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엔 아프면 큰일난다"…119 떨게 한 아주대병원 공문
“의사 집단행동 장기화에 따른 아주대병원 응급센터 내 전문의 사직으로 인한 권역응급의료센터 한시적 제한 진료 변경 내용을 알립니다.”
경기도소방본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공문을 일선 안전센터에 지난 2일 내려보냈다. 공문에 따르면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 응급실은 매주 목요일 오전 7시부터 다음날인 금요일 오전 7시까지 24시간 16세 이상 성인 환자라면 심폐소생술(CPR)을 필요로 하는 초중증 환자만 받기로 했다. 여기엔 ‘※해당 기간 응급실 폐쇄’라는 안내가 붙었다. 15세 이하 소아·청소년을 치료하는 소아응급실은 수요일과 토요일엔 오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24시간 동안 진료를 중단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기로 했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의료진 피로도를 고려해 최중증 환자 위주로 받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성인 응급실 축소 운영을 하루 앞둔 4일, 지역 안팎에서는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주대병원은 경기 남부권의 24시간 중증 응급환자 치료를 맡는 권역 응급의료센터다. 경기 남부에선 간판격 응급실로 통한다는 얘기다. 이 병원 응급실에는 하루 평균 환자 110∼120명이 들어오고, 이 중 60∼70명은 성인인데 이는 전국 최다 수준이라고 한다. 응급 환자의 중증도 또한 전국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경기도 한 119 구급대원은 “아주대병원은 그나마 응급 환자를 잘 받아주던 곳이었는데 이젠 어디로 가야 하나 싶다”라며 “(구급대원끼리) 목요일 밤에 어떻게 할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응급실 축소 운영이 전국적으로 잇따르면서 4일부터 군의관·공중보건의 250명을 순차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3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현재 응급실이 몹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응급실 붕괴 등 국민이 우려할만한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정부 발표는 정량(定量)적으로 맞지만, 의료진이 지친 건 사실이고 정성(定性)적으로 봤을 땐 문제가 적지 않다”라면서도 “추석에도 일하는 현장 의료진 입장에선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표현은 힘을 빠지게 한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응급의료체계가 유지될 수 있게 진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내고 “올해 추석 명절엔 부족한 응급의료 인력으로 국민 여러분께서 응급의료 이용에 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 걸 잘 알고 있다”라면서도 “자신이나 가족이 다치거나 아프면 가까운 동네 병·의원을 먼저 찾아 달라. 중증응급환자로 판단되고 시급히 상급 진료가 필요하다면 의료진이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나 광역응급의료상황실로 의뢰해 전원 조정하도록 하는 체계가 이미 전국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니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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