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도너번의 마켓 나우] 트럼프의 10% 보편관세 공약은 협상용인가

2024. 9. 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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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도너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재집권하면 수입 관세를 중국에 60%, 타국에는 10%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중국에 부과될 높은 관세에 큰 관심이 쏠리지만, 10% 보편 관세 역시 한국을 포함한 국가에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무역 관세는 대부분 선별적이다. ‘선별 관세(selective tariff)’란 특정 국가의 특정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지불하는 세금이다. 선별 관세의 표적이 되는 국가는 공급업체 교체나 공급망 조정을 통해 선별 관세를 피할 수 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선별 관세를 부과하자 이후 중국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절반 가량으로 줄었지만, 미국산이 중국산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중국 상품을 캐나다로 먼저 수출해 약간의 가공을 하고 상자 옆면에 단풍잎 마크를 붙이면 관세 없이 미국에서 판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보편 관세의 경우는 공급망 우회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먼 옛날처럼 과중한 무역세를 피해 밀수를 하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은 세금을 내야 한다. 이는 세금의 위력이 소비자에게 오롯이 전가될 거란 얘기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과 동일한 10%의 보편 관세를 도입했다. 하지만 그 영향은 트럼프의 관세가 불러올 것으로 예측되는 것보다 훨씬 적었다. 오늘날 경제 환경은 1971년과 비교해 크게 달라졌다. 무역 규모부터가 훨씬 커졌다. 1971년 미국의 수입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4%였으나 현재는 12.7%로 증가했다. 트럼프의 보편 관세가 시행된다면 글로벌 경제는 닉슨 대통령 때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1971년 당시 미국의 한국 제품 수입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데, 1985년 이후 미국 경제에서 한국산 제품의 중요성은 거의 두 배가 됐다.

무역 구조 또한 바뀌었다. 1971년의 무역은 단순했다. 수출 기업이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하기는 했어도 제품이 수출되기 전 거의 모든 제조 공정은 한 국가 안에서 이뤄졌다. 반면 지난 30년 동안 더욱 복잡하고 포괄적으로 바뀐 공급망에서 국가 못지않게 기업이 중요하다. 오늘날 세계 무역의 최대 3분의 2가 기업 내부에서 이뤄진다. 즉, 생산 과정에서 물품을 국내 자회사에서 해외 자회사로 옮기는 식이다. 이러한 내부 거래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관세는 경제적으로 훨씬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현재 금융시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10% 보편 관세 발언을 단순한 협상용 내지 선거용 수사로 치부하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보편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바뀌게 되면 시장은 큰 반응을 보일 것이다.

폴 도너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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