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 정당의 약진과 노동조합의 대응

김상배 2024. 9. 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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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배]

2024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전 세계 체육인들의 축제인 하계 올림픽이 지난 8월 11일 마무리됐다. 2주 남짓 올림픽과 관련된 감동과 환희의 소식이 언론의 중심을 장식했다. 하지만 이제 프랑스 사회가 다시 마주해야 하는 정치 및 사회 현실은 단결과 화합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그것은 운동경기의 규칙처럼 단순하지도, 승자와 패자의 얼굴처럼 아름답지도 않다. 지난 6월과 7월 극우 정당이 보여준 놀라운 정치적 성적표와 그것이 유발한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긴장 때문이다.

이 짧은 글은 지난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다수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프랑스 노동조합의 행동을 다룰 것이다. 물론 최근 프랑스 지식인 진영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주요 관심 주제는 정치의 우경화(droitisation) 또는 평범해진 극우(extrêe droite banalisé)였다. 그리고 이는 본질적인 측면에서 프랑스 사회의 전환을 이해하는 핵심 요인이다. 하지만 이를 노동의 관점에서 볼 때,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 이후 프랑스 5개 노동조합의 단일 행동과 주장은 지금까지 그들이 보여준 자세와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따라서 그것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 역시 중요한 작업일 것으로 판단한다. 살펴볼 내용은 세 가지이다. 첫째, 경쟁 관계에 있던 주요 노동조합이 단일대오(intersyndicale)를 형성해 수차례 성명을 발표하며 극우 세력 확대를 규탄했으며, 실제 공동집회를 조직했다. 둘째, 이러한 행동은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선거에 개입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셋째, 정치와 노동을 넘어서 기후 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선례를 남겼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두 달간 정치적 사건들을 간략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6월 6일부터 9일까지 유럽의회 선거가 개최됐다. 총 720명의 의원을 비례투표 방식으로 선출하는 선거에서 프랑스에 배당된 의석수는 81석이며,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을 중심으로 한 극우 정당 연합은 득표율 31.4%를 기록하며 총 30명을 스트라스부르크(Strasbourg, 유럽의회가 있는 도시)로 보냈다. 집권당의 참패가 예견되자 6월 9일 밤 엠마뉴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은 국회 해산을 결정했다. 충격적인 선거 결과보다 더 놀라운 결정이었다. 그의 정치적 판단을 두고 여러 분석이 등장했지만, 국회 해산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그리하여 6월 29일, 30일에 총선 1차 투표, 7월 6일, 7일에 2차 결선 투표가 시행되었다. 1차 투표에서 국민연합은 33.2%라는 사상 초유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2차 투표 결과 좌파 정당 연합인 신인민전선(Nouveau Front Populaire)이 193석(총 577석 중)으로 과반에 못 미치는 제1당에 등극했고, 여당 중심의 연합정당인 다함께(Ensemble pour la Réublique)가 166석, 국민연합 중심 연합정당이 142석을 확보했다.¹ 선거 직후 가브리엘 아딸(Gabriel Attal) 현 국무총리는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올림픽을 이유로 여전히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후임을 둘러싸고 현재 제1당인 신인민전선과 제2당인 여당의 힘겨루기는 불가피하다. 만약 신인민전선에서 추천하는 자가 국무총리가 된다면 1997년 자크 시락(Jacques Chirac) 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팡(Lionel Jospin) 총리, 즉 우파 대통령실과 좌파 정부의 연립 상황이 재연된다.²

경쟁에서 연대로

대통령의 국회 해산 발표 직후인 6월 10일 4개의 노총과 1개의 연맹³이 노조연합⁴을 구성하며 9가지 요구사항이 담긴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후 선거 전까지 두 번의 주말 동안 전국에서 합동 집회를 개최하며 극우 정치 세력을 규탄했다. 이어 6월 30일 1차 투표 결과 극우 정부의 등장이 우려되자 이들은 7월 1일 성명을 발표하며 극우 세력 집권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또한, 극우에 반대하는 모든 정치 세력과의 연대를 시사했다. 최종 투표 결과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을 피한 이들은 7월 11일 마지막 성명을 발표하며 향후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에서 널리 알려진 노총의 수는 7개이며, 이들은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또한, 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독립 연맹 역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현재 조합원 수와 직장인 선거(election professionnelle)⁵ 득표율 기준 가장 대표성이 높은 노총인 온건 노선의 민주노동총연맹(CFDT)과 몇 해 전 그 지위를 내어준 전통 강경 노선의 노동총연맹(CGT)의 연대는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연금 및 실업보험 개혁과 같은 현안에 대한 공동대응뿐 아니라 교육 문제, 공공 및 보건 서비스, 외국인 노동자 거주권 문제, 남녀 성차별 문제 등에 관한 인식을 공유했다.⁶ 따라서 극우에 대항하기 위해 결성된 이번 임시연합체를 통해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양 노총이 향후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 움직임에 공동으로 대응할지 지켜볼 일이다.

20년 만의 선거 개입

이같은 연대 움직임은 2002년 5월 대선을 방불케 한다. 당시 결선 투표에서 자크 시락(Jacques Chirac) 후보와 현 국민연합의 창시자인 장-마리 르펜(Jean-Marie Le Pen) 후보가 대결했고, 솔리데르(Soldaires)를 제외하고 앞서 언급한 4개 노동조합은 극우 정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공동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대통령 선거가 아니라 국회의원 선거였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약하다. 그런데도 극우 정당이 다수당이 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노동조합이 공유하고 공동행동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한 극우 세력에 대한 높아진 사회적 긴장감의 결과로 풀이된다. 또한, 향후 극우에 대응하는 노동조합 간 연대는 더욱 견고하고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기후 위기 대응

수차례의 성명을 통해 노조연합이 주장한 내용의 핵심은 사회적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것이었다. 사회적 요구에는 전통적으로 노동조합이 요구해왔던 불안정 고용 문제 해결,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새로운 내용도 있었다. 기후 위기와 생태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 산업정책을 주문한 것이다. 즉, 기후 위기는 결국 산업의 위기와 고용의 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므로 선제적이고 실효성 있는 산업정책으로 기후 변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후 문제는, 최근 노동총연맹 내부에서도 큰 갈등을 빚은 주제인 만큼 다수의 노동조합이 동일 입장을 갖기는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행동은 주요 5개 노동조합이 기후 문제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시발점이라는 자못 큰 의미를 지닌다.

1) 국민연합은 과반 확보는커녕 제1당도 되지 못했지만, 극우 정당의 의석수는 53석이나 증가했다. 따라서 극우 세력의 확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2) 프랑스에서 국무총리의 권한은 한국에서보다 강하다. 상징적인 예로 마크롱 정부 대신 아딸 정부라고 표현하며, 주 35시간제는 조스팡 정부가 도입했다.
3) 노총 CFDT, CGT, UNSA, Solidaires와 최대 교원노조인 FSU,
4) 앵떼르생디깔intersyndicale이며, 노동조합연합 간 공동의 목소리 및 행동을 위한 임시결사체를 뜻함.
5) 프랑스 노동조합의 대표성은 4년마다 실시되는 직장인 선거에서 확보한 득표율에 기반한다.
6) 흥미로운 사실은 3개 노총의 사무총장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특히 2023년 3월 31일 당 선된 소피 비네Sophie Binet 사무총장은 130년에 가까운 CGT 역사(1895년 출범)에서 첫 여성 대표이며, CFDT 역시 2023년 6월 만장일치로 마릴리즈 레옹Marylise Lén을 신임 사무총장으로 결정했다(그녀는 CFDT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사무총장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격월간 <비정규노동>에도 실립니다.글쓴이는 김상배(학국EU학회)입니다. 이 글은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168호 9,10월호 '세계의노동' 꼭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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