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 10주년 맞은 18금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5일 개막

박병희 2024. 9. 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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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
'변강쇠타령' 재창작…창극 역사 새로 써
이소연·최우성 커플에 김우정·유태평양 합류

국립창극단이 창작 창극의 역사를 새로 쓴 대표 흥행작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5~15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판소리 일곱 바탕 중 하나지만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지금은 더 이상 불리지 않는 '변강쇠타령'을 재창작한 작품이다. 2014년 처음 공연해 올해 초연 10주년을 맞았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여러 면에서 창극의 역사를 새로 썼다. 창극 사상 최초로 '18금'을 표방했고 초연 당시 '차범석희곡상' 뮤지컬 극본 부문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유럽 현대 공연의 중심이라 평가받는 프랑스 파리의 테아트르 드 라 빌에 창극 최초로 공식 초청됐다. 초연 이래 국내외 16개 도시에서 8년 연속 공연하며 누적 공연 횟수 100회를 돌파하고 누적 관객 4만7000여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국립창극단에서 초연 10주년을 기념해 재공연하는 작품은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처음이다.

[사진 제공= 국립창극단]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고전을 유쾌하고 기발하게 비트는 고선웅 연출가의 장기가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으로, 18금 창극을 표방하지만 결코 선정적이지 않다. 외설로 치부되던 '변강쇠타령'의 이야기를 각색해 오늘날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격조 높은 사랑 이야기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고선웅 연출은 변강쇠에게 맞춰져 있던 시선에 '점'을 찍고, 박복하지만 누구보다 당차게 살아가는 옹녀를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이와 동시에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전국 방방곡곡 지역의 장승, 변강쇠와 옹녀가 도방살이를 하며 만나는 민초들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생생하게 그려내 극의 개연성을 높이고 재미를 배가시켰다.

원전의 줄거리는 창극에서도 동일하다. 남자들의 잇따른 죽음이 옹녀 때문이라고 여긴 마을 사람들은 옹녀를 쫓아내고, 여기저기 떠돌던 옹녀가 우연히 황해도 청석골에서 변강쇠를 만나 신방을 차린다. 그러던 어느 날, 땔감을 구하러 갔던 변강쇠가 장승을 뽑아오는 바람에 장승의 신들에게 병을 얻은 변강쇠가 결국 죽게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창극은 원전의 결말을 완전히 뒤엎는다. 변강쇠의 죽음 이후, 옹녀의 뚜렷한 주관에 의한 선택과 이어지는 결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볼 수 있다. 판소리에서는 초상살 때문에 사람들과 함께할 수 없는 옹녀가 홀로 떠나며 수동적이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지만, 창극에서 옹녀는 주어진 역경에 굴하지 않고 종국에는 사랑의 결실로 생명을 잉태하는 어머니가 돼 희망을 구현한다. 창극 속 옹녀는 팔자 드센 여자라는 운명의 굴레를 물리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누구보다 당차게 살아가는 여인으로 분한다.

작창과 작곡은 한승석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교수가 맡았다. 한승석 교수는 원전의 소리를 살리면서도 비나리·민요·정가·굿 음악·대중가요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흥을 자극하는 다양한 음악을 배치해 극의 흥겨움을 더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기존 국악기 편성에 생황·철현금·대아쟁·소금 등의 새로운 악기를 추가하고 연주자 규모를 확장해 더욱 풍성해지고 화려해진 음악을 선사할 예정이다.

동갑내기인 고선웅 연출과 한승석 교수는 재공연마다 동시대적 감각에 맞게 서사를 다듬고 음악을 보완하는 등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변강쇠 점찍고 옹녀' 공연 장면 [사진 제공= 국립창극단]

초연부터 꾸준히 합을 맞춰온 2013년 창극단 입단 동기 이소연과 최호성이 변함없이 옹녀와 변강쇠로 호흡을 맞춘다. 이들과 함께 김우정과 유태평양이 새로운 옹녀-변강쇠 커플로 출연한다. 유태평양은 2019년 공연에서 변강쇠를 맡아 능청스러움이 돋보이는 연기를 보여줬다. 김우정은 처음 옹녀 역을 맡는다.

변강쇠와 옹녀 외에도 다양한 인간 군상을 드러내는 각양각색의 장승들이 등장한다. 장승의 대소사를 주관하는 대방장승 역에는 창극 '귀토'에서 호랑이 역 등으로 활약한 중견 배우 우지용이 새롭게 발탁됐다. 변강쇠와 옹녀의 첫 관계를 두 눈 뜨고 구경할 수밖에 없는 청석골 남녀장승 커플, 한국 여러 지방의 이름을 딴 함양장승·남원장승·해남장승·강원장승 등 개성 강한 장승 캐릭터들이 극의 재미를 배가한다.

창극단은 10주년을 맞은만큼 장승 의상을 새로 제작해 선보인다. 장승은 한국인의 삶 속에서 세상의 경계이자 잡귀를 쫓고 액막이를 하는 영물을 뜻한다. 장승이 지닌 신비로움과 위엄을 부각하면서도, 연극적 유머러스함을 놓치지 않은 복식을 선보일 예정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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