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의사소통은 삶의 태도다

2024. 9. 4.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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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말을 잘하기를 원한다.

"나하고 적대적인 사람이 있는데 말로 해결하고 싶다"는 공직자도 있었다.

말을 잘하지 못하지만 훌륭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이 있다.

탁월한 의사소통은 말하는 기술이 아니라 삶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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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호 평택대 상담대학원 교수


많은 사람들이 말을 잘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말 잘하는 방법을 찾는다. 의사소통에 대한 강연을 하다 보면 어떻게 해야 말을 잘할 수 있는지 조언을 구하는 요청을 자주 받는다. 왜 말을 잘하고 싶은지 물어보면 이유와 배경이 다양하다. 어떤 학생들은 “발표를 잘하고 싶어요” “상대방을 말로 이기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다. “상사에게 두려움 없이 말하고 싶습니다”라고 외치는 직장인도 있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상대편을 설득해서 사업 협상을 성공시키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사업가도 있었다. “나하고 적대적인 사람이 있는데 말로 해결하고 싶다”는 공직자도 있었다. 어떤 학부모는 “아이가 내 말을 들으면 정말 좋겠습니다”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분들의 요청을 들어보면 모두 다른 사람이 자기 뜻대로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말을 잘하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 기저에는 말로써 자신을 돋보이게 하거나 자신의 이해를 관철하려는 욕망이 깔려 있다. 이런 이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자기계발 전문가들은 대화의 기술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법’ ‘상대방을 설득하는 전략’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 등 제목만 보면 그럴듯한 주장이나 이론들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사소통을 기계적이고 분절된 것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마치 말을 잘하기 위한 공식이 따로 있으며 그 공식에 따라 훈련하면 답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포장한다.

말을 잘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해서 의사소통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특정한 방법이나 기교를 동원해 타인을 이용하려는 시도는 짧은 생각이다. 의사소통은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다. 의사소통은 반드시 듣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 대화의 기술로 말재주를 부리는 것은 상대보다 자기를 우월한 존재로 만들고 자기가 원하는 것만을 달성하려는 이기적인 시도에 불과하다.

진정한 의사소통은 한 개인이 자신이 살아온 삶을 기초로 해 다른 사람을 만나는 과정이다. 부모는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에 따라 자녀와 소통한다. 학자는 자신의 학문적 이력을 기반으로 학생들과 소통한다. 정치인도 자신의 삶과 행적을 토대로 국민들과 소통한다. 가족 관계나 학문 세계, 현실 정치 등 모든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통은 각자의 삶이 투영될 수밖에 없다.

말을 잘하지 못하지만 훌륭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말을 멋들어지게 하더라도 화려한 단어만 허공에 날리는 사람이 있다. 소통에는 한 개인이 평생에 걸쳐 형성한 인격과 삶의 태도가 묻어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고, 타인과 멋진 관계를 맺으며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진실한 삶을 살아가려는 마음과 노력이 앞서야 한다.

소통을 잘하고자 하는 사람은 상대편의 마음을 읽어내는 기술이나 좋게 말하는 수단을 배우기 전에 자신이 타인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탁월한 의사소통은 말하는 기술이 아니라 삶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얼마나 마음을 쏟아 귀 기울이는지 스스로 물어보아야 한다. 자기 탐색이 없는 사람은 지시나 명령은 할 수 있지만 소통하는 것은 어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말하는 기술이 부족해서 소통을 못하는 사람은 없다. 침묵하고 있다고 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듯 매 순간 우리는 자신이 삶을 대하는 태도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그러니 가끔 말을 못하더라도 위축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전하는 말은 진심으로 상대편에게 전달되고, 그런 말은 당신을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차명호 평택대 상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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