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추천' 특검도 못 받겠다는 국힘... "수박 특검법"
[곽우신 기자]
"국민 우롱하는 '무늬만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철회하길 강력히 촉구한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5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이 '제3자 추천'을 골자로 한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추가로 발의했지만, 국민의힘은 오히려 '철회'를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야권은 기존에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을 그대로 둔 채,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가 전당대회 기간에 공언한 '제3자 추천' 방식에 따른 특검법을 하나 더 내어놓았다. 특검 논의 테이블로 여당을 어떻게든 끌어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한동훈 대표가 "바뀐 게 별로 없던데"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천명했고(관련 기사: 한동훈, 당대표 신분 첫 구미행 "이곳을 반도체의 심장으로"), 여당 역시 이번 특검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안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하고 있다. |
ⓒ 유성호 |
이어 "이재명 대표가 특검 수사대상에 포함하겠다고 했던 '제보 공작 의혹' 내용도 빠졌다"라며 "특검 권한, 수사대상과 범위, 증거수집 기간 등의 주요 내용은 민주당의 이전 법안과 판박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민주당이 미는 인사에게 특검을 맡기겠다는, 사실상 본인들 마음대로 하겠다는 심산"이라는 해석이었다.
곽 수석대변인은 "그러면서 민주당은 '정치적 결단과 양보'라며 자평한다"라며 "무늬만 바꾼 법안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국민을 기만하는 정치, 스스로 부끄럽지 않느냐"라며 "이재명 대표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 결집에 채상병 특검법을 이용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그 의도를 의심하기도 했다.
그는 "정의를 외치면서도 그 이면에 정치적 이익이나 정쟁 목적이 깔려 있다면, 이는 '가식적 정의'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은 특검이 진실을 규명할 수 없다. 단지 허울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특검법 발의로, 지난 여야대표 회담 때 나왔던 민생협치와 정치복원의 다짐이 무색해졌다"라며, 오히려 "민주당은 국회가 정상화되길 바란다면, 국민 우롱하는 '무늬만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철회하길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특검법 관련 질문이 나오자 "더 이상 추가로 드릴 말씀은 없다"라며 "자꾸 말의 변화를 갖고 뭘 이야기하려고 하시지 마시라"라며 즉답을 피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결과를 보고 특검 발의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맥락이지만, 여당의 입장 변화를 연일 묻는 언론에 다소 불쾌한 감정도 묻어나온 것으로 보인다.
▲ 지난 6월 28일 당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부산 방문의 첫 일정으로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찾았다. 장동혁, 박정훈 의원 등과 함께 참배를 하고 있는 한 전 비대위원장. |
ⓒ 김보성 |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정훈 의원은 "제3자 특검의 핵심이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거였잖느냐. 한동훈 대표의 안이"라며 "그것만 수용하는 모양새를 가진, 이런 표현은 저는 솔직히 쓰고 싶지는 않은데 '수박 특검법'이다. 겉과 속이 다른 특검법이다"라고 직격했다.
박 의원은 "실질적으로 중립적인 특검이 올 수 있는 방법을 한동훈 대표는 요구한 건데 그런데 한동훈 대표의 생각을 따르는 것처럼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민주당의 특검을 할 수 있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원장이 4명의 후보를 추천하더라도 야당이 국회의장을 통해 비토권(추천 거부)을 쓸 수 있도록 한 부분을 두고 "그런 식의 방식이라면 결국엔 민주당이 원하는 방식을 고집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볼 수가 없다"라고 날을 세웠다. "여론전에서는 어느 정도 힘을 받을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한 대표를 움직이거나 또 한 대표의 뜻을 존중하는 저희 당의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다"라는 지적이었다.
박 의원은, 한동훈 대표가 이번 법안에 찬성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주변의 의원들을 설득할 가능성도 "없다" "그럴 가능성 없다"라고 여러 차례 못 박았다.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되고, 윤석열 대통령이 여기에 재의 요구권을 행사해 재표결에 나설 경우, '8표' 이상의 이탈표가 여당에서 나와 통과되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시나리오를 사전 차단한 것이다.
그는 "이 특검법은 독소조항이 많다. 상당히"라며 "그래서 받아들일 수 없고, 저희 의원들, '친한동훈계'라고 하는 의원들도 받아들일 생각이 1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대표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뜻이 강하다"라면서도 "야당이 지금 '특검법 우리가 이런 거 했으니까 너네 빨리 들어와' 이렇게 해도 그 장단에 그대로 맞춰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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