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목숨 앗은 '음주 포르쉐'…그런데도 운전자 그냥 보낸 경찰
10대가 탄 차량을 들이받아 사망사고를 낸 뒤 '채혈하겠다'며 병원으로 향한 가해 운전자를 홀로 보낸 경찰관들에게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는 지적에 대해 전북경찰청장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최종문 청장은 지난 3일 전북경찰청에서 진행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전임 총장 시절 징계까지 완료됐기 때문에 제가 별도로 말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가벼운 징계가 아니냐는 외부의 시선이 있고 저도 일부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팀장이 현장에 가서 제대로 지휘만 했다면 (음주 측정을 제때 했을 거라는)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며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분들한테 죄송스럽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6월 27일 오전 0시 45분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호남제일문 사거리에서 50대 운전자 A씨가 시속 159㎞로 자신의 포르쉐 차량을 몰다가 운전 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B양(19)과 그의 친구가 탄 차량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피해 차량 운전자인 B양이 그 자리에서 숨졌고, 조수석에 탄 그의 친구가 머리를 크게 다쳐 현재까지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A씨가 '채혈하겠다'고 하자 그의 인적사항과 연락처 등만 물어보고는 119구급차에 태워 보냈다. 음주 측정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였다. 병원에 도착한 A씨는 경찰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곧장 퇴원 수속을 밟은 뒤,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마셨다.
경찰은 뒤늦게 현장에서 확보한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집 앞으로 가겠다"면서 A씨를 불러 내 음주 수치를 측정했다. 이때는 사고 난 지 2시간이 훌쩍 지난 오전 3시 3분쯤이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084%였으나, 이 수치는 사고 당시의 것이 아닌 데다가 A씨가 추가로 술을 마신 상태여서 객관적인 혐의 입증 증거로 쓸 수 없었다.
경찰은 시간당 혈중알코올농도 감소량 등을 토대로 음주 수치를 유추하는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적용해 A씨의 사고 당시 음주 수치를 0.051%로 다시 계산했다. 그러나 검찰은 추정에 기반해 계산한 결괏값을 그대로 공소사실에 반영하는 게 어렵다고 보고 A씨의 사고 당시의 음주 수치를 0.036%로 재조정했고, A씨는 0.036%라는 최소 수치만 적용받은 채 재판을 받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5명을 상대로 감찰 조사를 진행한 뒤 성실의무 위반으로 전 여의파출소 팀장에게 경징계인 감봉 1개월을, 팀원 3명에게는 행정처분인 불문경고 처분을 내렸으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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