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하나밖에 없는 1종 미술관, 불 났는데 소방차 접근 못해

고양신문 유경종 2024. 9. 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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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마자동차디자인미술관, 진입로 폐쇄로 소방대원 걸어서 접근... 소장품 잿더미 될뻔

[고양신문 유경종]

 포마자동차디자인미술관 마당에서 집기와 전시물 청소작업을 하고 있는 봉사자들.
ⓒ 고양신문
지난달 31일 토요일 오후, 고양시 유일의 1종 사립미술관인 포마자동차디자인미술관 앞마당이 봉사자들로 북적였다. 누군가는 전시실에서 꺼내온 소장품들을 일일이 닦아냈고, 누군가는 훼손된 부재들을 모아놓고 버릴 것과 챙길 것을 분류했다. 지난 23일 발생한 불의의 화재로 커다란 피해를 입은 미술관의 재기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
이날 수고의 땀을 흘린 봉사자들은 평소 포마자동차디자인미술관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은 이들이다. 우연히 미술관에 들렀다가 수준 높은 전시물 수준에 반해 반복해서 재방문했던 이들도 있고, 아이들과 함께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미술관의 팬이 된 가족들도 있었다. 한마디로 미술관에 닥친 불행을 남의 일 같이 여기지 않고 달려와 준 서포터즈들이다. 그 숫자가 무려 50여 명에 이른 것을 보면, 포마자동차디자인미술관의 가치와 매력을 짐작할 만하다.
 봉사자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소장품과 자료 하나하나를 정성껏 닦으며 미술관의 재기를 응원했다.
ⓒ 고양신문
고양시 덕양구 향동동에 자리한 포마자동차디자인미술관은 자동차디인의 살아있는 역사인 박종서 관장이 설립한 대한민국 최고의 자동차디자인 전문 사립미술관이다. 이곳에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자동차 디자인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물들이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또한 흥미롭고 창의적인 교육프로그램으로 미래의 디자이너를 꿈꾸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곳이다. 덕분에 고양시 유일의 '1종 미술관'이라는 타이틀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미술관은 몇 해 전부터 해결해야 할 심각한 과제와 씨름하고 있다. 미술관 바로 앞 120m 길이의 진입로가 차량통행이 불가능하게 폐쇄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입로는 곳곳이 파이고 커다란 돌덩이가 굴러다니고 있어 사람이 걸어서 접근하기에도 위험한 상태다.
 화재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진입로가 폐쇄돼 120m 떨어진 위치에서 멈춰서버린 소방차.
ⓒ 고양신문
이처럼 차량접근 차단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26일 오후 미술관 기계실에서 공조기 과열로 불꽃이 튀며 화재가 발생한 것. 화재를 발견한 미술관 관계자가 119소방대에 곧바로 신고했지만, 출동한 소방차들은 미술관 120m 앞에서 멈춰서야 했다. 하는 수 없이 소방대원들이 길게 연결한 호스를 끌고 산길을 걸어 올라와 다급히 진화작업을 펼쳐야 했다. 희소성 높은 수많은 전시물과 자료들이 잿더미가 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불길이 메인 전시공간으로 번지는 것은 막았지만, 미술관 측은 화재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공조실에서 뿜어져나온 검은 연기로 인해 실내공간 전체가 검은 그을음을 뒤집어썼고, 전시물과 소장품도 상당수 훼손됐다. 소방차가 올라와 초기에 진화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피해였다.
 미술관 진입로는 네이버 지도에도 '향뫼로'라는 이름의 현황도로로 표시돼 있다.
ⓒ 고양신문
미술관 앞 도로 사정이 처음부터 이랬던 건 당연히 아니다. 미술관 측은 "십여 년 전 미술관을 건축할 때 현황도로가 있어서 건축허가가 났던 것이고, 대형버스도 올라올 수 있어서 마당에 커다란 주차장도 마련해뒀다. 하지만 도로가 지나는 사유지의 소유자가 바뀌면서 점점 도로여건이 악화되더니 결국에는 폐쇄되는 참담한 상황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도로는 현재도 네이버 지도에 엄연히 '향뫼로'라는 도로로 표시되어 있다.
미술관 측은 "행정기관을 찾아다니며 해결방법을 문의했지만, 고양시로부터 번번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차량진입이 막힌 길을 걸어서 접근하고 있는 소방대원들. [사진제공=포마자동차디자인미술관]
ⓒ 고양신문
진입로가 폐쇄된 상태에서 화재까지 겪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지만, 재기를 염원하는 이들의 정성 덕분에 미술관 측은 다시금 힘을 내고 있다. 멀리 광명시에서 가족과 함께 달려온 나정선씨는 "너무도 좋은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미술관인데, 집근로가 불편해 너무 안타까웠다. 빠른 시일 내에 길 문제가 좋은 방향으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당을 분주히 오가며 자료와 소장품을 분류하던 박종서 관장은 "바닥까지 떨어졌지만, 이겨내고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더 있겠냐"며 오히려 걱정하는 지인들을 달랬다.

미술관 민진이 학예사는 "더운 날 함께 해 주신 서포터즈 분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격려에 힘입어 더 잘 운영하는 미술관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고양시에 정말 좋은 미술관이 있다는 것을 더 많은 고양시민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포마자동차디자인미술관 메인 전시실의 화재 전 모습. 세계적 수준의 전시물과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다.
ⓒ 고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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