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뒤흔드는 GTX? 이것까지 알아야 한다
[전현우]
기자말 |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로 특징지어지는 사회 전반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교통분야의 공공성이 다시 중요한 문제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GTX나 철도 지하화와 관련한 논란은 우리 사회의 교통에 대한 논의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촌극임을 보여줍니다. 이에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해결하는 공공 철도-지하철'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철도-지하철 중심으로 동시대의 교통 공공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당대의 논쟁을 앞서가는 사회적 공론장 형성이 필요합니다. 올해 첫 번째 '공공 철도-지하철 정책대회'를 준비하면서 공공 철도-지하철을 가로막는 민자 철도-지하철이 점차 확대되어온 과정을 검토하고, 이를 역전시켜 새롭게 철도-지하철 공공성의 의제를 확대 강화하는 길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세 차례에 걸쳐 올해 9월 5일·6일 열리는 2024 공공철도지하철 정책대회의 주요한 내용을 전합니다. |
민자철도의 구조
민자? 민간 자본의 약자다. 그렇다. 시장에서 돌아가는 민간 기업이 철도 노선을 기획, 설계, 건설하고 운영하여 이익을 얻는 사업이 바로 민자철도 사업이다. 정부가 고시한 노선일 수도 있고 기업이 제안한 노선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철도에 대해 뭔가 중요한 권리가 기업에 있는 노선이 바로 민자철도다. GTX-A가 대표적이고, B와 C도 아무튼 그렇게 될 것이다.
잘 모르는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할 때, 아리스토텔레스 시절부터 쓰였던 방법이 있다. 그 말의 반대말을 찾아보면 된다. 민자철도의 반대말로 흔히 쓰이는 게 재정철도다. 정부(정확히는 그 대행 기관인 한국철도시설공단)가 세금이나 국공채를 통해 만든 돈으로 철도를 건설하고, 그 위로 이른바 '코레일(대중 입에 붙어 있는 말이니 영어라도 일단 쓴다)', 그러니까 한국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열차가 다닌다. GTX-B나 C는 이 틀로 금방 설명이 안 되지만(철도공사가 개통 후 유지보수 및 열차운영 사업권을 민간사업자에게 40년간 위탁받을 것으로 보인다), A선의 대부분(즉 수서~운정) 구간은 이런 모습은 아니니 전형적인 민자철도가 일단 '코레일'과 무관하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저 철도 노선 세 개일 뿐인데, 벌써 이렇게 말이 길어졌다. 그런데 이마저도 업계 상식조차 아닌 내용들일 뿐이다. GTX-A는 BTO(Build Transfer Operate), 즉 건설사업자(SG레일)가 건설한 후 관리운영권을 수취하여 30년간 이를 근거로 영업 수익을 벌어갈 권리를 가진 회사다. 이들은 관리운영업무를 재위탁하여(㈜지티엑스에이운영) 돌아가는 사업 구조를 가진다. 이뿐만 아니라 이 회사가 아닌 현대로템이 차량을 정비하고, 또 관제는 한국철도공사가 수행한다. 정부의 건설보조금이 약 50% 들어갔다는데, 뭐가 이렇게 회사가 많은지, 그리고 그저 전철과 비슷한 의자만 가져다 놨는데 새마을호급 운임을 받으면서, 조금만 사람이 차면 서서 가라고 해 놨는지 의아해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 GTX-A 차량기지 |
ⓒ 에스지레일(주) |
조금 더 복잡한 상황도 있다. 신안산선이라는 노선이 있다. 수도권 서남부, 여의도에서 광명역을 거쳐 Y자로 갈라져 시흥과 안산으로 가는 노선이다. 여기까지는 노선이 좀 복잡한가보다 하고 넘기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 어려운 부분도 있다. 시흥시 지역에서 이 노선은 다른 민자사업자가 지은 서해선과 만난다. 이 서해선을 따라 10여km 내려가면 원시~송산(화성시) 구간이 나오는데, 이 구간이 신안산선 민자사업의 또 다른 구성 부분이다. 그런데 이 원시~송산 민자사업 구간 남북으로는 이미 건설된 서해선 원시~대곡 구간, 그리고 10월 개통을 목표로 시운전 중인 서해선 송산~홍성 구간이 자리 잡고 있다. 서해선 구간 한 가운데를 아직 공사가 다 끝나지 않은 민자 구간이 토막내는 셈이다.
이 구간이 이렇게 된 데는 신안산선 측의 철도차량기지가 땅이 비교적 넓은 이 지역에 위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기왕에 차량기지를 짓게 되었으니, 차량기지까지 들어가는 선로는 민자사업자한테 부담시켜 국가 재정(서해선)의 부담을 덜겠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 사업의 공기가 연장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사업은 2025년 4월 개통이었지만 2024년 상반기, 그러니까 몇 달 전 시점 공정률이 39%밖에 안 되었다고 한다. 착공은 2019년 9월이었던 만큼, 그리고 철도사업은 통상 착공 후 완공까지 6~7년쯤 걸리니 좀 심각한 상태였던 것 같다. 올해 있었던 협상에서 민간사업자는 4년을 더 달라고 했단다.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일단은 20개월을 더 받긴 했지만, 5년간 40%를 진행했다면 사실 남은 시간은 4년 이상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 가운데, 원시~송산 구간 역시 공정률이 70%대여서 개통할 때까지 대략 2년 정도의 시간은 필요한 상태로 보인다(공사 말고도 설비 시험과 시운전 과정도 여러 달이다).
이 사업은 한때는 재정사업이었다. 2010년 10월 기본계획이 처음 고시될 때는 그랬다(국토해양부 2010-933). 그렇지만 2010년대 초에는 당초보다 사업 규모가 늘고, 다른 많은 철도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이때 호남고속철도, 수서평택고속철도, 강릉선 KTX 사업이 진행되었다) 사업 순서가 밀리는 일이 벌어진다. 한편에서는 민자를 동원하고, 한편에서는 이 동원된 민자를 통해 다른 노선의 일부를 미리 건설하면 이렇게 밀린 사업을 진행할 수 있으리라는 복안이 정부와 정치권에서 선 것 같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이제는 뒤집혀 버렸다. 재정사업이 민자사업보다 2년은 더 빨리 건설된 것이다.
뭐, 세상일은 알 수 없으니 10년 전 과거에 세운 계획이 운 나쁘게도 꼬여버린 거라고 치자. 사업계획이 완전히 꼬여버린 일에 책임지는 주체가 없다는 문제 따위는 신기하게도 다들 쿨하게 넘어가는 거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이렇게 하다가 영구히 망가져 버리기 직전인 연결만은 짚지 않을 수 없다. 홍성에서 연결되는 장항선 남부 지역의 KTX 연결 문제다.
지금 이 지역은 화성시 향남읍 일대에서 경부고속철도 본선에 연결선을 달아 용산역으로 열차를 진입시키길 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서해선에는 영업속도 250km/h급 KTX-이음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들이 화성부터 광명까지 300km/h로 달리는 고속철도와 같은 선로를 공용하면 당연히 이음 뒤를 따라오는 KTX는 서행해야 한다. 이건 화성~광명 사이를 새로운 병목으로 만드는 계획이라는 말이다.
이런 당황스러운 계획을 요구 중인 건 이들 노선이 연결되는 서해선 북쪽 구간인 신안산선 때문이다. 신안산선에 KTX-이음을 투입하면, 민자사업자가 건설해야 하는 역의 규모가 커진다. 터널의 설계속도를 높이려면 터널의 규모도 커져야 한다. 이로 인해 사업비가 불어나면 민자사업자에게는 부담이다. 그러나 당초 국토부의 계획에는 분명 서해선 전국망 고속열차를 영등포를 거쳐 여의도까지 진입시킨다는 계획이 있었다(2015년 서해선 기공식 보도자료). 민자의 수익성을 위해 국토의 저개발 지역을 연계하는 전국망 철도 계획이 퇴보되었고, 그 결과 그나마 안정적으로 고속열차가 운행하고 있는 현행 노선까지 흔들릴 위험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쯤 되면 민간사업자 유치라는 꼬리가 국가 철도망의 안정적 운영이라는 머리를 흔들고 있는 상황 아닐까?
얄팍한(?) 의심
물론 이러저러한 사례 따위가 모든 것은 아니라고 말할 사람들도 있을지 모른다. 정교한 계산에 기반해, 그리고 경제부처로서 국토부가 따라야 하는 지침(재정 소모를 최대한 줄인다는 조건 아래서, 확실하지는 않아도 사업성이 있다면 시도해 보라)에 기반해 이뤄지는 도전적인 사업인 이상, 전문가들을 믿고 정부를 지켜보라는 말을 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민자사업 추진 시 사업자들이 져야 하는 최대의 부담은, 바로 민자사업 구조를 국민들에게 이해시켜 비싼 운임과 예상되는 여러 악영향을 시민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는 바로 그 사실이다. 여러 출처의 연구를 통해, 민자사업 전문가들은 민자사업을 왜 하는지 알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이것 또한 구경꾼으로서는 의문스럽긴 했다. 제 갈 길 바쁜 사람들이 왜 아까 말한 것 같이 업자들이나 알 것 같은 민자사업의 구조 같은 걸 자기 시간을 들여 이해해 줘야 하는가? 논란도 많은 것 같은데, 국가가 잘 해결해 올 일이라는 게, 보통 시민들의 답 아닐까?
물론 이렇게 야박한 지적으로야 부족하다. 자비의 원리 없이 논의를 진행해서야, 모두가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거릴 뿐이다. 민자사업을 하는 이유의 핵심을, 길을 가는 아무나 붙잡고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요약해 보자면 이것이었다. (시중 유동자금을 끌어들이고, 민간자본을 절박하게 만들어 창의성을 쥐어 짜낼 방법을 어떻게든 짜내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비교 근거를 만들고 경쟁의 틀을 만들어 나사 풀린 방만한 공기업들을 긴장하게 만들어야 한다.
▲ 철도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
ⓒ 공공운수노조 |
이것은 자멸적 방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상대는 시민들이 가계 수입의 10%를 기꺼이 투입하는 승용차다. 시민들이 수입의 단 1%만 투입하는 공공교통인 이상, 이처럼 미약한 수준의 자원만으로는 승용차의 절대적 지위에 생채기조차 낼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엄중한 사실 앞에서, 민자철도가 승용차의 사회적 비용보다는 푼돈에 불과한 돈에 집착하는 수단이라는 비난에 답할 자신이 없다. 또한 노동자들의 숙련 형성은 도외시하면서, 사업자의 수익성을 위해 망의 통합성을 헤쳐 공공교통의 상호 연계성을 무너뜨릴 잠재력이 있다는 지적에도 답할 자신이 없다.
▲ 2024 공공철도지하철 정책대회 포스터 |
ⓒ 공공운수노조 |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전현우는 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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