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료·색소 허용 막걸리' 제동, 경제부총리 "다시 검토"

박석철 2024. 9. 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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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료·색소를 넣어도 막걸리(탁주)라는 이름을 쓸 수 있게 하는 세법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다시 한 번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울산 중구 다운동에서 소규모 막걸리·탁주 양조장을 운영하는 운곡도가 황정의 대표대행은 "이번 논란이 국회에서 다뤄지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전통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많은 분들의 노력 덕분이며, 정부와 국회의 관심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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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선 민주당 의원 "일부 업체만 주세감면 혜택" 지적... 최상목 부총리 "판례, 업계 의견 경청해 다시 한 번 검토"

[박석철 기자]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하는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 임호선 페이스북 갈무리
항료·색소를 넣어도 막걸리(탁주)라는 이름을 쓸 수 있게 하는 세법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다시 한 번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같은 정부의 입장은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에서 나왔다. 이날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북 증평진천음성)은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탁주에 첨가원료를 확대하는 세법 개정안은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탁주를 원형대로 유지 보존할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상목 부총리는 "관계부처와 업계의 의견을 경청해 다시 한 번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과거 판례도 '탁주, 항료·색소 첨가하지 않아야'라고 돼 있다"

향료·색소를 넣어도 탁주로 분류하게끔하는 정부 세법개정안은 전통주 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현행대로라면 항료·색소를 넣은 술은 기타주류로 분류가 됐었다. 출고가격 1000원인 750ml 주류 1병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세부담은 246원이었다. 그러나 개정안이 적용되면 항료·색소를 탄 술도 탁주로 분류돼 33원만 세부담을 하면 되는 것. 동시에 '막걸리' 등의 이름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 세법개정안을 비판하고 나선 임호선 의원은 3일 국회 예결특위에서 "영세하지만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는 양조장들이 감면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현재 향료와 색소를 넣어 술을 제조하는 일부의 업체들만 주세감면으로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법개정안 적용(기타주류→탁주)시 일부 업체들은 대략 213원의 주세를 경감받는 효과를 보게 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이날 임 의원은 2012년 청주지방법원에서 내린 판결문을 근거로 들어 정부 세법개정안을 꼬집었다. 해당 판결문은 "탁주는 우리나라 고유 전통주로서 원형대로 유지 보존할 공익상의 필요가 있다. 탁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향료나 색소를 첨가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돼 있다.

임 의원은 "(정부가) 이런 부분들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 같다"며 "농림축산식품부 등과 상의해서 전통주 시장이 붕괴되지 않도록 지켜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업계 의견이 건의돼 수용한 것인데, 반대하는 업계의 주장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법원 판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 업계의 의견을 다시 한 번 경청해서 검토하겠다"라고 답했다.

"업계 전반의 합의와 미래 발전 위한 방향으로 이어지길"
 울산 중구 다운동에 위치한 소규모 막걸리·탁주 양조장 운곡도가 양조시설에서 황정의 대표대행이 막걸리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운곡도가에서 빚는 대표적인 술로는 '토끼구름'과 '황감찰'이 있다.
ⓒ 박석철
세법개정안에 반대해왔던 업계 관계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울산 중구 다운동에서 소규모 막걸리·탁주 양조장을 운영하는 운곡도가 황정의 대표대행은 "이번 논란이 국회에서 다뤄지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전통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많은 분들의 노력 덕분이며, 정부와 국회의 관심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업계 전반의 합의와 미래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황정의 운곡도가 대표대행은 지난 8월 28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새법개정안이 업계 전반적인 논의와 협의 없이 급속하게 진행된 것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관련 기사 : "항료·색소 넣어도 막걸리로 부르자? 전통주 망칠 건가"
https://omn.kr/29zi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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