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9.9절 승부수? 물난리 와중에 '주민 동원' 행사 구조물 포착
북한이 최근 국경 지역의 대규모 수해에도 정권 수립일인 9·9절 기념 행사를 준비하는 동향이 포착됐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4일 보도했다.
RFA는 민간 위성 플래닛 랩스를 근거로 “올해 9.9절 76주년을 앞두고 이달 1일 평양 만수대 의사당 건물 앞에 붉은색 구조물이 새로 생긴 것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8월 31일 9·9절 기념 행사를 앞두고 설치됐던 빨간 구조물과 유사한 형태라는 설명이다. 구조물 주변으로는 공사 현장을 가리는 가림막도 설치됐다.
또 의사당 맞은 편에는 지난 달 19일까지 보이지 않던 구조물이 세워졌다. 지난해 행사에 비춰볼 때 카메라·조명 거치용 타워로 추정된다. 이 같은 활동은 지난달 25일부터 포착됐으며 모두 9·9절 행사 준비로 추정된다고 RFA는 부연했다.
미국의소리(VOA)도 지난달 31일자 민간 위성 사진을 근거로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 열병식 훈련장 인근 공터에 흰색 버스 35대가 정렬한 모습이 찍혔다”고 전했다. 버스의 크기로 추정할 때 대당 40~50명이 탑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최대 1750명을 동원할 수 있는 규모라고 VOA는 분석했다.
이를 두고 수해로 인한 민심 이반을 우려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히려 빅 이벤트로 수습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들이 대거 모여 정권 수립일을 축하하는 모습을 연출, 평온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포장하려는 것일 수 있다.
다만 올해는 열병식 예행 연습으로 볼 수 있는 움직임은 아직까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통상 대규모 열병식을 앞두고 미림비행장, 김일성광장 등에서 훈련을 해왔다.
이와 관련, 북한 당국이 최근 수해 복구와 지방공업공장 건설, 최전방 지뢰매설 등으로 병사들을 동원하고 있는 만큼 규모를 축소해 9·9절 열병식을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는 정주년(5년 단위 꺾어지는 해)도 아니기 때문에 열병식을 축소하거나 생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앞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경을 폐쇄했던 2021년과 2022년 9·9절에도 열병식을 비롯한 대규모 동원 행사를 강행했다. 2022년엔 항공육전병의 고공 낙하, 전투기 기교 비행 등이 있었다. 지난해 정권 수립 75주년 맞이 9.9절에선 김정은이 딸 주애와 나란히 앉아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을 관람하는 모습이 보도됐다.
이와 관련, 그렉 스칼라튜 미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RFA에 “북한 주민들은 거의 매년 심각한 홍수를 겪었고 올해도 마찬가지”라면서 “어떤 기념 행사도 북한 주민들이 처한 불안정한 상황을 치유하지 못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난 7월 말 평안북도와 자강도 등에서 발생한 수해의 정확한 피해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통일부는 “자강도·양강도·압록강 연안 일부 지역 등에서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RFA가 최근 확보한 북한 내부 정치 사업 자료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 나온다. 실무 관리자들을 겨냥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당 문건에는 “이번에 조성된 피해 상황은 대피 지역에서 이탈해 제멋대로 행동하거나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을 올바르게 확정하지 못 하는 현상 등이 얼마나 엄청난 후과를 산생(발생)시키는가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대목이 나온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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