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지사 前비서, 中스파이 혐의 체포…"대가에 오리요리도"

장윤서 2024. 9. 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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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캐시 호컬 미국 뉴욕 주지사의 전 비서실 차장 린다 쑨(오른쪽)과 남편 크리스토퍼 후가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을 떠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주(州)의 중국계 전 고위 공무원이 사실상 '중국 스파이' 혐의로 미 사법당국에 체포됐다. 해당 인사는 전·현직 뉴욕주지사의 비서실에서 중국 입장을 대변하는 각종 활동을 한 것으로 포착됐다. 미 법무부가 미국 내에서 활동 중인 중국의 '비밀요원' 색출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불거져 파장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은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의 전 비서실 차장인 린다 쑨(40)과 남편 크리스 후(41)를 롱아일랜드의 자택에서 이날 체포해 기소했다. 쑨은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 시절에도 비서실에서 일했다.

쑨 전 차장 부부는 이날 연방법원에서 무죄를 주장하고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공소장에 따르면 쑨 전 차장은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비자 사기, 돈세탁 및 기타 범죄를 포함한 10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은 FARA에 따라 외국 정부나 정당, 회사 등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은 법무부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미 검찰은 지난 7월 중앙정보국(CIA) 출신 한국계 미국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이 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쑨 전 차장의 남편인 후는 돈세탁 혐의를 받고 있다.

쑨 전 차장은 주지사들의 중국 관련 업무에 관여하면서 중국의 입장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례로 호컬 주지사 등 주 지도자들이 대만 정부 관계자와 회동하는 것을 무산시키는데 노력했다. 한 주(州) 의원이 호컬 주지사에게 주미 대만대표부 대표와 만날 것을 권유하자, 이 의원에게 "(주지사가) 중국과 대만의 민감성을 건드리지 않도록 거절해달라"고 말하는 식이었다.

또 2019년 차이잉원(蔡英文) 당시 대만 총통이 방미 과정에서 쿠오모 당시 주지사를 연회에 초청했지만, 쑨 전 차장은 이같은 대만 측 요청을 주지사에게 의도적으로 전달하지 않았다. 그는 이후 중국 측에 "차단했다(block)"고 알렸다고 한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 로이터=연합뉴스

검찰은 공소장에서 쑨 전 차장이 뉴욕주 고위 관리의 방중을 주선하려고 시도했고, 중국 인사들의 미국 방문을 위해 주지사 사무실 명의로 허가되지 않은 초대장을 발급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중국 측은 쑨 전 차장 남편의 사업과 관련해 수백만 달러의 거래를 알선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편 후는 뉴욕에서 주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골든 캐피털 그룹, 메디컬 서플라이스 USA, LCA 홀딩스 등 사업 성격을 알 수 없는 업체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NYT는 전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이들 부부는 뉴욕의 전통적인 부촌인 롱아일랜드의 360만 달러(약 48억) 상당의 주택, 하와이 호놀룰루의 콘도, 페라리 최신 모델 등을 구매할 수 있었다. 중국 정부 관계자의 개인 요리사가 '난징식 소금 오리' 요리를 쑨 전 차장의 부모 집으로 배달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밖에 여행 혜택, 중국 오케스트라 공연 티켓 등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10년간 뉴욕 지도층에 영향"


중국계 미국인 학자 왕슈쥔(76)이 지난달 6일 미국 뉴욕에서 중국 정부의 불법 대리인으로 활동한 혐의로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AP 통신은 "공소장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중국 정부가 10년 가까이 뉴욕주 최고위층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쑨 전 차장은 주 정부에서 14년 가까이 근무하며 사업 개발, 아시아계 미국인 주무 부서 등에서 여러 직책을 맡았다.

2022년 11월 주 노동부 고위직에 올랐으나, 지난해 3월 퇴직 후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후보 선거 캠프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호컬 주지사 측은 성명을 통해 "주 정부가 쑨의 비리 증거를 발견한 후 해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기소는 최근 미 법무부가 중국 정부의 미국 내 스파이 활동을 집중 수사하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검찰은 중국공산당 스파이 혐의를 받는 미국 귀화 중국인 왕슈쥔(76)과 중국 정부를 대신해 미국으로 이주한 중국계 가족을 감시한 중국인 3명 등을 기소했다. NYT는 "검찰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중 간 무역 및 기술에 대한 갈등이 고조되고 외교 관계가 손상되면서 나타났다"고 전했다.

류펑위(劉鵬宇)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3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미 정부와 언론은 소위 '중국 요원' 이야기를 과장하고 있다"며 "그중 많은 것이 나중에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을 표적으로 삼는 근거 없는 중상모략과 비방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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