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러 기지도 칠 수 있다…"미, 우크라와 장거리미사일 논의"

박현준 2024. 9. 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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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우크라이나가 그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장거리 미사일 제공 카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 이후 전황이 달라진 상황에서다. 전문가 사이에선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까지 언급하는 가운데 이같은 서방의 첨단 무기 지원이 전쟁을 더욱 복잡한 국면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스텔스 공대지 미사일인 AGM-158 JASSM. 사진 록히드마틴

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에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제공하는 내용의 협상 타결이 임박해 올 가을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허를 찌르는 치명적인 장거리 공격에 나설 가능성을 의미한다. 즉 러시아 본토 일부 지역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고착된 전장 환경이 급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제공을 검토 중인 장거리 미사일은 F-16 전투기에서 발사하는 'AGM-158 합동 공대지 순항미사일(JASSM·재즘)'이 유력하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F-16 5대(1대는 추락)를 운용 중이다. 재즘의 사거리는 370㎞에 이른다. 사거리를 930㎞까지 늘린 개량형(JASSM-ER)도 있지만, 미국이 제공을 검토 중인 건 기본형으로 예상된다. 이를 배치하면 러시아 서남부의 군사기지와 크림반도의 해·공군 기지에 대한 타격이 가능하다.

재즘은 스텔스 성능이 뛰어난 만큼 요격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자국산 무인기(드론)를 대거 투입해 러시아 본토 공격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방공망에 막혀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현재 전선은 러시아가 공세 중인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와 우크라이나가 진격 중인 러시아 쿠르스크로 나뉘어 있다. 도네츠크 전선에선 러시아군이 점령지 굳히기에 들어간 반면, 쿠르스크에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일부를 차지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절대 병력면에서 밀리는 우크라이나가 전반적으로 전선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한다.

전투기에서 발사한 JASSM이 목표물에 명중하기 직전의 모습. 사진 록히드마틴

우크라이나는 이런 전황을 바꾸기 위해 미국산 첨단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를 불허해왔다. 자칫 서방의 장거리 타격 무기 제공을 빌미로 러시아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로 러시아는 최근 핵무기 선제사용을 포함한 '핵교리' 개정에 나설 것이라고 서방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4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핵교리를 곧 수정해 공식화할 것"이라며 "이는 서방의 집단적 행동의 결과"라고 말했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도 변수다. 전문가 사이에선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을진 의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3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재차 서방에 대한 군사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 본토 급습과 같은 군사 전략을 담은 계획(승리 계획)을 미국에 전달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 NBC와 인터뷰에서 "점령한 러시아 영토를 유지할 것이고, 이는 승리 계획의 핵심"이라며 현재 차지한 러시아 영토를 고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대반격 준비를 이유로 스테파시나 유럽통합 담당 부총리 등 내각의 절반 이상을 교체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원래대로라면 지난 3월에 치렀어야 할 대선 없이 집권을 계속하는 젤렌스키에 대한 우크라이나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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