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방통위 집행정지’ 행정법원 결정 유감

2024. 9. 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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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S&L 파트너스 변호사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새 이사진 선임에 대한 법원의 집행 정지 결정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서울행정법원의 이번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법조인의 눈으로 보기에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첫째, 과거 유사한 사건에서 법원이 일관되게 집행정지를 불허해온 판례와 다르다. 둘째, 같은 날 동일한 방문진 이사 선임 결정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의 두 재판부가 각각 집행정지 기각과 인용이라는 정반대 결정으로 혼란을 초래했다. 의구심을 일으키는 대목은 더 있다. 방문진 이사 선임은 행정기관의 재량권에 속한다. 그런데도 명백한 위법행위가 없는 상황에서 집행정지라는 형식을 통해 법원이 사실상 행정부처럼 인사권을 행사했다. 권력분립 원칙상 용인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 과거 유사 사건 판례와 다른 결론
일관성 무너지면 법치주의 위기
판례 존중 않으면 ‘로또 판결’ 우려

그동안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방통위의 ‘2인 체제’를 문제 삼아 왔다. 이와 관련, 방통위법 제13조 제2항에는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의사 정족수에 관한 규정은 없다. 지난 7월 31일 당시 방통위 재적 위원이던 이진숙 방통위원장(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 정지 상태)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이런 방통위법 규정에 따라 방문진 이사를 선임했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행정법원 제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단지 2인의 위원으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송의 자유와 공정성 및 공익성, 국민의 권익 보호와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방통위법의 입법목적을 저해한다”고 판단했다. 필자가 보기에 이런 법 해석은 의결 정족수에 관한 방통위법 규정에 어긋난다.

5인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가 2인 체제로 굴러가는 것이 위법은 아니지만, 모양은 좋지 않다. 그렇다고 법원이 2인 체제의 위법성을 함부로 재단하면 위험하다. 예컨대 지금처럼 특정 정당이 국회에서 고의로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음으로써 방통위 운영의 파행을 초래해 정치적 무기로 악용할 수 있어서다.

2008년 대법원은 대통령이 해임한 KBS 사장의 해임 무효확인 소송 관련 집행정지 기각 결정을 확정했다. 지난 5월 서울고법은 방통위 2인 체제에서 결정한 YTN 최대주주 변경 관련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과거에도 유사한 판례는 많다. 그런데 이번에 법원은 ‘이미 이사 임기가 만료됐음에도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했다’는 취지로 완전히 상반된 결정을 했다. 사법의 일관성에서 벗어났다.

헌법이 보장한 사법권의 독립은 법관이 공정한 재판을 하도록 해주자는 데 있다. 사법의 독립은 사법의 책임과 조화를 이룰 때만 진정한 의미가 있다. 재판의 독립을 방패 삼아 일부 판사들이 판결의 방망이를 마음대로 휘두른다면 국민이 용인할 수 있겠나.

2017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사법부의 정치화가 만연해 국민의 사법 신뢰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법원 내부의 하나회’로 불려온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이념과 정치 성향을 같이 하는 특정 그룹 판사들이 대거 중용됐다. 실제로 ‘법복 입은 정치 판사’들이 경쟁하듯 청와대와 국회 등으로 달려가 권력과 한 몸이 된 광경을 모두가 목도했다. 정치적 논란이 큰 사건 재판에서 일부 판사들은 판례와 법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을 쏟아냈다.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은 2005년 미국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판사는 야구 경기의 심판과 같다. 심판은 볼과 스트라이크를 선언할 뿐이지 직접 치고 던지지 않는다. 심판은 규칙을 만들지 않고 적용할 뿐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사법의 기능은 법질서를 유지하고 법적 평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겠다며 급진적 ‘사법 적극주의’를 구실로 일부 판사들이 명백한 법 규정과 달리 임의로 해석해 판결하면 이는 입법 행위 또는 정치 행위로 오해받을 것이다.

상급심 판례를 존중하지 않고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상실한 법원의 판단이 많아지면 ‘로또 사법’을 조장하게 된다. 법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법치주의의 위기로 직결된다. 법관의 저울은 정의와 형평의 상징이어야 한다. 혼란과 불신을 조속히 종식해 사법 신뢰를 회복하길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종민 S&L 파트너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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