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녹조 '폭발 직전', 시궁창 냄새 옆에서 골프라니

정수근 2024. 9. 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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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조류대발생 임박, 대구 구간 가장 심각...녹조물 농업용수로 사용, 이건 재앙

[정수근 기자]

▲ 최강 녹조 낙동강의 지천 차천에 녹조가 심각하게 번성했다. 일부는 죽어서 푸른빛마저 띠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8월 5주차 낙동강 녹조조사에서 강정고령보가 조류대발생인 100만 셀에 육박했다.
ⓒ 낙동강물환경연구소
환경부 산하 기관인 낙동강물환경연구소가 진행한 8월 5주차 녹조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그 결과를 보면 강정고령보에서 밀리리터당 마이크로시스틴 개체수가 100만에 육박한 90만 셀을 넘겼다. 엽록소 수치인 클로로필-에이가 166.1이고, 남조류 세포가 954,667셀로 100만 셀에 육박한 것이다. 낙동강에서 녹조가 그야말로 폭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밀리리터당 100만 셀이 넘으면 조류대발생에 해당한다.

이것도 환경부의 채수법은 취수장과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강 중앙에서 상중하층을 각각 채수해 섞어서 분석한 결과라 남조류가 강 표면에 주로 발생하는 현실을 반영해보면 실제로 강에선 녹조가 엄청 증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류대발생 임박' 낙동강은 폭발 직전
 차천 전역에 녹조가 창궐했다. 이런 지독한 녹조는 처음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따라서 환경부가 분석해서 나온 결과로 남조류 세포수가 90만 셀을 넘었다는 것은 이미 조류가 대발생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징표로 "낙동강에서 녹조(남조류)가 폭발적으로 증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달리 표현해 "낙동강이 폭발 직전"이라 해도 결코 과한 표현이 아닌 상태이다. 이런 조사결과를 접하게 된 3일 낙동강 현장으로 나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낙동강 대구 구간을 주로 둘러봤다. 달성군 현풍과 구지의 낙동강을 만난 것이다. 먼저 녹조 우심지역으로 그 명성이 자자한 도동서원 앞 낙동강으로 나가봤다. 현풍읍에서 도동서원으로 길을 잡고 가다 보면 낙동강의 지천 차천을 만난다. 그런데 다리에서 내려다본 차천은 그야말로 녹조 곤죽 상태였다. 차천의 전역에 녹조가 창궐했고 절반은 녹조가 떡이 돼 죽어가면서 특유의 역한 냄새마저 풍기고 있었다.

'비릿한 시궁창 냄새'가 났다. 시궁창 냄새인데 비릿한 역한 냄새가 올라온다는 것이고, 그 냄새가 올라온다는 것은 이미 에어로졸로 녹조가 날리고 있다는 증거로 공기 속 녹조 독 검출이 우려됐다. 실제로 에어로졸 형태로 공기 중에 녹조 독이 날린다는 것이 2022년과 2023년 낙동강네트워크가 부경대·창원대와 함께 행한 공동조사에서 밝혀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 녹조곤죽 파크골프장 녹조가 창궐한 강 옆에서 파크골프를 즐기는 시민들. 에어로졸 형태로 녹조 독이 날려 공기 중에서 녹조 독을 흡입할 수 있어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낙동강에 들어선 수십 개의 파크골프장은 녹조 때문에라도 폐쇄 조치되어야 한다. 운동을 하러 왔다가 녹조 독 에어로졸 때문에 되려 건강을 망치게 되기 때문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비릿한 역한 시궁창 냄새가 마구 올라오는 차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바로 그 사이 둔치에 조성해둔 파크골프장에서 열심히 파크골프를 즐기는 시민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운동을 하러 나왔다가 건강상 위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비단 이곳뿐 아니라 낙동강 둔치에는 크고 작은 파크골프장이 수십 개가 존재한다. 여름마다 낙동강에 녹조가 창궐하는 이런 상황이라면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낙동강 둔치의 파크골프장을 모두 폐쇄 조치해야 하지 않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독인 다이옥신 다음가는 독이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인데, 그 마이크로시스틴이 포함된 공기를 파크골프를 치러 나온 어른들은 몇 시간 바로 옆에서 흡입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낙동강을 따라 우후죽순 난립한 파크골프장들은 녹조가 이처럼 매해 발생하는 한 즉시 폐쇄하는 것이 옳다."

임희자 낙동강네크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의 말이다. 낙동강을 숱하게 오가면서 파크골프 치는 이들을 보고 느낀 그 심경을 담담히 전해왔다.

역대급 녹조가 발생한 도동서원 앞 낙동강
 도동서원 앞 낙동강에 최강의 녹조가 발생했다. 역한 냄새로 잠시도 서 있기 어려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 차천을 떠나 다시 낙동강을 따라 조금 하류에 있는 도동서원 앞 낙동강으로 향했다. 비릿한 시궁참 냄새가 그대로 따라온다. 낙동강 전역이 짙은 녹조로 물들었다는 방증이다. 아니나 다를까 차창으로 보이는 낙동강의 물빛이 완전 녹색이다. 그 낙동강을 따라 난 도로로 차를 몰아 이윽고 도동서원에 닿았다.

도동서원 앞 낙동강에는 어부선착장이 있고 그곳을 통해 낙동강으로 내려갈 수 있다. 그 특유의 냄새를 맡으며 낙동강으로 내려가니 그 앞에는 정말 놀라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진초록의 강. 통상적으로 보이는 초록의 강이 아니라 진한 초록의 강 즉 녹조 곤죽의 낙동강이 그 앞에 펼쳐져 있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역한 시궁창 냄새는 더욱 짙게 올라오고, 그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잠시도 서 있기 어려울 정도였다.

녹조 곤죽을 생산하는 녹조공장이 된 낙동강의 현실. 날파리마저 들끓는 죽음의 강이 그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욕지기가 치밀어올랐다. "어떻게 강을 이렇게 만들어놓을 수가 있나? 이런 모습을 보도고 어떻게 보를 열지 않을 수가 있나?" 하는 물음이 절로 나오는 풍광이 아닐 수 없다.
▲ 역대급 녹조 낙동강 도동서원 앞에 역대급 최강 녹조가 발생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 역대급 녹조 도동서원 앞 낙동강에서 역대급 녹조를 만났다. 역한 냄새 때문에 잠시도 서있기 어려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야말로 녹조가 폭발적으로 증식하고 있는 현장이고, 한편에선 그 녹조가 사멸하면서 푸른 빛마저 띠고 있는 그로테스크한 모습. 그야말로 낙동강이 폭발할 것만 같아서 그곳에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다. 정말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이 그대로 펼쳐지고 있었다.

그곳을 빠져나와 더 하류로 내려가기 위해서 차에 올랐다. 도동서원이 도동1리이고 그 아래는 도동2리로 넓은 들판 즉 밭을 끼고 있다. 그 넓은 면적의 밭에는 지금 한창 단무지 무를 파종해서 파릇파릇한 무 싹이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그 위로 자동 분사기로 물을 분사해주고 있었는데 그 물이 바로 낙동강물로 그 안에는 녹조 독이 들어있다. 극심한 녹조가 창궐한 그 물을 양수장에서 끌어와 그 물을 그대로 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밭의 단무지 무들은 녹조 물을 먹고 자라나는 것으로 그렇게 자라난 단무지 무에서 녹조 독이 검출되는 이유를 바로 그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비단 무뿐일까? 낙동강을 따라 그 주변 많은 논의 나락과 오이나 토마토, 고추와 배추, 상추 같은 작물에서 이미 녹조 독이 검출됐기 때문에 이런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물로 기른 거의 대부분의 채소와 곡식들에 녹조 독이 그대로 검출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왼쪽 들판의 대부분의 땅에서 단무지 무를 기르고 있다. 오른쪽 녹조가 심각한 든 낙동강물로 농사를 짓고 있어서 낙동강 녹조의 독성이 고스란히 농작물에 들어가 그것이 검출되고 있는 현실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녹조 독으로 오염된 농작물 방치하는 정부, 그 책임 반드시 물어야

낙동강 주변의 농작물은 대부분이 녹조 독으로 오염됐고 그 오염된 농산물이 전국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고, 이런 일을 어떻게 국가는 그대로 방치할 수가 있다는 것인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국가가 이런 녹조 독이 든 농산물을 방치하고 있고, 그 농산물이 전국으로 유통되도록 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무시하는 처사로 국가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합리적인 정부가 들어서서 반드시 이같은 사태를 불러오고도 책임지지 않고, 이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수문 개방이라는 방법이 있음에도 그 방법을 전혀 동원하지 않는 그 책임자들에서 반드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고령군 우곡면 포2리 이장이기도 한 곽상수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의 일갈이다. 곽 대표의 말대로 윤석열 정부 다음에 그야말로 합리적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반드시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으로 보인다.
 낙동강 주변에 농지가 정말 많다. 저 들판의 나락도 모두 낙동강 녹조 물로 농사를 짓고 있고, 저렇게 기른 쌀에서 녹조 독이 고스란히 검출되고 있다.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사실 농민들은 피해자일 수 있다. 국가가 만들어놓은 거대한 4대강 보로 인해서 강이 막혀 녹조가 창궐하고 농민은 그 물을 그대로 농사에 이용한 것뿐으로, 낙동강물을 녹조 곤죽 상태로 만들어놓은 국가에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한 4대강사업을 그대로 밀어붙여 이같은 사태를 불러온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당시 정종환 국토부장관 등 핵심 인사들에 대한 그 책임을 분명하게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다시는 이같은 '환경 흑역사'가 쓰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에서 다시 한번 깨달은 사실이지만 강은 흘러야 하고,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인 것이다. 낙동강의 거대한 보를 하루빨리 허물거나 수문을 완전 개방해서 낙동강이 온전히 흐르게 되는 그날이 정말 하루빨리 도래하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그래야 영남이 살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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