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치 팬덤 쇼츠’로 변질된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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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는 제왕입니까', '침묵하세요', '이 정도도 답을 못하십니까'.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영상들은 이런 제목의 유튜브 쇼츠로 실시간으로 제작됐다.
"총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다가 위법·위헌적인 행동을 하면 국회가 탄핵할 수 있는데 국회가 탄핵을 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응할 것입니까? 잘못이 발견되면요"라고 묻더니, 후보자가 "탄핵이라는 거는"이라고 말문을 열자마자 "이 정도도 답변을 못 하십니까? 됐습니다"라며 발언을 중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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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는 제왕입니까’, ‘침묵하세요’, ‘이 정도도 답을 못하십니까’.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영상들은 이런 제목의 유튜브 쇼츠로 실시간으로 제작됐다. 분량은 30초 내외. 많게는 2000개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섬네일이 자극적일수록 조회 수가 많았다. 후보자가 혼쭐이 나거나 망신을 당하는 모습으로 편집된 경우가 그랬다. 반응은 다양했다. “검찰 해체하라”, “정치검찰 안된다”는 댓글은 야당을 옹호했다. 반면 “청문회 보기 싫다”, “국회 한심하다”, “(국회의원) 너희는 다 제출했냐?”처럼 정치 냉소와 혐오가 엿보이는 글도 있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무려 83음절의 질문을 하곤 후보자가 운을 떼자 바로 말을 잘랐다. “총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다가 위법·위헌적인 행동을 하면 국회가 탄핵할 수 있는데 국회가 탄핵을 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응할 것입니까? 잘못이 발견되면요”라고 묻더니, 후보자가 “탄핵이라는 거는…”이라고 말문을 열자마자 “이 정도도 답변을 못 하십니까? 됐습니다”라며 발언을 중단시켰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검찰 특활비 문제를 꼬집으며 “침묵하세요. 딱해서 그럽니다”라고 면박을 줬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자료 제출 미비를 지적하며 “후보자는 제왕입니까.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안 한다고 기자회견까지 해야 합니까”라며 언성을 높여 다그쳤다. 정청래, 서영교, 김용민 등 세 의원의 말은 콘텐츠로 인기를 끌었다. ‘무소불위 검찰총장을 심판하는 암행어사’로 편집된 화면이 떠돌았다.
의문이 남는다. 답변을 듣지 않을 질의를 왜 하는가. 문재인 정부 시절, 다수의 고위공직자가 사생활 침해 우려로 인사청문 자료를 내지 않을 때 지금 야당이 비호한 행위는 어떻게 설명할 생각인가.
이런 인사청문회로 피해를 보는 건 ‘극렬 팬덤’에 속하지 않는 중도층, 다수 국민이다. 후보자 옥석 가리기보다는 군기 잡기, 정치 쇼잉에 치중해 인사 검증 또한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정치 불신만 심화한다. 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되는 이유도 이 때문 아닌가.
야당은 인사청문회를 팬덤 지지의 장으로 활용하고, 대통령은 야당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하는 악순환을 언제까지 봐야 하나. 현 정부 들어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급을 임명한 게 27번이다. 문재인 정부는 5년간 34명이었다. 청문회가 의회 연극이 되면, 청문 후보자는 단역 배우가 된다. 대사는 모두 청문위원이 차지하고, 관객도 열성 지지층, 대통령 혹은 전 대통령, 정당의 대표, 특정 진영으로 한정된다. 질의는 ‘묻는 말’이 아니라 정견 발표나 연설이 된다. 인사청문회는 국회의원이 정치 퍼포먼스를 벌이는 무대로 전락한다.
인사청문회 제도와 관련해 2009년 어느 정치인은 “하루 푸닥거리일 뿐”이라고 했다. 15년이 지나서도 유효한 말로 들리는 이 상황, 헛웃음으로 정리하기에는 너무 서글픈 현실 아닌가.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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