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이 몰래 내 말 엿듣고 있다"…페북·구글 맞춤광고 비결이었나
" 내가 말한 것이 곧바로 광고에 떴다. " 최근 SNS상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경험담이다. 지인과 특정 주제나 제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직후, 스마트폰과 유튜브 등에서 관련 광고나 콘텐트가 나와 당황했다는 게 골자다. 이 때문에 빅테크가 사용자 대화를 몰래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러한 의심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마케팅 파트너 중 한 곳인 미국 업체 ‘콕스 미디어 그룹(CMG)’이 만든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최근 유출됐다.
이 자료에서 CMG는 ‘액티브 리스닝(Active-Listening)’ 소프트웨어를 통한 광고 제작 방법을 홍보하고 있다. CMG는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내장된 마이크로 음성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사용자 맞춤형 광고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CMG는 자료에서 “광고주는 음성 데이터를 행동 데이터와 결합해 소비자를 타기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출된 자료에선 액티브 리스닝 소프트웨어가 사용자 음성 데이터를 수집하는 6단계 과정이 상세히 나타나 있다. 우선 사용자가 음성데이터를 남기면 인공지능(AI)이 수집·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려는 생각을 가진 ‘구매 의향 소비자’를 특정한다. CMG는 이러한 소비자 리스트를 자신의 플랫폼에 업로드 한 뒤 맞춤형 디지털 광고를 만들었다. 데일리메일은 “친구와 특정 제품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온라인에서 해당 상품을 검색한 후 더 많은 광고를 보게 됐다면 그 이유가 이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해당 자료엔 CMG가 페이스북을 비롯해 구글과 아마존을 자신의 주요 고객으로 소개한 부분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에 이들 빅테크가 음성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해 광고에 썼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전화통화 내용을 도청해 광고를 만들었다는 주장에 대해 빅테크는 강하게 부인해 왔다. 만약 특정 대화 이후 관련 광고가 보였다면 이는 음성이 아닌 다른 데이터를 잘 분석한 알고리즘 덕분이라는 게 이들의 해명이었다. 하지만 데일리메일은 “이번 자료 유출 사건으로 휴대전화가 정말로 우리의 말을 듣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며 “도청설이 사실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해당 의혹에 대해 관련 기업들은 강하게 부인했다. 구글은 이번 사태가 불거진 직후 ‘파트너 프로그램’ 웹사이트에서 CMG를 삭제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는 “광고에 휴대전화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CMG가 서비스 약관을 위반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마존도 “CMG와 이 프로그램에 대해 협력한 적이 없고, 그럴 계획도 없다”고 전했다. CMG는 이번 자료 유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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