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민에 쓸 돈' 美빌딩 투자한 국토부, 1800억 전액 손실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1800억원이 전액 손실 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쓰이는 기금이 가뜩이나 줄고 있는 가운데 투자 손실까지 나면서 기금 운용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운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한 투자 자산이 1건, 1800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이는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인 스테이트스트리트 빌딩에 투자한 기금 여유자금으로, 국토부로부터 자금 운용을 위탁받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투자를 실행했다.
당초 연 6%의 수익률을 기대했지만 코로나19로 미국 빌딩 공실률이 늘면서 올해 스테이트스트리트 빌딩의 자산 가치가 투자시점(1.4조원) 대비 30% 급락했다. 급기야 지난 3월 해당 빌딩 차주인 글로벌 부동산 개발사가 자금난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까지 불거졌다. 당시 국토부와 미래에셋측은 이 같은 우려에 선을 그었지만 5개월 만에 원금 전액 손실을 확정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장기간 손실 상태인 자산을 손실로 회계 처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내부 지적에 따라, 올해 회계부터 손실로 분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문 의원실이 전했다. 문 의원은 “2021년 9월까지 400억원이 투입됐는데 이자 수익이 나지 않자 140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고 한다”며 “지금으로선 이자 수익은커녕 원금까지 날릴 판”이라고 말했다.
주택도시기금은 주로 저소득층의 임대주택 공급과 디딤돌·버팀목 대출, 신생아 특례대출 등 주택 구입자금·전세자금 지원에 사용된다. 국토부는 기금을 지출하고 남은 여유자금으로 국내외 주식·채권·부동산(대체투자) 등에 투자해 운용 수익을 거두고 있다.
기금 재원은 청약저축 납입금과 건축 인허가,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 때 매입하는 국민주택채권 판매액으로 조성하는데 통상 매년 100조원 안팎이 편성된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부동산 침체로 청약저축 해지가 늘고 주택거래량이 줄면서 기금 수입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에 따른 건설업계 지원,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지출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2021년 약 45조원에 달했던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도 올해 5월 말 기준 16조3000억원으로 64%가량 급감한 상황이다.
문 의원은 “가뜩이나 서민의 주거안정에 쓰여야 할 기금이 줄고 있는데 여유자금 손실까지 확인됐다”며 “특히 해외 부동산 수익률은 최근 2년 연속 마이너스인 데다,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만큼 운용에 문제가 없었는지 정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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