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 심리만화경] 그는 왜 사과를 해야 했을까?
얼마 전 한 남자가 자신의 불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사과가 화제가 된 이유는 불륜이 드라마의 일부분이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사과남은 배우 지승현(사진). 최근 인기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남편 역을 맡았는데, 극 중 외도에 시청자들이 격분한 상태. 사과 말미의 넋두리 같은 그의 말이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그렇게 (악플이) 심각해?”
드라마는 허구이고, 배우들은 대본에 따라 연기한다는 사실을 시청자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악역 배우를 비난하는 걸까?
심리학에는 ‘귀인(歸因)’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어떤 행동 및 사건의 원인을 찾는 경향을 말한다. 귀인은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내부 귀인은 그 원인을 행위자의 내부적 속성 및 기질에, 외부 귀인은 상황에 있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는 타인의 행동에 대해서 내부 귀인을 하는 성향이 있다. 즉, 나의 사업 실패는 나쁜 상황을 탓하며 외부 귀인을 하면서도, 남이 사업에 실패하면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내부 귀인을 한다. 드라마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등장인물의 행동 원인은 대본에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자연스럽게 내부 귀인, 즉 배우가 원래 저렇게 나쁜 X이라, 악플로 참교육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귀인 과정은 흔하게 발생하는데,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아 방식이 결정된다. 예를 들면, 성취동기가 높은 사람의 경우에는 내부 귀인을 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스스로의 발전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내부 귀인이 언제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어찌할 수 없는 부분까지 내부 귀인을 하면 좌절감과 우울감에 고생할 수도 있다. 결국 내부 및 위부 귀인을 적절히 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이젠 드라마의 악역에게 악플보다는 칭찬을 주면 좋겠다. 그것이 사과 방송에서 ‘이 모든 것이 제가 연기를 잘해서’라고 내부 귀인 하는, 그렇게 자신을 갈고닦아 연기력을 발전시킨, 노력하는 배우를 대하는 마음이어야 하지 않을까?
최훈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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