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대통령 배우자에 면죄부, 정상적 국정운영 불가능” [교섭단체 대표연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제1야당 대표는 탈탈 털어대지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남발한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석열 정부는 검찰독재, 국회 무시와 행정독주, 언론탄압으로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야당은 국정운영의 파트너가 아니라 궤멸해야할 적으로 간주됐다”며 “이제는 전임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보복까지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기소(7개 사건 11개 혐의)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이어 “대통령 배우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수사는커녕 ‘황제 조사’로 면죄부를 받는 것은 누가 봐도 공정하지 않다”며 “대통령 배우자의 범죄 의혹이 태산처럼 쌓여있는데 그대로 놔두고서 정상적인 국정운영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응급실 문을 닫겠다는 병원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아무 문제 없다고 강변하는 무책임이 계속되고 있다”며 “내수경기는 심각한 침체의 늪에 빠졌는데도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국민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라고도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에서 “비상진료체제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며 “7월 경제성장률 2.5%는 선진국에서 두 번째”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 국정브리핑을 보며 동화 속 ‘벌거벗은 임금님’이 현실에 존재한다면 딱 저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의 말을 절대 듣지 않는 독선과 불통의 대통령 리더십이 대한민국과 국민이 직면한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했다.
위기(24회), 독재(5회), 탄압(3회) 등의 단어를 수차례 쓴 그는 『맹자』의 ‘순천자흥 역천자망(順天者興 逆天者亡)’을 인용하며 “계속해서 민심을 거역한다면 윤 대통령도 결국 불행한 전철을 밟게 될 것”라고도 했다.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하는 자들을 공직에 임명하는 반헌법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김형석 독립기념관장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해임도 요구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 탄핵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전날 변형된 제3자 순직해병 특검법(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 추천 후 야당이 2명 선별)을 발의한 것에 대해선 “민주당은 대승적 결단을 했다”고 자평하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차례”라고 했다. 정부·여당에 ▶의료대란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주 32·36시간제 ▶2026년 지방선거 4년 중임제 개헌안 국민투표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도 제안했다.
이날 박 원내대표 연설 도중 국민의힘에선 항의성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생 회복과 국회 정상화의 첫걸음은 민주당이 그간 보인 입법폭주에 대한 반성이 우선”이라며 “말로는 민생과 협치를 운운하면서, 대통령 탓과 여당 탓만 하는 것은 책임있는 야당의 자세가 아니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박 원내대표가 ‘불행한 전철’ 등을 언급한 것을 놓고 “민주당이 괴담이나 궤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위헌·위법적 법안을 발의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유도했고, 당 대표 방탄을 위해 수사 검사를 국회로 불러서 청문회를 열었다”며 “검사를 탄핵하겠다고 하고, 판사까지 탄핵하겠다고 나서면서 돈 봉투를 받은 의원들은 면책특권 뒤에 숨는 당의 원내대표가 법을 거론한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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