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대상 없이 그려낸 초상… 67세에 사람과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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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수(67) 작가는 20대 초반이던 1979년 개인전 당시부터 벌거벗은 신체에 내장을 그리는 몸 그림으로 유명했다.
그러니 40년 이상 그가 그린 신체 그림에서는 모델이 필요 없었다.
그가 그린 인체 그림은 침놓을 자리를 설명하기 위한 한의학의 신체 해부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를테면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나무아트' 갤러리 개인전에 나온 단 한 점의 얼굴 그림 '자화상-길기도(吉氣圖)'(2023-2024)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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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수(67) 작가는 20대 초반이던 1979년 개인전 당시부터 벌거벗은 신체에 내장을 그리는 몸 그림으로 유명했다. 철학적 사유를 통해 창안한 인체다. 그러니 40년 이상 그가 그린 신체 그림에서는 모델이 필요 없었다.
그가 그린 인체 그림은 침놓을 자리를 설명하기 위한 한의학의 신체 해부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를테면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나무아트’ 갤러리 개인전에 나온 단 한 점의 얼굴 그림 ‘자화상-길기도(吉氣圖)’(2023-2024)가 그렇다. 얼굴의 눈 위치에는 눈이 두 개나 달려 있고, 또 자세히 보면 눈들이 안면 근육 전체를 따라 버드나무 잎처럼 떠다닌다. 잘린 손가락들도 얼굴 속을 떠다니는 희한한 그림을 그렸던 그가 이번 전시에서는 모델을 세워놓고 초상을 그리는 시도를 했다.
‘생면부지 생면표지’라는 제목이 붙은 이번 전시 프로젝트를 위해 작가는 지난달 14일 전시 개막 전에 모델 5명을 공개모집했다. 그렇게 해서 전시장 속 모델 의자에 앉은 첫 주인공은 항암치료 중인 50대 중반의 남자다.
지난달 20일 전시장을 찾았다. 이젤 위 화폭에 그려진 남자 이미지는 정복수를 미술계에 알린 해부학 신체도와 전혀 다른 느낌이다. 낡은 면 티셔츠를 입은 남자는 힘이 없어 저도 모르게 기울어진 상체를 한 채 우울하게 앉아 있다. 그러면서도 묘한 편안함이 풍겨 나온다. 선과 색에서 표현주의 회화의 느낌이 강해 모델과 작가 사이에 모종의 교감이 흐른 듯하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작가로 오래 살다보니 대상을 보고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 나의 범주를 넓혀가는 일종의 실험이며 거기에 반응하는 나를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수구초심’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는 홍익대 미대에 입학하기 전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독학으로 그리던 시절 자화상을 즐겼다. 그때 자화상은 회색조의 어두운 색을 띄었고 때로는 매끈한, 때로는 거친 붓질은 내면의 우울과 반항의 심정을 담았다. 전시장에는 1970년대에 그린 초기의 자화상들이 다수 나왔다. 모델을 보고 그리는 이번 초상화 시도가 작가 생활 초기에 그렸던 자화상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14일까지.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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