여기서 모두 승리하면 다른 경합주인 애리조나(11명), 네바다(6명), 미시간(15명), 위스콘신(10명)에서 모두 패해도 당선 가능성이 생긴다.
주요 여론조사 추이를 분석하는 ‘리얼클리어폴링’에 따르면 해리스와 트럼프의 현재 지지율은 펜실베이니아(47.7% 대 47.2%), 조지아(48.1% 대 48.3%), 노스캐롤라이나(47.2% 대 47.9%)에서 오차범위 내에 있다. 다만 수치상으론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를 뺀 2곳에서 앞선다. 트럼프는 이날 공개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지지율 관련 질문을 받자 “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며 “박빙처럼 보이지만, 결국 박빙의 선거가 될 거라고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돈 많은 해리스, 경합주 ‘분산 투자’
애드임팩트에 따르면 해리스는 앞으로 두달간 2억 8000만 달러의 방송 광고를 예약했다. 1억 3300만 달러인 트럼프의 2배가 넘는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를 제외한 5개 경합주에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 트럼프와 달리, 해리스는 다른 경합주에도 각각 2100만 달러 이상씩을 투자한다.
배경은 자금력이다. 해리스 캠프는 대선 후보가 된 첫달에만 5억 4000만 달러를 모았다. CNN에 따르면 해리스 캠프는 이날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를 지원하기 위해 250만 달러를 보낼 계획이다. 당 주지사협회와 검찰총장협회에도 각각 100만 달러를 지원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례 없는 지출”이라며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이 지원한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일찌감치 투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스트벨트’ 총력…플랜B는 조지아 역전
해리스의 광고 집행은 러스트벨트 3개주(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에 집중돼 있다. ‘270투윈’의 분석을 기준으로 그는 이미 22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고, 이들 3개 지역에 배정된 선거인단 44명을 추가로 확보하면 과반인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다.
러스트벨트에 이은 4번째 광고 집행 지역이 조지아다. 러스트벨트 석권에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플랜B가 조지아에서의 역전승을 거두는 데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WP는 “해리스가 격차를 줄여 조지아에서 승리하거나, 반대로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에서 역전을 거둘 경우 두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대선 판세를 알고 싶다면 이들 두 지역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이민’…해리스는 ‘범죄자’ 카드
양 진영이 편성한 광고 내용에도 향후 선거 전략이 반영돼 있다. 애드임팩트가 두 캠프의 정치광고를 분석한 결과 해리스를 상대로 한 트럼프 광고의 74%는 이민, 63%는 불법 이민자 등에 의한 범죄를 다루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사퇴 전 방영했던 광고의 55%에 등장했던 인플레이션은 21%로 줄었지만, 상대의 성격 등 인신공격성 광고의 비율은 바이든 사퇴 전(31%)과 해리스 등장 후(28%)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바이든을 향한 고령 논란 대신 해리스에게 급진 좌파 프레임을 통한 공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를 향한 민주당의 광고도 바이든 사퇴 전후가 차이가 난다. 바이든 대통령의 광고에선 트럼프의 성격을 비판하는 내용이 45%로 가장 많았지만, 해리스의 광고에선 트럼프의 범죄 전력에 대한 내용이 전체의 39%로 가장 많았다. 낙태 관련 광고 비율도 22%에서 30%로 늘었다. 검사 출신인 해리스가 트럼프를 향해 ‘검사 대 범죄자’ 프레임과 여성의 생식권 관련 공세를 강화했다는 의미다.
TV토론 준비도 딴판
오는 10일 TV토론을 앞두고도 두 후보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AP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해리스는 4일 뉴햄프셔에서 소기업 창업 시 세금 공제 금액을 10배로 확대하는 공약을 발표하는 등 중산층 복원을 위한 정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후로는 공개 행보를 최소화하고 토론이 벌어지는 펜실베이니아에서 토론 준비에 매진할 예정이다.
반면 트럼프는 토론을 앞두고 해리스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한 데 이어, 빡빡한 공개 행보를 예고했다. 그는 4일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공화당 유대인 연합의 연례 회의에 참석하고 5일엔 뉴욕 이코노믹 클럽 연설, 7일엔 위스콘신에서 유세를 연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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