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2년차 징크스? '총력전 발언' 부메랑 맞은 이승엽

이준목 2024. 9. 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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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연패 수렁 빠진 두산, 가을야구 5강행 적신호

[이준목 기자]

 시즌 막판 총력전을 선언한 두산 이승엽 감독
ⓒ 두산베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4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가을야구 5강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사령탑 2년차를 맞이한 이승엽 두산 감독에게도 최대 위기다.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경기에서 두산은 한화 이글스에게 1-7로 완패하며 4연패의 늪에 빠졌다.

한화 선발 문동주는 6이닝 84구 4피안타 1사사구 8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시즌 7승(7패)째를 챙겼다. 문동주는 직전까지 올해 두산 상대로 3경기에서 3패, 10.2이닝, 평균자책점 18.56으로 유독 부진했으나 즌 맞대결 최종전에서 등판해 '두산포비아'를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타선에서는 문현빈이 역전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한화는 올시즌 두산과의 상대 전적에서 10승 6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한화가 상대전적에서 두산에 우세했던 것은 8구단 체제 시절인 2011년(10승9패) 이후 무려 13년 만이며, 10구단 체제에서는 처음이다.

한화는 이날 두산을 꺾으면서 5강 경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6위 한화는 시즌 성적 58승 2무 63패를 기록하며 5위 kt 위즈를 다시 2경기차로 추격했다. 반면 4위 두산은 시즌 성적 64승2무 64패를 기록하며 5할승률이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5위 KT와는 불과 반 게임 차, 한화와도 2.5게임 차에 불과하다.

두산은 전반기를 46승 2무 39패 승률 .541를 기록하며 리그 3위의 성적으로 마감했다. 5월에는 한때 9연승을 달리는 등 엄청난 상승세로 월간 승률 1위(16승2무8패)에 오르기도 했고, 6월 이후에도 14승 14패로 5할승률을 유지하며 큰 위기없이 순항했다. 후반기에도 8월 17일 기준 4위로 떨어졌지만 6위권과의 격차를 5.5게임으로 벌리며 최소한 2년연속 가을야구 진출은 무난히 확정지는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8월 18일 kt전(4-5) 끝내기 패배를 시작으로 최근 12경기에서 3승 9패라는 믿을수 없는 역주행을 거듭하며 가을야구 경쟁에 빨간 불이 켜졌다. 후반기 성적만 놓고보면 18승 25패에 불과하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지난 8월 30일 올시즌 KBO리그 잔여 일정에 돌입하면서 '총력전'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두산은 한여름 폭염 속에서도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27경기를 소화하며 쉴틈없이 달려왔다.

대신 그 덕분에 잔여경기 스케줄의 경우 경기와 경기 사이에 넉넉한 휴식일이 포함돼 있었기에, 일정상의 이점을 살려 최대한 많은 승수를 쌓겠다는 게 이승엽 감독의 구상이었다. 이 감독은 "일정적으로 여유가 생긴만큼, 매 경기 집중해 투수의 컨디션, 점수 차에 따라 투수진 운영을 맞출 계획이다.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 필승조들이 조금 빨리 투입할수 있다"고 예고했다.

'총력전 발언' 무색해진 패배의 늪... 고비 극복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승엽 감독의 '총력전' 선언이 나온 직후, 두산은 오히려 4연패에 빠졌다. 8월 29일 NC(2-10)전을 시작으로 31일과 09월 1일 롯데와의 2연전 (4-7, 3-4), 그리고 이날 한화전까지 내리 무너졌다. 이 감독은 최근 3경기에서 흔들리는 선발 투수를 모두 빠르게 교체하면서 승부수를 띄웠음에도 투수력만 소모했을 뿐, 타선이 침묵하는 등 엇박자가 겹치면서 연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산 팬들 사이에서는 이승엽 감독의 경기 운영, 특히 투수 운영 부분을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인 사례가 1일 롯데전에서 투수 8명을 투입하고도 연장 승부 끝에 석패한 경기였다.

발라조빅이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 강판당하면서 두산은 또다시 경기 중반부터 불펜 자원을 총동원했다. 올 시즌 리그 전체 경기수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병헌은 이날까지 무려 69경기에 등판했다. 이영하(50경기), 최지강(52경기), 김택연(55경기)도 50경기 이상을 소화한 투수들이었다.

정철원은 경기 휴식일을 제외하고 무려 4연투였다. 특히 김택연은 2.1이닝간 무려 33구를 던지며 또다시 멀티이닝을 소화하며 고군분투했으나, 마지막 투수인 박치국이 결승타를 허용하며 빛이 바랬다. 결국 극심한 마운드 소모의 후유증은 다음 경기였던 3일 한화전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사실 두산의 마운드가 지금의 위기에 몰린 근본적인 문제는 '부상'이었다.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에 이어 대체선수로 영입한 시라카와 케이쇼까지 외국인 투수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하면서 선발진에 구멍이 뚫렸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불펜의 과부하로 이어졌다. 외국인 투수 의존도가 높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올시즌 두산 외국인 투수들이 따낸 전체 승수를 모두 합쳐도 고작 13승에 불과하다. 또한 두산의 하락세가 본격화된 이후 8월 이후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6점대(6.13)까지 치솟으며 리그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하필 타선도 비슷한 시기에 덩달아 침체기에 빠졌다. 두산의 시즌 팀타율은 .278로 리그 4위지만, 8월 이후만 놓고보면 팀 타율 .264, OPS .743으로 모두 리그 8위에 머물고 있다. 부상 여파에 시달리고 있는 양의지를 비롯해 허경민·김재환·양석환·허경민 등 공격을 이끌어야 하는 주축 타자들의 방망이가 무거워지 다보니 점수를 쌓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승엽 감독의 위기관리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출신 감독으로 주목받았던 이승엽 감독은, 두산 지휘봉을 잡은 첫해인 지난 2023시즌 정규리그 74승 2무 68패 승률 .521를 기록하며 와일드카드 결정전 티켓을 획득하고 팀을 2년 만에 가을야구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직전 시즌과 비교하면 순위는 네 계단, 승수는 +14승이나 반등한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감독을 바라보는 세간의 평가는 냉랭했다. 아무래도 두산의 왕조 시절과 비교하며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 변변한 지도자 경험이나 두산과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던 '외부인'인 이승엽 감독의 역량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시즌에는 팀을 가을야구로 이끌고도 최종전에서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만일 두산이 올시즌 대역전극을 허용하며 5강 진출조차 놓치는 대참사가 벌어진다면,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선수로서는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전설이었지만, 감독으로서는 험난한 '2년차 징크스'를 겪고 있는 이 감독이 과연 이 고비를 잘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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