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에도 등록 거부한 의대생들…교육부 "9월이 골든타임"

최민지, 서지원 2024. 9. 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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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29일 대전의 한 의과대학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24.08.29.


“학년별로 10명 정도의 학생들만 수업을 듣고 있어요. 학교 문을 닫을 수도 없고, 나머지 학생들을 설득하자니 대화가 쳇바퀴만 돌아요. 정말 지칩니다.”

한 국립대 총장에게 의대생 2학기 개강 현황을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지난 2월 이후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이 학교는 지난 학기에 50명 내외의 의대생만이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대부분 유급을 한 번 더 받으면 제적되는 학생으로, 전체 정원의 10%도 안 되는 인원이다. 2학기에도 1학기 수업을 들었던 극소수 학생만이 등록했다. 이 총장은 “등록 기간을 11월까지 연장하고는 있지만 학생들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의대 증원에 반대해 온 의대생의 2학기 등록 거부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대학들은 학생 대상 설명회를 여는 등 설득 노력을 이어갔지만 수업에 복귀한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의대생 미등록 사태 줄이어

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비수도권 9개 국립대에서 받은 2학기 의대생 등록금 납부 현황을 보면 지난달 말 기준 등록을 마친 의대생은 180명으로 집계됐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9개 대학 의대 재학생 4696명 중 3.8%에 해당한다.

등록 인원이 가장 많은 전남대가 87명이었고, 이어 전북대 24명, 충남대 23명, 충북대 ·경상국립대 각 14명, 부산대 13명으로 집계됐다. 강원대는 3명, 경북대는 2명뿐이었고 제주대는 아직 등록한 의대생이 없었다. 현재도 등록이 진행 중인 서울대는 제외됐다.

한 의대 관계자는 “사립대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라며 “1학기 수업을 들었던 학생만큼의 등록율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 의대생 1만9345명 중 수업을 들은 학생은 495명(2.7%)에 그쳤다.

2학기 수강 신청도 저조했다. 전국 10개 국립대 의예과 전체 1학년 학생 960명 중 62명(6.2%)이 수강신청을 했으며, 의예과 2학년도 76명(7.8%)에 그쳤다. 행정실에서 일괄 수강신청을 하는 경우도 많은 의학과(본과) 상황은 이번 집계에서 제외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 의료교육 정상화 호소 궐기대회에서 의대생 학부모들이 등록금 납부 거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024.8.15/뉴스1


의대생들의 2학기 등록·수업 거부는 지난달부터 예고됐다. 지난달 말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사 일정 자체가 망가졌는데, 어떻게 수업을 듣고자 복귀하며 무엇을 위해 등록금을 납부하겠느냐”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교육부 “9월이 골든타임”…방침 변할까

학교 측은 복귀 설득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고려대 의대는 지난달 말 전체 재학생 643명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했지만 245명(38.1%)만 참석했다. 충북대는 전날부터 학생들에게 안내문을 발송해 오는 6일까지인 수강 신청을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등록금 납부 기한 역시 12월 말까지로 연장할 계획이다.

김경진 기자


서울대는 봄학기 성적 처리 기한을 오는 10월 말로 연장했다. 전북대와 제주대는 1학기와 2학기의 수업을 통합하고 성적 처리 시기도 학년말에 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경북대는 학사일정을 조정해 1학기 수업 미참여 학생의 경우 1학기를 오는 11월 15일까지 연장 운영하고 방학 없이 이어서 2학기를 운영할 계획이다. 강원대는 이수하지 못한 과목을 F 처리하는대신 I(미완) 학점으로 남기는 방안을 검토해 추진할 방침이다.

복귀 전망은 밝지 않다. 한 비수도권 사립대 의대 관계자는 “돌아오면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도 복귀 의지가 있을 때나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국립대 관계자는 “중간고사 기간인 10월 말 이후엔 학생들이 복귀해서 밤낮 없이 수업만 들어도 정해진 수업일수를 다 못 맞춘다”고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9월이 (의대생 복귀)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9월 이후엔 교육부가 휴학계 승인 방침을 바꿀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2월부터 의대 증원 반대를 이유로 제출된 휴학계 승인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분간 변화는 없다”며 “이달 내엔 의학 교육 선진화 방안 등을 발표하는 등의 방식으로 학생 설득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의대에 2030년까지 약 2조원의 재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민지·서지원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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