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려되는 검사 출신 안창호 인권위원장 후보의 인권 감수성
“동성애는 에이즈 확산” “진화론 가능성 0” 등 발언
차별·인권침해 구제 기관 수장에 어울리는지 논란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은 그동안 검사 경험과 기독교 신앙에 기반을 둔 발언을 많이 해 왔다. 소수자 인권과 상충하는 내용이 많아, 그가 새 인권위원장 후보에 지명되자마자 논란이 일었다.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안 후보자는 평소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안 후보는 2021년 강연에서 “진화론의 가능성은 0”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국회에 보낸 답변서에서도 같은 입장을 확인하며 “교육 과정에서 진화론을 가르친다면 창조론도 가르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2020년 한 세미나에서 “차별금지법 시행은 공산주의 혁명으로 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법이 시행되면) 초·중·고교에서는 동성애자 채용을 거부할 수 없게 된다”는 칼럼도 썼다. 자신의 저서에 “동성애가 에이즈·항문암·A형 간염 같은 질병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는 혐오적 내용도 썼다. 안 후보가 어떤 생각을 갖느냐는 개인적 자유다. 이를 존중해 주는 게 자유민주주의다. 하지만 공직자로서 공개적인 발언을 하고, 그런 소신을 기초로 정책을 수행하게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규정된 인권위의 임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인권 침해와 차별 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다. 차별 행위는 여러 사유로 고용과 경제·교육 등에서 우대 또는 불리하게 대하는 행위다. 인권위법에는 그 사유로 성별·나이·종교·출신지와 함께 가족 형태,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등도 명시돼 있다. 안 후보의 소신은 인권위의 법적 지위나 임무와 충돌한다. 인권위가 이뤄온 여러 성과도 부정해야 한다. 이런 논란과 비교하면 안 후보가 헌법재판관 시절 해외 출장에 부인을 동반하거나, 장남에게 아파트를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은 오히려 작아 보인다.
안 후보는 청문회에서 “소수자 인권은 보호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수의 인권을 침해하면 안 되고, 표현의 자유도 침해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자유민주국가는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사유와 절차에 대해 법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국가기관의 월권에 따른 인권 침해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나라가 이런 사각지대의 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해 별도의 인권 기관을 두고 있다. 우리 인권위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기존 법체계 수호가 첫 번째 사명인 검사 출신들의 ‘인권 감수성’ 수준과 이 자리는 결이 맞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안 후보가 주로 맡은 공안 분야에선 그동안 숱한 인권 침해 행위가 있었다. 과연 이런 경력이 인권위원장에 어울리는지 의문일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결국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안 후보자는 자신의 인권위원장직에 제기되는 우려들에 대해 스스로를 심각하게 성찰해 봐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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