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프리즘]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호남 맹주’ 싸움
“고인 물은 썩는다. 흐르게 해야 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달 26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한 말이다. 그는 10월 자치단체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치열하게 경쟁하겠다”고 했다. 또 민주당을 호남의 ‘고인 물’로 표현하며 “모든 선거에서 (혁신당) 후보를 내겠다”고 밝혔다.
혁신당은 사흘 뒤 전남 영광에서 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튿날에는 전남 곡성에서 당원·농민 간담회도 열었다. 영광·곡성에서는 10월 재보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반응이 나왔다.
혁신당의 행보는 민주당 텃밭을 겨냥한 정면 공세로 받아들여진다. 오는 10월 16일 재보선 때 전남 2곳에서 민주당과 승부를 벼른다. 혁신당은 지난 4월 총선 때 호남지역 비례대표 선거에서 민주당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
이번 재보선은 영광군·곡성군과 부산 금정구, 인천 강화군 등 전국 4곳에서 치러진다. 혁신당은 이중 전남지역 군수 선거에 중앙당의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조 대표는 ‘총선 돌풍’의 여세를 몰아 호남에서 선거전을 치를 각오다. 4월 총선 때 혁신당은 영광과 곡성에서 각각 39.4%, 39.8%를 득표해 민주당과 1%포인트 안팎의 박빙 승부를 벌였다. 당시 전남 전체에서는 혁신당이 43.9%를 득표해 민주당(39.8%)을 4.1%포인트 격차로 눌렀다.
호남 표심잡기에 나선 것은 혁신당 만이 아니다. 개혁신당도 ‘민주당 호남 홀대론’을 앞세워 공세에 가세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최근 “민주당이 호남을 잡아둔 물고기 취급하는 건 아닌지 매우 걱정된다”고 했다. 지난달 선출된 민주당 최고위원 중 호남 지역구가 한 명도 없는 점을 꼬집은 말이다.
민주당은 텃밭 수성을 자신하지만 “호남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여론도 있다. 지난달 민주당 최고의원 선거 후로는 ‘호남 홀대론’도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일각에선 2016년 4월 총선 때 국민의당 돌풍을 언급하는 말까지 나온다. 당시 안철수 의원이 만든 국민의당은 호남 지역구 28석 중 23석을 휩쓸며 민주당을 압도했다.
혁신당은 전국 4개 선거구에 현역 의원 12명을 모두 투입해 선거에 나선다. 지역구 1곳당 의원 3명이 달라붙는 책임선거구 방식이다. 혁신당 공세에 민주당은 박지원 의원을 영광군수 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하며 맞불을 놨다.
호남 유권자들은 혁신당과 개혁신당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번 선거가 민주당과 혁신당 간 사실상 첫 대결이자 2026년 지방선거의 전초전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혁신당 돌풍은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것”이라면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이유다. 호남 쟁탈전에 나선 혁신당의 ‘창’과 민주당의 ‘방패’ 중 어느 쪽이 셀지 주목된다.
최경호 광주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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