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엄령 준비설, 정당이 직접 만들어낸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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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제기하고 있는 '윤석열정부 계엄령 준비설'은 아무 근거가 없다.
정치판의 음모론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그런 유언비어의 진원지는 대개 정치의 외곽에 있었다(유튜브에서 제기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당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꺼냈던 것처럼). 지금의 상황은 정당이, 그것도 압도적 의석을 가진 제1야당이 직접 음모론을 생산하고 유포하고 또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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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제기하고 있는 ‘윤석열정부 계엄령 준비설’은 아무 근거가 없다. 지난달 방송에서 이를 처음 꺼낸 김병주 최고위원도, 당의 의제로 키운 김민석 최고위원도, 여야 대표 회담에 들고 나온 이재명 대표도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계엄 의혹을 뒷받침하려 근거 대신 정황을 말할 뿐인데, 크게 세 가지를 든다. ①대통령과 같은 고교 출신이 국방부 장관에 발탁됐다 ②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반국가세력’을 언급했다 ③과거 박근혜정부에서 계엄 문건을 작성했었다. 이 셋을 아무런 논리적 연결고리 없이 계엄령과 이어붙인 황당한 비약을 토대로, 민주당은 “의원들을 체포해 국회의 계엄해제권을 무력화할 거라더라” 하면서 계속 상상의 구조물을 쌓고 있다.
이것은 희미한 정황을 엮어 가상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거기에 살을 붙여가며 확대 재생산하는, 전형적인 음모론 생산·유포 방식과 같다. 정치판의 음모론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그런 유언비어의 진원지는 대개 정치의 외곽에 있었다(유튜브에서 제기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당시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꺼냈던 것처럼). 지금의 상황은 정당이, 그것도 압도적 의석을 가진 제1야당이 직접 음모론을 생산하고 유포하고 또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음모론은 혐오와 대립의 정치적 양극화 환경에서 고도의 휘발성을 갖는다. 상대를 공격하는 내 편의 말에 사실 여부를 떠나 귀를 기울이는 확증편향의 진영 심리가 황당한 주장을 그럴싸한 이야기로 둔갑시키고 걷잡을 수 없이 퍼지게 한다. 그런 음모론을 공적인 자리에 있는 정치인이 퍼뜨릴 때 어떤 극단적 상황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몇 해 전 미국의 의사당 난입과 브라질의 대통령궁 점거 사태에서 똑똑히 보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 부정 음모론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전자투표 조작 음모론은 확대 재생산을 거듭한 끝에 결국 지지자들을 폭도로 돌변케 했다.
한국 정치 환경은 미국과 브라질 못지않게 양극화돼 있다. 음모론의 토양이 갖춰진 상황에서 이제 정당이 직접 그것을 생산하고 유포하는 지경에까지 왔다. 계엄령 음모론을 우리는 위험 신호로 여겨야 한다. 황당한 유언비어에 국가의 근간이 흔들리는 해외 사례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민주당은 선을 넘었다. 근거를 제시할 수 없다면 ‘카더라’ 주장을 접고 여기서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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